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져도 좋아!..무지개 행진, 환호와 웃음으로 물들다

곽진산 2022. 7. 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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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축제의 백미는 '행진'으로 꼽힌다.

16일 오후 4시 시작될 예정이었던 행진은 갑작스럽게 거센 비가 내리면서 4시24분께 시작됐다.

백시우(25)씨는 "비가 안 왔으면 좋았겠지만, 오랜만에 열린 거라 큰 불만은 없다.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분들이 많이 올 거라 예상해서 더 의기양양하게 해야지 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주변에 연대해주시는 분들도 많아 보이고, 이번 행진은 나름 괜찮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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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퀴어퍼레이드]
폭우에 더 흥겨워 한 행진 참가자들
"오히려 좋고 더 자유로운 느낌"
2022 23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린 16일 오후 참가자들이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시청 인근 을지로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성소수자 축제의 백미는 ‘행진’으로 꼽힌다.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 어디에나 있고, 이들이 평등한 권리를 누려야 하는 존재인 걸 알리는 ‘가시화’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2022 23회 서울퀴어퍼레이드의 핵심 행사인 ‘행진’은 비와 함께 시작했다. 행진을 방해하는 듯했던 폭우는 도리어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행진을 하며 빗줄기가 점차 굵어지자 참가자들은 오히려 흥겨워하며 저마다 자유롭게 춤을 추듯 도로 위를 걸었다.

2022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16일 오후 참가자들이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시청 인근 을지로에서 퀴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6일 오후 4시 시작될 예정이었던 행진은 갑작스럽게 거센 비가 내리면서 4시24분께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조직위의 안내에 맞춰, 서울시청 광장을 빠져나가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은 을지로와 종로, 퇴계로 일대를 지난 뒤 서울광장으로 돌아와 마무리됐다.

행진이 시작되자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소나기가 예고됐지만, 비는 곧 그치지 않았다. 한때는 가까운 거리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돌발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참가자들은 각자 챙겨온 우산을 펼치거나 비옷을 입었다. 폭우가 계속되자 일부 참가자는 “즐기자”며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이동하기도 했다.

2022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16일 오후 참가자들이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시청 인근 을지로에서 퀴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참가자들은 빗속 행진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행진 대열의 선두엔 차량 참가 단위가 늘어섰다. 차에 탄 참가자들은 빗소리가 커지자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행진 대열의 분위기를 띄웠다. 걸어가던 참가자들은 행사 차량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진하영(30)씨는 “코로나 직전에 (열린 퀴어퍼레이드 행진은) 너무 더웠는데 오랜만에 참가한 행진에서 비가 내려 너무 좋고 자유로운 느낌이다”고 했다. 울산광역시에서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하려 급하게 서울로 온 강아무개(23)씨는 “이런(빗속 행진) 경험을 언제 해보겠냐”며 “그동안 오고 싶었던 행사에 드디어 올 수 있게 돼서 너무 좋다”고 했다.

2022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16일 오후 참가자들이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시청 인근 을지로에서 퀴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기독교 신자들이 동성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거리에 행진을 즐기거나 반기는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행진 경로 중간중간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선 사람들이 더러 보였다. 그러나 종각역 일대의 2층 건물에서 행진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백시우(25)씨는 “비가 안 왔으면 좋았겠지만, 오랜만에 열린 거라 큰 불만은 없다.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분들이 많이 올 거라 예상해서 더 의기양양하게 해야지 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주변에 연대해주시는 분들도 많아 보이고, 이번 행진은 나름 괜찮았다”고 했다.

2022 23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린 16일 오후 참가자들이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시청 인근 을지로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지자로 참여한 유선경(26)씨는 “오늘은 비가 와서 많이 힘들긴 하다. 그래도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나와 연대하고 힘을 낼 수 있는 거 자체가 의미 있다”며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돌을 던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 일을 겪으면서 한 번 더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날 행진 후 예정된 축하무대와 정의당 발언 등은 기상 조건이 악화하면서 취소됐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이날 부스 행사와 행진 등에 13만5천명의 시민이 찾았다고 밝혔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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