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야 갤러리야.. 요즘 힙한 합천 카페 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최현태 2022. 7. 16. 19:03
‘나무·철 연금술사’세계적 조각가 이재효 갤러리와 카페 합천영상테마파크에 문 열어 / 카페도 갤러리로 꾸며 예술 감각 가득 / 한옥 호텔 우비정에선 방해받지는 않는 고즈넉한 휴가 / 합천호 풍경 즐기는 카페 로우풀 ‘핑크 감성’ 충만
공을 닮은 거대한 조각 작품의 소재는 놀랍게도 모두 나무다. 오로지 나무 조각들을 이어 이토록 아름다운 형태를 만들다니. 실제로 보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랍다. ‘나무와 철의 연금술사’로 알려진 세계적인 조각가 이재효. 갤러리로 들어서자 자연으로 예술을 빚는 작가의 작품 덕분에 무한한 생명력이 온몸을 휘어 감는다.
◆‘카페야, 갤러리야’ 합천에 뜬 이색 예술공간
지난해 4월 경기 양평군 지평면 무왕리에 새로운 여행지가 하나 문을 열었다. 바로 ‘이재효 갤러리’. 외딴곳의 문화공간이지만 5개 전시실마다 나무, 돌멩이, 낙엽, 철 등으로 만드는 독특한 설치 작품과 드로잉 작품이 가득해 신비하고 예쁜 사진을 얻으려는 여행자들에게 인기다. 작가는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한 설치 작품을 선보여 ‘자연으로 자연을 이야기하는 조각가’로 불린다. 1998년 오사카 트리엔날레 조각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그의 작품은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호텔, 스위스 제네바 인터컨티넨탈 호텔을 비롯해 이탈리아, 스웨덴, 독일, 호주,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전세계 특급호텔과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그가 직접 설계한 갤러리와 카페가 경남 합천에도 오는 8월 초 정식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합천은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곳. 시골에 살던 그는 장난감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나무와 돌멩이를 가지고 놀면서 어른이 돼서도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작품 활동을 펼치게 됐단다. 갤러리는 용주면 합천호수로 합천영상테마파크 안에 자리 잡고 있다. 합천군은 2020년 6월 작가와 손잡고 예술창작센터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4억원을 투자해 갤러리를 열었다.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운치 넘치는 이화장 골목을 지나면 한적한 곳에 갤러리가 등장한다. 입구에 설치된 해바라기 모양의 나무 설치작품, 철로 만든 도넛 모양 작품, 그리고 갤러리 옥상에 설치된 신비로운 철 나무가 시선을 앗아간다. 1층 갤러리에는 단면을 둥글고 매끄럽게 다듬은 나뭇조각들을 이어 붙여 공모양으로 완성한 작가의 시그니처 작품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철사 줄에 주렁주렁 매달린 돌멩이와 못을 소재로 만든 작품도 매우 독특하다. 양평 갤러리보다 규모는 아주 작지만 작가의 작품 세계를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그의 작품들은 아무런 제목이 없다.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제목을 달지 않는단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무한한 상상력의 나래를 펼 수 있다.
2층은 카페지만 갤러리와 다름없다. 테이블과 의자, 천장까지 모든 공간이 갤러리에서 본 비슷한 작품으로 꾸며졌다. 공 모양 나무작품은 ‘낙엽’으로 뒤덮인 천장에 매달렸고 벽을 장식하거나 테이블이 되고 심지어 소파로도 변신한다. 카페 한가운데는 공 모양 작품을 거대한 트리 모양으로 변형한 작품이 설치돼 갤러리에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다. 옥상에 오르면 철로 만든 나무 작품이 합천영상테마파크의 전경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풍경을 만난다.
◆한옥 우비정에서 고즈넉한 여름휴가 즐겨볼까
해바라기, 물망초, 수선화, 코스모스, 모란, 철쭉, 개나리, 민들레. 우리나라에 흔한 꽃들이지만 객실 문패를 꽃이름으로 채우니 한옥과 근사하게 어우러진다. 합천군 용주면 가호길 한옥 호텔 우비정은 가족 또는 연인들이 프라이빗하게 즐기는 이색 숙소와 카페로 요즘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합천영상테마파크의 청와대 세트장 인근에 자리 잡았는데 테마파크에서 걸어서 20분가량 떨어져 있어 한적하다. 특히 오후 6시 청와대 세트장 관람이 끝나면 숙소 이용객들이 주변의 넓은 정원까지 독차지하고 조용히 산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밤에는 불빛이 거의 없어 별이 쏟아지는 풍경도 만난다.
다양한 차와 커피를 즐기는 우비정 한옥카페 앞 테이블이 인기. 공 모양으로 투명한 덮개를 씌워놓아 비가 오는 날이면 처마를 두드리는 빗소리 같은 음향 효과가 극대화된다. 침대방과 온돌방으로 꾸민 우비정에서 투숙하면 청와대세트장, 합천영상테마파크, 대장경테마파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합천호 즐기는 카페 로우풀 ‘핑크 감성’ 가득
합천호는 1988년 12월 낙동강의 지류인 황강 물줄기를 막고 합천댐을 만들면서 생긴 인공호수. 면적 2595만㎡, 총저수량 7억9000만t으로 규모가 엄청나다. 이런 합천호 둘레를 따라 산허리를 끼고 약 40㎞의 드라이브 코스가 굽이굽이 이어진다. 동서로 길게 황강을 끼고 병풍처럼 펼쳐지는 그림 같은 능선을 감상하며 호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즐길 수 있어서 인기가 높다. 합천호 인근에는 특산물인 빙어와 합천댐에서 잡히는 물고기 요리를 내놓는 음식점이 많아 미식가들이 몰리기도 한다.
합천호의 멋진 풍경을 여유롭게 즐기는 공간이 새로 등장했다. 대방면 화양관광단지길에 최근 문을 연 카페 ‘로우풀(Lowful)’은 건물 외벽이 온통 핑크로 칠해져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입구 선인장이 세워진 핑크벽은 연인들에게 사랑받는 포토존.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면 핑크감성 가득한 러블리한 커플샷을 얻을 수 있다. 카페 마당에 설치된 수영장 너머에는 연인들이 야자수 그늘 아래 앉아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며 합천호 풍경을 즐긴다. 오른쪽 테이블은 커다란 벚나무 잎들이 뙤약볕을 피하는 그늘을 만들어 준다. 봄에 벚꽃이 피면 나무까지 핑크로 물들겠다. 브런치와 커피를 즐기는 1, 2층은 통창으로 꾸며져 한여름에도 합천호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루프탑은 노키드존. 회양천과 황강이 만나 만들어지는 거대한 합천호가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볼록 솟은 악견산이 배경으로 우뚝 선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합천=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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