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비행기·렌터카 가격에..제주도 '선박+자차' 여행 인기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황희경 기자 = 7월 말 제주도로 여름 휴가를 가는 40대 직장인 A씨는 훌쩍 오른 항공권값과 렌터카 비용에 이번에는 배를 이용하기로 했다.
극성수기인 점을 고려해도 예약 당시 알아본 비행깃값이 1인당 30만원 수준에다 렌터카 비용은 카니발을 빌리는데 5박 6일에 160만원 수준이라 4인 가족 휴가비를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A씨는 고민 끝에 서울에서 직접 차를 운전해 전남 진도로 간 뒤 그곳에서 1시간 반가량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기로 했다. 4인 가족 선박 승선료에 배에 차를 싣고 가는 왕복비용 79만5천원, 고속도로 통행료, 유류비 등을 고려하면 역시 만만찮은 비용이지만 그래도 비행기와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경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고물가 시대에 딱 맞는 방법인 것 같다"면서 "6월 예약 당시에 이미 배에 차를 실을 수 있는 자리도 몇 자리 남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A씨의 사례처럼 제주도에 갈 때 배를 타고 입도(入道)하면서 자차를 가져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유가 상승과 고환율 등으로 항공권 가격이 연일 치솟는 데다 렌터카 가격까지 오르자 관광객들이 비용 절감을 추구하며 생긴 현상이다.
17일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728만3천여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약 34만8천여명이 선박을 이용했다. 약 4.8% 정도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전에 선박을 통해 입도하는 비율이 9%까지 올랐던 적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거의 전무했다"며 "4.8%라는 점유율은 상당히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개별 해운사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제주도 관광객 입·출도 선박 점유율 1위 업체인 씨월드고속훼리의 경우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25일간 제주행 선박(퀸제누비아·퀸메리·산타모니카 3척 기준) 예약 고객은 11만1천100여명, 승용차 탁송 예약은 2만5천여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총여객 수송량이 6만7천500여명, 승용차 수송량이 1만7천여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증가한 수치다.
씨월드고속훼리 관계자는 "비행깃값과 렌터카값이 비싸지자 관광객들이 선박을 합리적인 교통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해운사들이 속속 새 선박으로 교체하고 있는 것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제로 선박 이용객들을 보면 세대도 다양하다"며 "지금 나온 수치는 아직 예약 현황인 만큼 실제 이용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여행 트렌드 변화에는 비행깃값과 렌터카 요금 상승 등 여행 물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7월 제주도 항공권 발권 기준으로 최저가 100건 정도를 조사해 본 결과 작년 대비 75% 정도 항공 요금이 인상된 것으로 확인된다"며 "성수기 가격 상승, 유류할증료 인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렌터카 요금도 많이 오른 상황이지만 예약마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도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지난 11일 기준 7월 예약률은 90%에 달하고, 다음 달 1~14일 예약률도 약 45% 수준"이라며 "제주도는 최소 한 달 전 예약이 대부분이라 예약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이 업체의 준중형 아반떼 차량을 주말 기준으로 48시간 보험 옵션을 넣어 빌릴 경우 5월 2주차 대여료는 14만원이었으나 7월 1주차 대여료는 20만원까지 올랐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4인 이상의 인원이 중·장기간 제주도에 머무를 경우 '선박+자차' 옵션이 더욱 합리적일 수 있다.
A씨 가족이 만약 주중에 B업체의 목포 출발 선박 내 최신형 패밀리룸을 이용하고 아반떼를 가져간다고 가정하면 왕복 요금은 약 74만3천원으로 계산된다. 여객 운임이 53만6천원이고 차량 수송료가 20만7천원이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A씨의 휴가 예정 기간 왕복 비행깃값을 1인당 30만원으로 계산하면 4인 가족 항공료만 120만원이 드는 만큼 선박을 이용하면 상당한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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