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지역경제] 전국 최초 공동체 순환형 지역화폐 '부여 굿뜨래페이'
"지역 소상공인 매출 20∼30% 증가"
(부여=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굿뜨래페이 발행 이후 매출이 20% 이상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결제 수수료가 없는 게 너무 좋습니다."
충남 부여군 대표 전통시장인 부여중앙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박모(63) 씨는 지난 15일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어려운 요즘 굿뜨래페이 덕분에 밥 먹고 산다"며 이렇게 말했다.
은산면에 사는 농민 정모(59) 씨도 "농민수당으로 받은 굿뜨래페이로 옷도 사고 식사도 한다"며 "굿뜨래페이를 사용하면 10% 충전 인센티브 등 경제적인 이득은 물론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부여군이 발행한 지역화폐 굿뜨래페이가 주목받고 있다.
골목상권 활성화 등 경제적 순기능은 물론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는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여군은 침체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9년 12월 카드와 모바일 등 2가지 형태의 굿뜨래페이를 발행하고, 농민수당 75억원을 이 페이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코로나19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여성농업인행복바우처, 결혼정착지원금 등 각종 정책자금도 이 화폐로 주고 있다.
군의 적극적인 발행으로 사용자가 빠르게 늘면서 지역 상권에 안착해 현재 군 전체 인구의 91%, 경제인구의 99%가 굿뜨래페이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발행액은 2천641억원이다. 충남 15개 시·군 중 인구는 하위권인데, 지역화폐 발행액은 상위권에 있다.
가맹점은 음식점, 카페, 마트, 주유소, 병원, 약국 등 3천191개에 이른다.
굿뜨래페이의 가장 큰 특징은 전국 최초의 공동체 순환형 지역화폐로, 순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다.
이 페이는 가맹점 간 재사용이 가능한 순환형으로 설계됐다.
다른 지역화폐는 사용하면 '원'이란 법정화폐로 환전돼 외부로 유출된다.
일례로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지역화폐로 결제하면 업주는 이를 '원'으로 변환해 사용해야 한다.
반면 굿뜨래페이는 가맹점 간 재사용이 가능하다.
가맹점주가 물품 판매 대금으로 받은 페이를 원으로 바꾸지 않고 다른 가맹점에 가서 물품을 구매한 비율이 10%에 육박한다.
굿뜨래페이 발행 이후 총 이용금액 2천780억원 중 9.5%인 265억원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에서 재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굿뜨래페이 100억원을 발행했다고 가정하면 9.5%를 지역에서 재사용해 지역 경제권에 109억5천만원이 유통되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굿뜨래페이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지역화폐와는 달리 결제 수수료가 없다는 것이다.
외부 카드사의 카드망을 사용하는 다른 지역화폐와 달리 자체 개발한 QR코드와 NFC 휴대전화 결제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보통 카드사에 지역화폐 운영을 위탁할 경우 이용금액의 0.7∼1.6%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지역화폐 이용금액이 2천억원이면 16억∼30억원이 카드 수수료로 빠져나간다.
이 수수료는 가맹점이 부담하거나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별도의 예산을 세워 충당해야 한다.
서인석 군 지역공동체활성화재단 팀장은 "굿뜨레페이의 이런 장점 덕분에 지역 소상공인 매출이 발행 전보다 20∼30% 정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굿뜨래페이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출향인사 참여 기능에 이어 랜덤 인센티브 기능도 탑재됐다.
출향인사 참여 기능은 출향인사가 굿뜨래페이에 가입하면 해당 출향인사와 추천인에게 각각 5천원 상당의 굿뜨래페이를 주는 것이고, 랜덤 인센티브는 굿뜨래페이를 사용한 소비자를 선별해 일정 금액 내에서 무작위로 보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굿뜨래페이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각종 상도 잇달아 받고 있다.
군은 거버넌스센터가 주최한 '2020 거버넌스 지방정치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경기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2020 전국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공약)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도 최우수상을 받았다.
군은 농산물 유통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 1월 설 연휴 전까지 '굿뜨래페이 기반 직거래 플랫폼'을 구축, 운영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이 본격 운영되면 대농은 물론 소농도 자체 생산한 농산물을 도시민과 직거래해 유통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굿뜨래페이 발행 직후 사용이 익숙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하는 군민이 적지 않았지만, 이후 적극적인 소통으로 군민 전체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냈다"며 "앞으로 굿뜨래페이를 더욱 고도화해 침체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sw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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