[군사대로] 故 아베의 꿈 '전쟁하는 자위대', 한반도 영향은?
기사내용 요약
아베, 헌법해석 변경하고 안보법제 정비
자위대, 2027년 세계 3위 방위력 갖출 듯
적 기지 공격 인정되면 한반도 개입 가능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탄에 맞아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 일본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겠다는 그의 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베는 이미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놓고 떠났다. 그리고 그의 목숨을 앗아간 인물인 야마가미 데쓰야는 역설적이게도 아베 덕에 몸집을 키운 자위대 출신이었다. 그가 생전에 만들어놓은 '전쟁할 수 있는 자위대'는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일본 헌법 제9조는 일본이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게 한 핵심 조항이다. 9조 1항은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여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며, 국권이 발동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을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영구히 방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2항은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육해공군 그 외 무력은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헌법 조항에 근거해 오랜 기간 일본 외교 안보 정책은 '통상국가' 노선을 유지했다. 통상국가 노선이란 자국 안전을 스스로 지키는 개별적 자위권은 갖지만 집단적 자위권은 가지지 않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다른 국가가 무력 공격을 받은 경우 그 나라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동으로 방위를 하는 권리를 뜻한다.
이에 따라 일본 자위대는 상당 기간 전수 방위에 전념했다. 유엔 집단 안전 보장의 한 형태인 평화유지활동이나 다국적군에 자위대가 참가해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베는 이를 바꾸려 했다. 2006년에 처음 총리로 취임한 아베는 2007년 1월 연두 기자 회견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유형별 연구를 하겠다며 개헌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했고 1차 아베 정권은 9월 붕괴했다.
2012년 12월 총선거에서 자민당 승리로 총리직에 복귀한 아베는 다시 도전했다. 아베는 2012년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부인하는 듯 한 발언을 하며 역사 수정주의적 역사 인식을 드러냈다. 아베는 2013년 12월26일에는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참배를 단행해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불렀다.
아베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 헌법 해석을 변경했다. 아베 내각은 2014년 7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기 위한 헌법 해석을 인정한다는 내각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전후 일본이 헌법에 기초해 유지해왔던 평화주의에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변화였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과 국가 노선의 대전환' 논문에서 "아베 총리는 탈 전후 레짐을 주창하며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용인함으로써 통상국가 일본으로부터 이탈하는 장대한 국가노선의 변경을 추진했다"고 평했다.
아베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베 정부는 2015년 4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과 9월 안보법제 정비를 통해 자국 존립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직접적인 무력 공격이 없더라도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해 무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일본은 일본 방위 정책 근간인 전수 방위 원칙을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지 70년 만에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이 때 제·개정된 안보 관련 11개 법에 따라 일본은 자국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태라고 판단되는 경우 미군뿐만 아니라 타국 군에도 지리적인 제한 없이 급유와 탄약 지원 등 후방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재외 일본인에 대한 자위대의 구출 활동, 자위대와 함께 행동하는 미군·외국군에 대한 방호, 국제 평화유지활동(PKO)에서 안전 확보·출동 경호 임무 추가 등 자위대 임무와 활동 범위가 확대됐다.
이후에도 아베는 쿼드(Quad)를 통한 미일 군사 동맹 강화, 정보보호법 통과를 성사시켰다. 그는 방위력 증강을 위해 방위성을 방위청으로 승격시키는 등 일본 재무장을 진두지휘했다. 아베는 이번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에서 2%로 상향하는 방안, 적 기지 공격 능력 법제화와 방위력 증강 방안 등을 적극 추진하는 등 생의 마지막까지 일본 보수 우익 구심점 역할을 했다.
아베는 헌법 개정을 '일생일대의 라이프 워크'라고 외쳤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 헌법 9조에 자위대를 군대로 명기함으로써 자위대 위헌론을 종식시키려는 아베의 꿈은 그의 생전에는 실현되지 않았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가 아베의 유지를 받들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는 올 연말까지 일본 외교안보정책 장기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이 4월 기시다 총리에게 제출한 '새로운 국가안전보장전략 등의 책정을 위한 제언'에는 방위력 강화, 반격능력 보유, 방위비 증액 등이 포함됐다.
유지아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는 '일본 평화헌법의 공동화(空洞化)와 자위대' 논문에서 "전후 일본은 자위대 존재를 보편화하고 그 필요성에 국민적 합의를 확립시키려고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 왔다"며 "대부분의 일본인이 헌법 9조와 자위대 존재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느끼지 않게 된 것은 이 군사화의 결과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아베 치하에서 전쟁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난 자위대는 어떤 존재고 현재 어느 정도 전력을 갖추고 있을까.
자위대의 전신은 경찰예비대다. 2차 대전 패전 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일본 정부는 연합국군총사령부(GHQ)의 지시로 7만5000명 규모 경찰예비대를 조직했다.
1954년 자위대법이 제정됐다. 이 법 3조에 적힌 임무는 '자위대는 우리나라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고, 국가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직접 침략 및 간접 침략에 대해 우리나라를 방어할 것을 주요한 임무로 하며 필요에 따라 공공의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것으로 함'이다.
