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견제 '반도체 칩4 동맹' 요청에 韓 어떤 해법 있을까

문창석 기자 2022. 7. 17.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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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까지 참석 여부 통보해달라"..中 반도체 견제 포석
대중 반도체 수출비중 50%..美中사이 '줄타기' 필요성↑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경제산업 분야로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한국에 '다음 달까지 반도체 동맹 참여 여부를 결정하라'고 요청했다.

앞으로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정부와 기업은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17일 외신 및 재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에 "지난 3월 제안했던 칩4 동맹 첫 회의에 대한 참석 여부를 8월까지 통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칩4 동맹'은 미국 정부가 내놓은 구상이다. 바이든 정부는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반도체 설계에 강점이 있는 미국의 주도 아래 반도체 생산 강국인 한국·일본·대만을 묶어 4개국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여기에는 중국이 빠져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해 현재 글로벌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을 견제하고 차세대 기술 패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5월20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미국이 이렇게 반도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주요 산업의 핵심 부품이라서다. IT기기·자동차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까지 첨단 반도체를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성패가 달려있다. 특히 반도체는 무기·우주항공·첨단무기 등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미국은 냉전 시대에도 소련의 반도체 기술 습득을 철저히 막으면서 당시 소련 전투기인 '미그-25'에 반도체 대신 진공관이 쓰이기도 했다. 산업·안보 모든 측면에서 잠재적 위협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견제는 필연적이라는 얘기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을 반도체 분야에서 고립시키기 위해선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국인 한국을 중국의 영향에서 떼어놓는 게 필요하다. 지난 5월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도착 즉시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 공장으로 이동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으며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의 경제안보 협력'이 3대 의제 중 하나였다. 그동안 군사 동맹에 방점이 찍혔던 한미 관계를 '경제안보 동맹'으로 확장하겠다는 행보다.

그 결과가 통상 분야에선 지난 5월 한국이 참여를 선언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였으며 기술 분야에선 최근 참여를 요청받은 '칩4 동맹'이다. 방한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처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 회복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며 중국을 겨냥하는 동시에 자국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정책에서의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입장에서도 미국은 군사·안보 동맹국인 동시에 미국 사업 확대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 중요하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동맹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반도체 협력은 필수라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은 미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로부터 수주받아 위탁생산(파운드리)하고 있는 만큼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서 소외된다면 반도체 산업 자체가 꺾일 수도 있다.

반도체 칩을 들고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다만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는 건 우려되는 점이다. 특히 현재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이 40~5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서 손을 놓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이 칩4 동맹에 가입한 이후, 미국 정부가 반중(反中) 정책을 더욱 확대하거나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우리와 거래하려면 미국 의존도를 낮추라'고 압박할 경우 상황이 매우 복잡해질 수 있다.

중국의 위협과 견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중국의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영상회담에서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말했다. 관영 매체를 통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방한에 대해 "한국이 무조건적으로 미국의 편에 서는 것은 한국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재계에선 미국과의 동맹은 필수지만 현재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라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상황에선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미국과의 동맹 강화만큼 중요한 숙제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중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바이든 방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동맹 강화에 따른 한중관계 악화 우려에 대해 "굳이 제로섬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4일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칩4 동맹' 관련 질문에 "현재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 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고난에 처하지 않으려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줄타기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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