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새 먹거리 '자발적 탄소배출권'..중대형사 잇따라 진출

황두현 기자 2022. 7. 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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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 4일 업무 개시..NH·KB증권 금감원 신고 마쳐
정부 주도 배출권 시장 대안.."투자주체 넓고 중요성 부각돼"
인천 서구 오류동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2020.12.30/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자발적 탄소거래시장이 증권사의 새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증시 부진으로 리테일 시장이 축소되면서 정부와 기업 주도의 거래 시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외시장 진출에 나섰다.

비교적 규제가 덜하고 시장 확장성이 커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가 있지만, 투자 주체가 검증되지 않아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 SK증권, 중형사 첫 진출…5개 증권사 참전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 4일부터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업무'를 시작했다. 증권사 중 세번째이자, 자산 2조원미만 중형사 중에는 처음이다. 지난 13일에는 금융감독원에 부수업무 신고를 마쳤다.

SK증권 관계자는 "비규제 시장의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 개발자들과 기업 간 중개업무를 영위할 것"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도 같은 날 부수업무 신고를 마치고 오는 8월1일부터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진출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5월 운용사업부 내에 탄소금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농협그룹 내 농축산업 관련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탄소배출권 시장을 파악해왔다.

박건후 탄소금융TF 팀장은 "자발적 시장 내에서 축적된 발행과 유통 노하우를 토대로 걸음마 단계인 국내 자발적 탄소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 선구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KB증권도 지난 1일 금융감독원에 업무 등록을 마치고 내달부터 사업을 시작한다. 지난 3월 하나증권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뛰어든 이후 한국투자증권이 가세했고, 증권사들이 잇따라 가세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은 별도의 인허가를 받지 않고도 보고만으로 중개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며 "초기 의견을 밝힌 곳 말고도 계속해서 사업자들이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 배출권 수요 늘며 시장 커져…투자주체 불분명 반론도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은 탄소배출 감축의무가 없는 기업, 기관, NGO(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주체가 자율적으로 ESG경영 강화나 대외이미지 제고 등을 목적으로 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정부가 지정한 기업만 한국거래소에서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규제적' 시장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국내 20개 증권사가 참여하는 거래소 탄소배출권 시장은 배출규제 대상 기업이 의무할당량을 초과하면 아직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기업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살 수 있도록 중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선정되지 않은 주체는 거래가 제한되고, 거래규모 자체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2020년 연간 거래양은 2000만톤으로 전체 배출한도(5억6000만톤)의 3.7%에 불과했다.

사업 구조에도 차이가 있다. 규제 시장은 할당된 배출권 중개와 상품 개발·판매 위주로 이뤄진다. 반면 자발적 시장은 신규 공급 능력이 중요해 증권사가 친환경에너지 기업 투자로 배출권을 새로 창출하고, 고유 자산으로 구매한 배출권을 사고파는 자기매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11월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11.2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증권사들은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따라 자발적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대비 40%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성지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3월 '자발적 탄소시장의 부상과 금융회사의 신규 사업기회 검토' 보고서에서 "ESG경영 강화, 탄소절감 노력 확산으로 배출권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자발적 탄소시장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가 구체적으로 파악된 적이 없고, 거래 주체도 명확하지 않은 만큼 증권사의 수익원으로 거듭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금융권 탄소배출권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중개를 위해서는 투자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격 변동을 통해 가치가 형성된 시장 필수적"이라며 "국가 주도로 거래소에 형성된 것과 달리 자발적 시장은 유통시장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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