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의 '파격 소통'..도어스테핑의 득과 실[영상]
역대 대통령 누구도 시도 못한 파격…진정성‧투명성 상승 효과
주요 현안 관련 정쟁 계기로 작용…최고 권력자 '감정' 노출 약점
전문가들, 인위적 개선은 불필요…유머‧위트 및 담백한 답변 필요성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후 약 두 달 간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약식 기자회견) 형식의 파격적인 소통 행보를 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고 권력자가 직접 나서면서 소통의 진정성‧투명성이 높아졌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대통령이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사례가 등장하면서 외려 정쟁의 소재로 작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접' '거의 매일' 소통 나선 윤 대통령…'가성비' 우려에도 결단
최고 권력자인 현직 대통령이 '직접' 그리고 '거의 매일' 취재진과 얼굴을 맞대고 현안 관련 질의‧응답을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검찰 재직 시절부터 특유의 정면돌파 스타일을 선보였던 윤 대통령이라 다소 위험을 감수하고도 도어스테핑이라는 파격 행보를 이어올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도어스테핑 초창기만 해도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청와대 재직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새해 기자회견이나 특별한 이벤트를 제외하곤 라이브로 진행되는 질의‧응답에 되도록 나가선 안 된다"며 "각본 없는 상황을 잘 소화한다고 해서 솔직히 얻는 건 별로 없지만, 자칫 실수라도 하면 타격은 막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도어스테핑의 '가성비'가 낮다는 점을 모두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결단은 더욱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도어스테핑, 두 달 결산해보니…'전임 정권' 언급 논란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에서 욕설과 고성 등 시위에 대해선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라고 일축했고, 8일엔 검찰 편중 인사 지적에 대해 "과거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도배되지 않았나"라고 맞받았다.
21일에는 전임 정권 시절 발생한 탈북 선원 북송 논란에 대해 "북송을 시킨 것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하고 문제제기를 많이 했다"고 윤 대통령이 직접 진상 규명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23일 출근길에선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대해 "어떻게 보면 국기문란일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장관 후보자 관련 자질 논란이 일자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후보자 중 훌륭한 사람을 봤나"라고 반문하며 야당을 자극했다. 지난 8일 외가 6촌 동생의 대통령실 임용에 대해선 "제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캠프 그리고 우리 당사에서 공식적으로 함께 선거운동을 해온 동지"라고 옹호성 발언을 내놓으며 또 다른 파장을 낳았다.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지인 동행 논란이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 징계 사태 등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이 구체적인 답변으로 직접 매듭을 짓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일면서 지난 11일 중단됐던 도어스테핑은 하루 만에 재개된 상태다. 참모진들은 재확산 사태를 계기로 도어스테핑에 대한 중간 점검과 함께 형식 변경 등까지 계획했지만, 윤 대통령이 기존처럼 강행하며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전문가들, 도어스테핑 보완 주문…"투명성 확대" "차분한 대응"
반면, 윤 대통령이 일부 민감한 현안에 대해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거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최고 권력자가 특정 현안에 대해 감정이 투영된 답변을 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정쟁의 불씨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6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참모들 입장에선 여야 협상 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강성 발언을 내놓을 때 조마조마한 경우가 많다"며 "윤 대통령의 특유의 시원시원한 스타일이 지지자들에게는 좋게 보이지만, 반대 세력이 볼 땐 굉장히 독단적인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례없는 도어스테핑 실시를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내부에선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 시절 초창기에 도어스테핑을 계획한 참모들은 외교‧국방‧경제 등 굵직한 현안들을 두고 윤 대통령이 언론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대신 인사 문제나 여야 협상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주제들은 대통령실 대변인단이 소화하는 등 이원화 전략을 구상했지만, 변수가 발생하면서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방향을 국민들에게 직접 제시하고 소통하면서 장기적으로 '좋은 문화'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대변인단에서 현안 등에 대한 대처가 잘 안 되다보니, 결국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자잘한 현안 위주의 질의응답으로 채워지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전문가들은 초기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보다는 수정‧보완해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도어스테핑의 가장 큰 장점은 윤 대통령이 직접 소통에 나서면서 구중궁궐에 숨어 있던 역대 대통령들과 차별화된다는 점"이라며 "초반에 잡음이 있다고 해서 횟수를 줄인다거나 질문을 제한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소통의 폭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필요하다면 참모들과 사전 회의를 통해 최대한 감정적인 부분은 드러내지 않는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대체로 유머와 위트가 빛나는 답변이 필요하고, 중요한 현안에 대해선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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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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