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같아" 3년 만에 열린 퀴어축제.. 반대집회 열려 일대 '혼잡'
반대집회 "동성애 금지해야"
오후 4시부터 '퀴어 퍼레이드' 진행
16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이 무지개색 복장을 두른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두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흐리고 습한 날씨에 잠깐 소나기도 내렸지만, 참가자들은 잔디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축제를 즐겼다.
이날 행사에는 약 5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무지개색 복장을 한 참가자는 물론, 화려한 의상과 화장으로 치장한 사람도 여럿 보였다. 이들은 각각 부스를 돌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무대를 보거나 서로 이야기하면서 교류했다. 이번 축제의 구호는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다.
지난 2019년을 마지막으로 개최되지 못했던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이날 3년 만에 도심 속에서 열렸다. 서울퀴어축제가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 인근에서는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며 일대에는 경찰 통제가 강화되는 등 긴장감이 조성됐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은 3년 만에 열린 대면 행사인 만큼 ‘명절’ 같다며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이날 퀴어축제에 참가한 김모(28)씨는 “이태원에서 한 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로 퀴어 모임은 민감한 편이었다”며 “올해는 오프라인으로 퀴어 퍼레이드가 열려 퀴어 지인들과 대면할 수 있어서 반갑고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로 우리의 존재를 노출시킬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퀴어축제를 찾은 외국인들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행사를 즐겼다. 퀴어 당사자이거나 서울 도심 속 퀴어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왔다는 파란(23)씨는 “한국에서는 퀴어들은 사회의 억압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늘 이렇게 도심 한복판에서 억압을 풀어낼 수 있는 축제가 있다고 해서 축하하기 위해 오늘 참가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퀴어축제는 서울시가 행사 기간을 하루로 축소하는 등 조건부 허용하면서 개최됐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총 800여개의 부스가 설치되고, 5만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축제는 본행사와 행진, 축하무대 등으로 구성됐다. 퀴어축제 참가자 행진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작해 종각역, 명동, 회현사거리 등 순으로 진행됐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위원장은 “모든 참가자들이 이날을 기다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광장에 나와서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아진다”며 “광장 주변으로 혐오 목소리도 들리지만, 곳곳에 무지개색들이 보이고, 모두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또 “퀴어축제를 왜 도심에서 하냐는 분들이 있다는 거 안다”면서도 “일반 시민들은 하루에 불편함이 있지만, 성 소수자는 이날을 제외한 364일 불편함과 답답함을 갖고 살아간다”고 강조했다. 이어 “퍼레이드 기간을 6일로 신청했지만, 하루로 축소되는 등 (여전히) 차별적 행정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날 축제에는 이달 10일 부임한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 미국대사도 연설에 나섰다. 이외에도 네덜란드와 영국, 스웨덴 등 13개국 대사들도 연대발언을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번 주에 막 도착했지만, 행사 참가하고 싶었다”며 “어느 곳에서의 차별도 반대하고, 미국은 모든 사람이 존중받기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와 덕수궁 등 서울시청 광장 주변으로는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 단체는 서울시청과 덕수궁 앞 도로를 점거하고 ‘차별금지법 반대’나 ‘동성애 금지’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퀴어축제를 반대했다. 반대집회에서는 서울시의 퀴어축제 조건부 허용을 두고 “오세훈 시장은 물러나라” “오세훈은 좌파다” 등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발언도 나왔다.
퀴어축제와 반대집회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이날 저녁까지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일대에서는 교통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경찰은 퀴어축제 참가자와 반대집회 참가자 사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58개 중대 규모의 경력을 투입하고, 서울광장 주변으로 방어벽을 설치했다. 경찰은 현재 교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일대 통제를 강화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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