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기업실적 우려 고조..고평가 논란 재점화하나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비록 올 하반기까지 순익이 계속 늘기는 하겠지만 팬데믹 이후에 보였던 급속한 순익 증가세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적 증가세가 둔화되면 그동안 애널리스트들이 내놨던 기업실적 전망이 대대적으로 하향 조정돼야 하고, 이에따라 향후 실적 예상치를 바탕으로 이뤄진 주식 밸류에이션이 고평가 영역으로 다시 들어가 또 한 차례 주식시장에 매도 찬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 순익성장세 둔화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이하 현지시간) 데이터제공업체 IBES와 리피니티브를 인용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편입 기업들의 2분기 순익 증가율이 전년동기비 6%에 그쳤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까지의 두자릿수 증가세에서 크게 후퇴한 수준이다.
다만 3분기에는 순익증가세가 11%로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충격에도 불구하고 유럽 기업들의 실적전망은 이보다 좋다.
스톡스유럽600 지수 편입 기업들은 2분기 순익이 1년전보다 22%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함정이 있다.
스톡스유럽600지수는 2분기 유가 폭등의 혜택을 톡톡히 본 에너지 업체들의 비중이 더 높다.
3분기에는 순익증가율이 2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 ' 환상의 세계'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이 같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을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예상과 기업전망 흐름이 점점 맞지 않고 있는데다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업들의 전망 등 거시경제 흐름이 불길한 조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프리미어밀턴인베스터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닐 비렐은 "순익 하향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은 '환상의 세계(cloud cuckoo land)'를 가정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JP모간 산하 프라이빗뱅크의 유럽 주식전략 책임자 그레이스 피터스도 기업 경영진이 이번 실적시즌에서 아마도 기업여건이 악화하고 있다고 "인정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 PMI 하강
기업들의 향후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실적이 악화하고 있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JP모간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집계하는 글로벌 제조업 PMI는 지난달 들어 22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로열런던자산운용의 다중자산부문 책임자 트레버 그리덤은 "대개 기업의 자신감(PMI)이 하락하면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한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아직까지 통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하향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뉴욕증시 특히 취약
올들어 전세계 주식시장은 급락세를 타고 있다.
개도국과 신흥국 주식시장까지 더한 주식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FTSE전세계지수는 20% 넘게 급락했고, 뉴욕증시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S&P500지수는 19% 하락했다. 유럽시황 지표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16% 내렸다.
그러나 일부 투자전략가들은 이 같은 주가 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업 실적 둔화 흐름이 주가에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특히 미국 주식시장이 취약하다고 판단했다. 옥스퍼드는 분석노트에서 높은 인플레이션 등의 여파로 미 기업들의 마진이 좁아지고, 비용 압박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미 주식시장이 "실적 실망에 가장 취약하다"고 결론 냈다.
지난주 실적을 공개한 JP모간체이스, 모간스탠리, 블랙록 등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공개한 바 있다.
■ 강달러, 인플레이션
에버코어ISI, 오펜하이머 등이 올해 S&P500지수 목표치를 하향조정하는 등 투자은행들이 실적둔화 가능성을 이유로 속속 비관으로 돌아서는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 하반기에 S&P500지수가 3000까지 밀릴 수 있다고 비관했다.
미 달러 초강세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실적전망이 하향 조정되면 주가 폭락 속에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낮아진 기업 밸류에이션 지수인 주가수익배율(PER)이 더 뛸 수 있다.
분모인 미래 실적전망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 인텔 등은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 시장에 의존한다.
강달러가 이들의 순익 증가세에 충격을 주고 이에따라 향후 실적전망이 하향 조정되면 PER이 다시 뛰면서 주가가 고평가 논란에 빠져들 수 있다.
이같은 주가 고평가 논란은 주식시장을 또 한 차례 급락세로 몰고갈 수 있다.
한편 지난주 JP모간을 시작으로 미국의 2분기 실적시즌이 시작됐지만 금융사들이 아닌 일반 기업들의 본격적인 실적발표는 이번주에 시작한다.
19일에는 넷플릭스, 20일에는 테슬라가 장 마감 뒤 실적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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