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전쟁·인플레..'3중고'에 허리띠 졸라매는 기업들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2022. 7. 1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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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자의 빅테크] 한 기업의 성장세를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요? 여러 지표들이 많지만 가장 쉬운 게 '안정적으로 고용을 늘리고 있느냐' 입니다. 반대로 신규 고용을 중단하는 것은 회사가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어서 좋지 않은 시그널이죠.

신규 고용을 중단하는 것을 넘어, 기존의 회사 인원을 감축하는 것은 어떤가요? 회사의 상황을 넘어 경기 자체가 안좋다는 명확한 지표일 겁니다. 숙련된 최소한의 인원을 남겨두고 회사가 돌아가게만 만들어두고는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겁니다. 일단 위기에서 회사가 살아남아야, 그 이후에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는 액션을 보일테니까요.

그래서 한 회사가 인력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는 곧 현 시점에서의 기업의 성장과 경기 상황을 반영하는 명확한 지표가 됩니다. 너무 뻔한 얘기지만, 근래 몇년간의 상황은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1차 감축

[사진=박형기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자 각 기업들은 대규모 인력감축을 시행했습니다. 그 중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산업은 바로 여행산업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봉쇄조치에 직면하자 곧장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많은 기업들이 그 시기를 견디지 못하고 인력을 감축했죠. 인력을 감축하지 못하고 줄도산한 기업들도 꽤 됐습니다.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는 2020년 1분기 275억원, 2분기 518억원, 3분기 302억원의 영업적자를 잇달아 내면서도 꼬박 1년을 버티다 지난해 대규모 인력조정에 나서기도 했죠.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전 직원 무급휴직에 들어간 바 있죠. 업계 2위인 모두투어도 마찬가지였고요.

항공사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6개 상장항공사 직원들은 코로나19 2년만에 1800명 이상 감소하기도 했어요. 한국을 포함해 미국 등 전 세계가 마찬가지 상황이었죠. 대대적인 '1차 인력 감축'이었습니다.

올해 리오프닝 분위기에서는 역으로 이같은 인력감축의 후폭풍이 일었습니다. '항공대란'이 벌어진겁니다.

미국에서는 이달 초 독립기념일 연휴(7월1일~4일) 동안 항공편 1만6500편이 취소되거나 지연됐습니다.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데, 늘어난 수요를 커버할 인력이 부족한 겁니다. 얼른 뽑으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임금 상승 압력이 커졌고, 고유가에 비용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는 쉽게 신규 채용을 늘리기 어려워진거죠.

인력 부족이 일어나면 당장 시스템이 잘 돌아가지 않기도 합니다. 미국 대표 항공사인 아메리칸에어라인은 조종사 관리 시스템의 결함으로 이달 최대 1만2075편의 항공편에 조종사가 일시적으로 배정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죠. 자동화 된 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할 인원마저 부족한 겁니다.

코로나19·전쟁·인플레이션 3중고...대규모 2차 감축

[사진=박형기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며 정상화될 것으로 보였던 경기는 기대와 달리 장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끝날줄 모르고 새로운 변이를 만들어내며 확진자를 늘려가고 있고요.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 없이 4달여간 지속되고 있죠.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9.1% 올랐고, 1981년 12월 이후 최대 폭 상승을 기록한 전월(8.6%)을 뛰어넘었습니다.

대충 현 상황을 모으기만 해도 최악의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올 것이 예상되는 겁니다. 이 때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죠. 신규 투자를 늘릴 수 없으니 신규 채용을 하기 어렵습니다. 주가 방어라도 하려면 실적이 잘 나와야하는데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인력 비용'이죠.

경제가 악화된다고 인력을 줄이는 것인데, 인력을 줄이고 나면 쓸 돈이 없어서 시장에 돈이 더 풀리지 않으니, 경기가 쉽게 좋아질 리 없습니다. 악순환의 파이가 더 커지는 것입니다.

12일(현지시각)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연내 채용 인원을 축소할 방침을 밝혔다고 하죠. 피차이 CEO는 "다른 모든 기업과 마찬가지로 구글도 경제의 역풍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화창한 날에 우리가 보여준 이상의 헝그리정신으로 보다 신속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지난 6월 초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과 결이 같습니다. 오히려 한달하고 반이나 더 버텼으니, 한발 늦은 정책이라는 생각마저 들죠.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직원 감축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12일(현지시각) MS 대변인은 "오늘 우리는 일부 직원에게 역할이 끝났다고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해고 통보를 한 직원은 1800명 정도로 알려졌는데, 전체 직원의 1% 미만 수준이긴 합니다.

국내라고 다를까요?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부터는 인건비 등의 비용을 효율화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 회사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인 1100여 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다시 예전 수준인 500~700명으로 돌아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언택트 수혜를 입고, 대규모 인원 채용으로 화답했던 기술 기업들에게 바야흐로 '고용 빙하기'가 도래했습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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