아베의 야심으로 자위대는 현재 상당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
육상 자위대는 2018년 4월 사·여단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운용하기 위한 육상총대를 신설했다. 조어도(센카쿠·댜오위다오) 인근 도서에 연안 감시대와 지대함·지대공 미사일 부대를 배치했다. 수륙 양용 작전을 전담하는 수륙 기동단이 창설됐다. 새로운 영역에서의 작전 능력 강화를 위해 육상총대 산하 사이버 부대와 전자파 작전 부대가 편성됐다.
해상 자위대는 내년까지 호위함을 47척에서 54척으로, 이지스함을 6척에서 8척으로 증강하는 한편 고정익 초계기는 P-1 신형 초계기 위주로 65대를 유지할 예정이다. 초계 헬기는 76대에서 80대로, 잠수함은 16척에서 22척으로 증강될 예정이다. 이즈모형 구축함은 F-35B 스텔스 전투기가 탑재 가능하도록 개조됐다.
항공 자위대는 2014년 4월 오키나와에 조기경보기(E-2C) 부대인 경계 항공대를 창설하고 2016년 1월 F-15 전투기 비행대를 증편했다. F-35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 기존 42대에서 단거리 이륙·수직 착륙이 가능한 F-35B 42대 등을 포함해 모두 147대로 늘었다. 2020년에는 예하에 우주 작전대가 편성됐다.
장혜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전문연구원은 '일본 전략3문서 개정 방향 전망: 자민당 정책제언 분석' 보고서에서 "일본의 방위비 규모는 2020년 기준 약 50조원으로 전 세계적으로는 9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향후 5년 동안 GDP 대비 2% 수준으로 조정한다고 하면 연간 약 10조원씩 추가 조달을 통해 2027년경에는 약 100조원이 넘는 방위비를 지출하게 되며 이는 대략 세계 3위의 방위력 규모를 갖게 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자위대의 이 같은 전력 증강은 20세기에 식민 지배를 당했던 한국과 중국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이유로 한반도 사태에 개입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2015년 생긴 신안보법에 따르면 일본 스스로 존립 위기 사태로 판단할 경우 한국 동의가 없어도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다.
나아가 병참(탄약보급, 발진대기 중인 전투기에 대한 급유)을 위해 상륙한 자위대를 상대로 북한이 공중 폭격을 하면 일본은 무력 공격을 당했다고 판단하고 전투에 돌입할 수 있다.
일본이 북한을 겨냥해 적 기지 공격론을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적 기지 공격론이란 북한이 미국 등을 미사일로 공격할 징후가 있을 경우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활용해 북한 미사일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 일본은 항공자위대 F-2 전투기에 레이저 유도형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탑재하고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를 도입하는 등 준비를 해왔다.
2015년 4월에 합의한 미일 신가이드라인에는 한국 동의 없이는 자위대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기기는 했다. 그러나 한반도 사태 위기 수준이나 성격에 따라서는 이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않을 여지가 있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에서 전쟁 등 유사시가 되면 한국군 전시 작전권은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 지휘를 받는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이전된다. 그와 함께 거의 자동적으로 주일미군, 나아가 자위대가 개입된다.
이를 위한 미일 간 작전 계획도 이미 마련돼 있다. 1963년 세워진 미쓰야(三八)계획은 북한으로부터의 침략이 있을 경우 미군에게 자위대 지휘권을 이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엔군 사령부(유엔사)가 한미일 작전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된다. 일본 본토의 요코스카(해군), 요코타(공군), 자마(육군), 사세보(해군)의 4개 기지와 오키나와의 가데나(공군), 화이트비치(해군), 후텐마(해병대) 등 3개 기지가 1954년 '유엔군과 일본과의 주둔군 지위 협정'에 따라 유사시 한반도 사태에 활용될 수 있는 유엔사 후방 기지로 지정돼 있다. 유엔사 사령관직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전쟁 발발 시 유엔사를 활용해 한국군과 자위대를 자유롭게 활용하려는 구상을 마련해둔 셈이다. 미국이 '작전상 자위대 상륙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온다면 한국이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을 거부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를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토론회 당시 자위대의 한반도 전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성균관대 재직시절인 2006년 쓴 '한일관계 민주동맹으로 거듭나기'라는 논문에서 "자위대가 주권국가로서의 교전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 영원히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대단히 편협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자위대가 한반도에서 작전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윤석정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반도 유사시 미일 동맹 내 일본의 군사적 역할: 역사적 경위와 제도화 양상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최근 일본의 안보 정책 담론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가 논의되고 있는데 자위대가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까지 보유하게 될 경우 문제가 한층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기섭 부산외대 교수는 '아베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성립과 동북아' 논문에서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존립 위기 사태' 또는 '중요 영향 사태'라고 판단해 관여할 경우에는 한국 정부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지만 북한 지역에서의 작전 활동은 다소 미묘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경주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일본 안보관련법의 위헌성과 한반도 평화' 논문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한국군과 미군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휴전선 인근에서 북한군과 전투를 하게 되고 이를 중요영향사태로 파악한 일본은 한국의 동의를 얻어 자위대의 병참부대를 '현재 전투행위가 벌어지지 않는' 부산 등에 상륙시켜 후방 지원을 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평화헌법의 위반 문제' 논문에서 "과거 식민지라는 악몽의 역사를 가진 한국인으로서는 이러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어떤 명분으로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며 "일본 주변 유사시에 한국 주권과 관련된 내용은 반드시 한국과 협의하도록 사전협의 조항을 법제화하는 등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한반도의 불행한 역사가 두 번 다시 반복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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