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체크] 'FBI 총기 도면' 쉽게 산다..사제총 실태
아베 전 총리의 사망, 큰 충격을 줬죠. 미국도 아닌 일본에서, 그것도 직접 만든 총이라는 사실이 충격을 더했는데요. 저희가 취재해보니 일반인이 총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5분도 안 걸려서 3D프린트로 FBI가 쓰는 권총을 만들 수 있는 도면도 살 수 있었는데요. 우리나라도 이런 비슷한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였습니다.
크로스체크, 서준석 조보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베 전 총리를 쏜 건 범인이 유튜브를 보고 만든 사제 총이었습니다.
가로 40cm, 세로 20cm 크기로, 목제판에 쇠 파이프 두 개를 테이프로 칭칭 감은 형태였습니다.
허술해 보이지만, 한 번 방아쇠를 당기면 캡슐 안에 있는 탄환 6개가 한꺼번에 발사됐습니다.
일부 탄환은 범행현장에서 90m넘게 날아갔습니다.
2016년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총격 사건.
도주하던 범인 성병대가 경찰관을 향해 쏜 총 역시 유튜브를 보고 만든 사제 총이었습니다.
비슷하게 나무토막과 철제파이프를 사용했고, 형태는 더 허술했지만 총에 맞은 경찰관은 사망했습니다.
[안동현/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장 (2016년 10월 / 경찰 사제총 위력 실험) : 맞는 부위에 따라 사망에 이를 정도의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게 확인…]
최근 적발된 사제 총들은 위력이 어느 정도일까.
발사된 총알이 맥주캔 4개를 산산이 조각내고 순식간에 합판을 뚫습니다.
부품을 사서 만든 총, 개인이 만든 이른바 고스트건인데, 성능은 실제 총과 거의 동일하지만 총기번호가 없습니다.
지난해 부산에서 검거된 총기동호회 회원 7명이 만든 총들입니다.
이들은 해외 사이트에서 총기 부품을 구매해 기계부품 등으로 속여 한국으로 들여왔고 온라인 동영상 등을 참고해 조립했습니다.
지난해 인천에서도 혼자서 사제 총기 12정을 제작한 40대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사제 총으로는 안전지대가 아닌 겁니다.
범인들은 대부분 온라인 동영상으로 총기 제작법을 배웠습니다.
실제 유튜브 등에서 총을 만드는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경찰도 단속에 나섰습니다.
다음 달 15일까지 한달 간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총기류 제작법 게시물 등을 집중 단속합니다.
[박범진/서울서대문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위 : 하루에 한 5건 정도 삭제 요청을 하고 있죠.]
하지만 대부분 해외에서 올라온 영상들이라 한계도 있습니다.
[박범진/서울서대문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위 : 내국인 같은 경우는 형사 입건까지…(외국 게시물은) 방통위에 삭제 요청만 하고 있어가지고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도 있습니다.]
부품을 몰래 들여와 만든 방식을 넘어 최근에는 3D프린트로 직접 만든 총기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3D 프린트로 찍은 교육용 권총입니다.
온라인상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총기도면을 다운받아 만든 것인데, 실제 총기와 비교해 봐도 상당히 비슷합니다.
일부 부품을 추가로 만들고, 재질까지 금속으로 바꾸면 실제 총기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전기환/3D 프린트 업체 대표 : 완벽하게 일치할 정도로, 고급으로 만들지 않아도 되잖아요. 단순한 형태로 변경이 돼도 약간의 거리에서 격발되는 정도라면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총기도면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국군이 사용하는 K-2부터 FBI 요원들이 사용하는 권총 도면 역시 구할 수 있습니다.
[전기환/3D 프린트 업체 대표 : 가로·세로 길이라던가 사이즈도 다 알 수 있으니, 가공만 하면 되는 거예요, 사실은.]
3D 프린트로 찍은 총은 지난 2013년 미국의 한 무기 개발 단체 대표 코디 윌슨이 처음 발사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설계도면을 모두 공개하려 했지만, 법원의 제지로 막혔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상에는 3년이 지난 지금, 실제 총기의 도면들을 여러 웹사이트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3D프린트 총기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문 총기상이 아닌, 가정에서 3D프린터로 제작한 총기를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영국 법원은 지난 2019년 리볼버 권총을 3D 프린트로 제작한 대학생 텐다이 무스웨어에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현행법상 국내에서는 3D 프린트를 이용해 총포나 화약 등 사람의 신체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물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은 없습니다.
큰 사건이 또 터지기 전에 한 발 빠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디자인 : 배장근 / 문자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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