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법제처장 "실질적 법치주의 확립 위해 필요한때 尹에 조언할것"

한혜원 2022. 7.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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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과 대학·연수원 동기.."변호인이나 친구라는 점 말고 전문성 봐달라"
"도어스테핑, 소통에 대한 순수한 열정..'생얼굴' 낯설 수 있지만 잘 정리될 것"
지지율 하락에 "두달밖에 안됐으니 지켜봐달라..대통령, 폭넓고 포용력 있는 사람"
"지금 헌법도 제대로 못지킨다..개헌, 국민적 공감대 형성돼야"
이완규 법제처장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이완규 법제처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7.17 kimsdo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이나 친구라는 관점으로 너무 바라보지 말아달라."

이완규 법제처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제처장으로서 어떻게 임무를 잘 수행하는지, 전문성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처장은 '인간 윤석열에 대해 말해달라'는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공정과 상식에 대한 신념이 매우 강하다"고 했다.

1994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한 뒤 23년간 검찰에 몸담은 이 처장은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전문가로 꼽힌다.

2003년 3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재한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이 수없이 검찰에 들어왔다"고 소신 발언을 하는 등 검찰 내부에서는 쓴소리하는 사람, 원칙주의자로 이름이 나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법제처 수장으로 임명되자 정치권에서는 '검찰 출신 측근 발탁', '친윤체제 구축' 등의 해석도 나왔다.

그는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했을 때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검찰을 떠났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감찰과 징계를 당했을 때는 대리인으로 전면에 나섰다.

새 정부 들어 정부 내 법률 해석을 총괄하게 된 이 처장은 인터뷰 내내 정치적 현안 등에 대한 개인 의견을 피력하는 데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다만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취지에 맞게 권력자들이 국정을 잘 운영하도록 시스템적으로 보좌해야 한다. 이것이 실질적 법치주의"라며 "이를 위해 필요하면 윤 대통령에게 조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처장과의 일문일답.

이완규 법제처장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이완규 법제처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7.17 kimsdoo@yna.co.kr

-- 취임사에서 윤석열 정부 국정 비전을 실현하는 데 법제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법제처는 입법이나 법령에 대해 지원하는 부처다. 소관 부처들이 나눠서 추진하는 국정과제 중 입법이나 법령이 필요한 주제에 대해 입법 지원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하겠다.

-- 국정과제들의 입법이 중요하다. 여소야대 정국 대응 방안은.

▲ 국정과제 중 여권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국민을 위해 정말 필요한 과제로 인정되는 것들이 있다. 공통되는 부분은 충분히 홍보하거나 설득하는 자료를 만들어 지원할 것이다. 대립하는 사안은 소관 부처에 입법 필요성에 대한 법령 논리를 지원해 행정부가 국회를 잘 설득하도록 돕겠다.

-- 개헌 논의에 대한 입장은.

▲ 개헌은 일단 국민적인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국민이 원해야 한다.

제가 보기에 지금 우리나라는 지금 헌법도 제대로 못 지킨다. 헌법 조문은 잘 돼 있다. 대통령제가 옳으냐 내각제가 옳으냐는 가치 판단의 문제인 것 같고, 나머지는 외국 어느 헌법에 비춰봐도 뒤지지 않는다.

이걸 잘 이해하고 헌법해석을 잘해서 헌법에서 주장하는 취지를 정말 헌법대로 잘 운용해보는 태도가 더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

-- 대통령의 친구라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의 특별한 당부가 있었나.

▲ 법제처의 업무를 맡아서 잘 수행해달라고 하셨다. 저를 대통령의 '친구'라는 관점에서 보지 마시고 제가 처장으로서 어떻게 임무를 잘 시행해 가는지, 법제처장으로서 전문성이나 시행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중점적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변호인이나 친구라든가 그런 점을 너무 보지는 마시고.

-- 노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 당시 소신 발언으로 회자됐다. 윤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를 할 것인가.

▲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법률가로서 법치주의의 확립으로 생각한다. 국민의 권한을 행사할 대표자를 우리 손으로 뽑는 시스템은 이제 잘 갖춰졌다. 이 다음에 나아가야 할 것은 권력자들이 우리가 위임한 취지에 맞게 국정을 잘 운영해 나가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보좌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것이 실질적 법치주의다. 법률이 헌법 논리에 맞게 만들어지고, 집행함에서도 헌법의 논리에 맞게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필요한 때가 있으면 조언할 생각이다.

-- 국정 지지율 하락을 두고 대통령의 진정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인간 윤석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공정성, 적법성을 중시한다. 특히 공정성에 관해서 신념이 많았고, 많은 분이 그 부분에 기대도 하신 것 같다.

지금은 두 달밖에 안 됐으니 몇 가지 현상을 갖고 판단하지 마시고 조금 더 지켜봐 보셔도 되지 않을까 한다. 잘 행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두 달밖에 안돼 각 부처 국정과제의 추진 효과가 바로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공정과 상식에 대한 대통령의 신념은 아주 강하다.

이완규 법제처장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이완규 법제처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7.17 kimsdoo@yna.co.kr

-- 윤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는데.

▲ 법제처장이 답변을 드리기는 좀 적절치 않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전 정부보다는 훨씬 더 소통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짜인 각본 같은 것은 안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갑자기 '생얼굴'을 보게 되니까 (그런 방식의 소통이) 좀 낯선 것 같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잘 정리돼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소통을 많이 하고 국정에 대해 같이 얘기하고 싶은 순수한 열정이랄까. (도어스테핑이) 그에 따른 행동인 만큼 잘 정리될 것으로 본다.

--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주 강정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목이 메기도 했다.

▲ 노 전 대통령은 비교적 진보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결정적인 몇 순간순간에 약간 보수적인 정책도 수용했다.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폭넓고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사람이 아니니까 노 전 대통령이 정책에 있어서 비교적 유연성 있게 한 것들이 생각난 것 아닐까.

-- 법제처장으로서 강조하고 싶은 말은.

▲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이 실질적 법치주의다. 이제 우리가 권한을 위임하는 사람을 뽑는 민주주의에서, 정말로 민주주의가 우리 일상생활에 다 스며들어서 현실화하는 것으로 발전하게 되면 법률을 너무 형식적으로 읽지 말아야 한다.

조문을 해석할 때도 어떤 권한이 있다고 해서 그 권한을 극단적으로 다 써버리는 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다. 입법 취지를 잘 이해하고 그 안에서 절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헌법 이념을 잘 알아야 한다. 헌법을 제대로 이해해서, 제대로 현실화하면 좋겠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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