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생산자물가 '펄펄'..6% 뚫은 물가, 곧 7% 넘본다
정부, 9~10월 정점 예상.."추석은 힘들지만 10월쯤 안정"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고점을 모르고 치솟는 물가가 곧 7% 선마저 넘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유럽 등 국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국 생산자물가가 급등한 데다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 여파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5월 기준 전체 OECD 회원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2015년=100)는 142.1로, 1년 전보다 20.9%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달인 4월(20.5%)이나 3월(19.3%), 2월(17.4%), 1월(16.8%)보다도 상승 폭이 지속 확대됐다.
작년 초(1~3월) OECD PPI 상승률이 3.7%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올들어 눈에 띄게 오른 셈이다. 글로벌 생산자들이 부담하는 물가의 국내 전이 위험성이 우려된다.
6월 최신 통계를 봐도 해외 생산자 물가는 식을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미국 PPI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에 사상 최고치(11.6%)를 기록한 이후 줄곧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11.3%)에는 올초 최고치에 근접하며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일본은 6월 PPI가 1년 전보다 9.2% 상승, 당초 시장 전망을 넘어섰다. 일본 역시 우크라 전쟁이 본격화한 4월 사상 최고치(10.0%)를 찍은 뒤에 계속 9%대를 기록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우, 지난 1월부터 PPI가 30% 넘게 고공행진 중이다. 유로존의 5월 PPI는 36.3% 올랐는데, 시장의 예상보다는 낮지만 6월에도 비슷한 30%대 중후반의 상승 전망이 이어지는 중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일본·유로존으로부터 들여오는 수입 비중은 전체의 20%를 초과한다. 해외 발 충격으로 국내 물가가 오르는 경로(해외 생산자물가-수입물가-국내 생산자물가-소비자물가) 상 악영향이 우려된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13일자 보고서에서 해외 생산자물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로 이어지는 전가 효과가 대부분 3개월 이내에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해외 생산자물가 상승세 중 24% 정도가 국내 소비자물가로 전이된다고 추정했다.
우리나라는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도 앞두고 있다.
이달부터 전기요금은 kWh당 5원,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은 MJ당 1.11원이 올랐다. 이어서 10월에는 단위당 4.9원, 0.4원 인상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받을 상승 압력은 0.2%p대 중후반으로 추산된다.
지난 6월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0%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래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6%대 물가에 해외 생산자물가 상승에 따른 충격과 전기·가스료 인상 여파까지 모두 더할 경우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조만간 7%를 넘보는 상황은 충분히 가능하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 연휴(9월 9~12일), 기상 요인마저 연말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최근 곡물가격 상승세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풀 꺾이는 분위기도 있지만 국내 식품업계에는 그간의 가격 인상분이 다 반영되지 못했다. 봄가뭄에 따른 작황 부진은 상추·시금치·오이·배추 등 신선식품 물가를 부채질 중이다.
밥상물가 진정까지 수개월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10월 정점을 찍은 뒤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추석 물가가 조금 힘들 가능성이 있지만 10월쯤 되면 밥상물가는 안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3분기 말 혹은 4분기 초 정도를 정점으로 본다"며 "그 다음에는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물가 완화 정도는 높은 글로벌 불확실성 탓에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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