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에 주담대 7% 성큼, 집값은 흔들..영끌족 '하우스푸어' 전락 우려
견고하던 집값도 2개월째 하락 '흔들'..20·30대 영끌 취약차주 타격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지난해 고심 끝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끌어모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산 30대 A씨는 요즘 이자 부담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미 연초 대출금리가 한차례 올라 매월 갚아야 할 원리금이 수십만원 늘었는데, 한국은행이 이달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것)까지 단행하면서 빚 부담이 더 불어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계속 오를 줄만 알았던 집값은 하락 전환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지난주 '빅스텝'을 단행한 이후 은행권 상담 창구와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출금리에 대한 문의와 원리금 상환 부담을 토로하는 게시글과 문의가 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단번에 0.50%p(빅스텝)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연 2.25%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4년 8월 이후 7년11개월 만이다. 빅스텝뿐만 아니라 한은이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7월까지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은에 따르면 이번 빅스텝으로 인해 연간 가계 이자부담은 6조5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기준금리 인상폭인 1.75%p를 반영하면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액은 연간 22조8000억원에 달한다. 차주 1인당으로 따지면 연간 114만1000원 이자가 늘어난 셈이다.
실제 차주들이 짊어질 이자 부담액은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등 준거금리에 은행 마진이 반영된 가산금리를 더해 책정되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고금리는 고정형이 6.14%, 변동형이 6.13% 수준(13일 기준)까지 올랐다.
한국은행은 올해 남은 세 차례 금통위에서 0.25%씩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를 연내 3%까지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출금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분만큼만 올라도 주담대 최고금리는 연 7%를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4억원을 연 4% 금리(3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로 빌린 경우 대출 초기 월이자 부담은 130만원(연간 약 1560만원)이었다. 원금을 합친 원리금은 19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연 7%로 오르면 월이자는 230만원(연간 약 2760만원)으로 늘어난다. 원리금까지 더하면 은행에 매월 270만원 가량을 갚아야 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3240만원으로, 직장인 연봉의 상당 수준에 육박한다. 월급을 고스란히 은행에 내야 하는 셈이다.
설상가상 장기간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던 집값도 올해 들어 꺾이면서 차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4% 떨어지며 7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낙폭도 전주(-0.03%)보다 커지면서 2020년 5월 이후 2년2개월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상 압박으로 인해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경기(-0.04%)와 인천(-0.07%)도 하락세가 지속됐다. 수도권 전체적으로도 0.05% 떨어져 전주보다 낙폭이 커졌다.
그동안 차주들은 대출금리가 오르더라도 집값이 더 많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버텨왔으나, 집값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차주들의 심리적인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저금리 기조에 빚을 끌어다 쓴 20~30대 영끌족이 이번 금리인상기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조사에서 20~30대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475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조2000억원 늘었다. 이중 취약차주 비중은 6.6%로 다른 연령층 평균(5.8%)보다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빅스텝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영끌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현세대는 집을 구입할 때 연 3% 이자로 돈을 빌리면 그 금리 수준이 평생 갈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경제는 언제든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어, 금리가 0~3%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가정하에 경제활동을 하기보다는 위험이 있다는 가정하에 경제 활동하시길 조언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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