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왜 법인세율을 잘못 인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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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노믹스(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중앙정부 법인세만 비교하는 것은 반쪽짜리 오류라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다.
왜 많은 언론은 바로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중앙+지방) 법인세 최고세율이 아닌 중앙정부만을 비교할까? OECD 통계 검색만 해봐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말이다.
둘째, 기획재정부가 언급한 수치, 또는 타 언론이 다수 인용하는 수치를 공식 통계라고 잘못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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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노믹스(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민간 부문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강조한다. 주요한 정책 수단 중 하나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다(25%→22%).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취재진에 “글로벌 경쟁을 해나가는데 OECD 평균 법인세를 지켜줘야 기업이 경쟁력이 있다”라며 법인세 인하 이유를 밝혔다. 즉, OECD 평균보다 낮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OECD 평균보다 얼마나 높을까? 대부분의 언론에 따르면 OECD 법인세 최고세율 평균은 21.5%, 한국은 25%이다(2020년 기준·국회예산정책처 〈2020 조세수첩〉).
이는 팩트는 맞지만 진실이 아니다. 법인이 중앙정부에 내는 명목 최고세율만 따진 수치다. 법인은 중앙정부에도 법인세를 내고 지방정부에도 따로 법인세를 낸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에 납부하는 법인세를 감안해야 경제적 실질에 부합한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법인은 중앙정부에 최고 25%, 그리고 지방 법인세 2.5%까지 총 27.5%를 적용받는다.
일본과 독일의 중앙정부 납부 법인세 최고세율은 23.2%와 15.8%로 한국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지방정부에 내는 법인세까지 합치면 각각 29.7%, 29.9%로 우리보다 더 높다. 미국은 주마다 법인세가 다르지만, 테크 기업이 몰려 있는 캘리포니아주 법인세 최고세율은 무려 8.8%다. 연방 법인세(21%)까지 총 29.8%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 법인세 최고세율만 비교해서 한국이 미국·독일·일본보다 세율이 높다고 주장한다면 경제적 실질과 멀어지게 된다.
이런 오류는 실무적으로 나오기 어렵다. 출처를 보면 거의 ‘국회예산정책처’다. 그런데 이 자료를 보면 ‘중앙정부 기준 법인세 최고세율’ 비교표 바로 다음 페이지 표가 ‘지방세 포함 기준 법인세 최고세율’ 비교표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중앙정부 법인세만 비교하는 것은 반쪽짜리 오류라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다. 왜 많은 언론은 바로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중앙+지방) 법인세 최고세율이 아닌 중앙정부만을 비교할까? OECD 통계 검색만 해봐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말이다.
나만 다르면 안 된다는 ‘오류의 평범성’
첫째,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정파적 주장을 위해 기사의 완성도를 희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정파적 목적으로 인한 왜곡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리라 추측한다. 예를 들어 〈경향신문〉은 OECD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을 21.5%라고 공식화하면서도 정부의 법인세 인하 조치는 부정적으로 기술한다.
둘째, 기획재정부가 언급한 수치, 또는 타 언론이 다수 인용하는 수치를 공식 통계라고 잘못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이 두 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기재부가 OECD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을 중앙정부만의 수치인 21.5%로 언급하면 이것이 공식 숫자라고 착각하게 된다. 기자들은 항상 새로운 기사를 쓰고 싶어 할 것 같지만 의외로 다수 언론이 쓰는 통계 대신 새로운 통계를 쓰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나만 다르면 안 된다는 기묘한 동료 의식(?)이다. 나는 이를 ‘악의 평범성’에 빗대어 ‘오류의 평범성’이라고 표현한다.
셋째,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직접 보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그냥 다른 언론에 있는 통계자료를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이다. 일부 기자들의 나쁜 버릇 중 하나가 타 기사를 재인용할 때 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원출처만 쓰는 경우다. 특히 기재부·국회예산정책처 등 정부기관 자료는 거의 그렇다.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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