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센카쿠 열도 도발하는 노림수는 따로 있다
영토 분쟁 재개되면 대만은 중국 편에 설 수밖에 없어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1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피격을 당해 사망한 7월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조전을 보냈다. 조전은 중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하되 개인 명의로 했다. 시 주석은 아베 전 총리가 변을 당한 데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또한 "아베 전 총리가 총리 재임 중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유익한 공헌을 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에 그치지 않고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에게도 조전을 보내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2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중국 SNS에서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 했던 아베가 인과응보를 당했다"며 환영했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은 아베를 죽인 저격범을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여기에 덧붙여 중국인들은 아베가 벌였던 '악행'으로 2012년 8월 일본 자민당 의원들을 사주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방문을 시도해 자국 영토를 침범하려 했던 점을 꼽았다. 또한 총리에서 퇴임한 뒤 중국을 강력히 비판해 왔고, 대만을 적극 지지해 왔던 행적도 지적했다.
이렇듯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두고 중국 최고지도자와 인민들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사실 시 주석에게 아베 전 총리는 괜찮은 외교 파트너였다. 이는 중·일 관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아베가 두 번째로 총리가 됐던 2012년은 양국 관계가 가장 악화됐었다. 4월 도쿄도 지사였던 이시하라 신타로는 센카쿠 열도를 구입해 도쿄에 편입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센카쿠의 일부 섬을 개인이 소유했는데, 이를 사서 시유화하려는 것이었다. 이시하라의 계획은 중국을 자극했고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 군함도 센카쿠 열도에 첫 진입
이런 와중에 그해 8월 자민당 일부 의원이 태평양전쟁에서 죽은 희생자를 추모한다며 센카쿠 열도를 방문하려 했다. 이에 분노한 중화권 시민단체 활동가 5명이 먼저 센카쿠에 상륙했다. 중국인·홍콩인·대만인이 골고루 참여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상륙하면서 중국과 대만 국기를 모두 흔들었고, 중국과 대만 국가를 함께 불렀다. 이 과정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따라서 중국인들과 대만인들은 "제3차 국공합작으로 댜오위다오를 되찾았다"며 환호했다. 하지만 센카쿠를 실효 지배 중인 일본은 이들을 즉각 체포했다.
그로 인해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대규모 반일 시위가 벌어졌다. 도시마다 수천 명의 중국인들이 거리로 나와 "댜오위다오는 중국 것"이라고 외치며 일본을 규탄했다. 일부 시위대는 일본 식당과 일제 차량을 부수는 등 과격 양상도 보였다. 시위는 2주여 동안 계속 되다가 일본이 활동가들을 풀어주면서 잦아들었다. 그러나 9월 일본정부가 개인 소유였던 섬을 구입하여 센카쿠 열도 전체의 국유화를 선언하면서 대륙이 다시 들끓었다. 마침 1931년 일본군이 만주를 침략한 만주사변 기념일과 겹치면서 중국 전역에서 반일 시위 물결이 일어났다.
그 뒤 몇 주 동안 지속됐던 대규모 반일 시위로 일본인과 일본기업은 중국에서 정상적인 생활과 비즈니스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상점과 일본기업이 영업하는 매장에 대한 공격과 파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륙 전체를 흥분시키는 반일 열기는 이듬해까지 지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12월에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아베 신조는 다시 총리가 됐다. 2013년에 들어서도 두 나라는 센카쿠 열도를 두고 충돌했다. 8월에는 중국 해안경비선 4척이 센카쿠 해역에서 일본 순시선과 어선을 쫓아내는 해상 시위를 벌였다.
이에 뒤질세라 일본은 중국의 센카쿠 열도 상륙에 대비해 자위대의 탈환 훈련을 실시했다. 12월에는 아베 총리가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여 양국 관계는 더욱 얼어붙었다. 그러나 2014년 APEC 정상회의 등 중국에서 열린 다자회의를 매개로 아베 전 총리는 중국을 계속 방문했다. 2018년에는 일본 총리로는 7년 만에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이 같이 아베는 집권 2기(2012~2020) 동안 시진핑 주석과 9차례 만나 정상회담을 가지거나 대화를 나누었다. 역대 중일 최고지도자의 만남으로는 가장 많은 횟수다.
그렇기에 아베 전 총리 집권 후기의 중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안정됐다고 평가받았다. 시 주석이 "아베 전 총리가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칭송하는 이유다. 하지만 총리직에서 퇴임한 이후 아베 전 총리는 중국을 비난하며 대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래서인지 대만은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어느 나라보다 슬퍼했다. 지난 11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타이베이에 차려진 아베 전 총리의 분향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같은 날 라이칭더 부총통은 일본을 방문해 아베 전 총리의 자택을 찾아 조문했다.
1972년 일본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이래 대만 최고위 관료의 첫 일본 방문이었다. 또한 대만정부는 모든 관공서와 학교에 조기를 게양했다. 이런 대만과 일본의 밀착을 중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매개로 일본과 긴장을 고조시켜 왔기 때문이다. 이는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속되는 신(新)냉전 체제와 관련 있다. 중국은 러시아를 제재한 미국과 서구에 맞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긴밀히 해왔다. 먼저 유럽으로 수출이 막힌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대부분을 흡수했다.
6월23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미국과 서구가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대항해서 중국과 러시아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세력 확장을 선언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의에는 기존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5개 회원국 외에 13개국이 참가했다. 이처럼 미·일·서구와 중·러 간 대립 양상이 깊어진 7월4일 러시아 해군의 프리깃함이 센카쿠 해역을 진입했다. 비록 태풍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러시아 군함이 센카쿠 열도에 들어선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수십 분 뒤에는 중국 해군의 프리깃함도 진입했다.
일본, '러시아와 중국이 함께 기획한 도발'로 의심
중국은 러시아 군함을 감시하려 했다고 발표했지만, 센카쿠 열도를 실효 지배하는 일본으로선 황당한 일이었다. 일본은 이를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기획한 도발로 보고 있다. 두 나라가 해군 군함을 보내 일본 열도를 포위하는 듯한 작전까지 펼쳤기 때문이다. 6월12일 중국은 1만2000톤급 최신예 구축함이 이끄는 함대를 대한해협으로 진입시켜 홋카이도 해역을 지나 태평양을 돌아서 오키나와 인근까지 항해시켰다. 3일 뒤 러시아 함정 7척은 홋카이도 해역에서 태평양을 따라 이동한 뒤 오키나와 남서부를 지나 대한해협을 통과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대만은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고리로 일본과의 연대를 무너뜨릴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5월 대만 정보기관 수장인 천밍퉁 국가안전국장은 "중국에 완전 통일은 댜오위다오까지 되찾는 것이기에, 댜오위다오에서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한 대학교수도 필자에게 "댜오위다오를 두고 중국과 일본이 싸우면 대만이 아주 난처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댜오위다오가 중화의 영토라는 건 대만도 같은 입장"이라며 "댜오위다오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대만인들은 중국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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