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시대②]외환보유고 줄었는데..한·미 통화스와프 향방은
기사내용 요약
정부 "외환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논의 할 것"
비공식적으로 통화스와프 논의 가능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은 낮을 듯
이창용 "한국만 별도로 통화스와프 체결 못해"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오는 19일 한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 등에 대해 물밑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5일 1326.1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2009년 4월29일(1340.7원) 이후 1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는 올 상반기 들어 지난해 말과 비교해 9.21% 하락했고, 달러 가치는 9.46% 올랐다. 올 들어 달러는 전세계적으로 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4일(현지시간) 20년 만에 109선을 넘었다.
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지만 환율 방어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글로벌 강달러 현상으로 인해 원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 당국이 달러 매도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도 큰 폭 줄었다. 하지만 달러 매도에도 불구하고 약발은 전혀 안 듣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올 들어 3월(-39억6000만 달러), 4월(-85억1000만 달러), 5월(-15억9000만 달러), 6월(-94억3000만 달러) 등 4개월 동안 234억9000만 달러가 줄었다. 외환보유액이 단기간 이 정도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에 외화가 부족해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 시장 안정을 위해 사용하는 등 대외 지급결제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경우 정책 여력이 줄어들어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시 변동성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안정적인 환율 방어를 위해 또 다른 안정 장치인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와 체결했던 600억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됐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다. 미 달러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9%를 넘어서는 등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위기 국면에서 외화자금 조달이 급할 때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통화스와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등 위기 때마다 원화 급락세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2008년 10월 30일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427.0원)보다 177원 급락했다. 2020년 3월 19일 미국과 600억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을 발표한 직후 달러화 자금 조달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다음날 코스피가 7.4%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은 3.1% 하락하는 등 국내 금융·외환시장이 즉시 반응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재추진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외환시장과 외화자금시장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경우 채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확충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유사시 신속하고 원활한 긴급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재개할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오는 19~20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이를 계기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에 대한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옐런 미 재무 장관은 1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통화스와프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의결하는 사안인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공식적으로 거론되기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외환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공식적인 논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스와프는 양국 중앙은행간 의결하는 사안이고 권한 밖의 일이기 때문에 미 재무부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에 대해 논의가 있을 수는 있어도 공식적으로 논의하거나 하기는 어렵고 외환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의제로 제안하기는 어렵겠지만, 통화스와프 체결의 필요성 등에 대해 비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13일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는 미국 재무부의 업무가 아니고 연준의 역할이기 때문에 옐런 장관과 한미 통화스와프를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다만 지난번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때 양국간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기로 한 만큼 그것(외환시장 안정)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추 장관과 옐런 장관 사이에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한·미 정상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질서있고 잘 작동하는 외환시장을 포함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증진하기 위해 양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통화스와프가 비공식적으로 논의되더라도 실제 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연준의 동의 없이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닐 뿐더러 우리나라와만 체결할 경우 형평성 등의 문제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국 재무장관이 통화스와프를 논의한다고 해도 미 연준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체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우리 입장에서 급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다른 국가들도 있는데 우리나라 하고만 체결해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2008년이나 코로나19때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렸을 당시 미국 연준이 상시 통화스와프를 갖고 있는 금융 허브인 국가를 빼고 한국을 포함한 9개 이머징 국가를 대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통화스와프는 한국만의 시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시각에서 논의 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만 별도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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