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폐지되면 남아있는 연쇄살인범들 풀려나나요?
[승재현의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합니다.
사형제가 12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지난 14일 사형제 존치와 폐지를 두고 양측이 격론을 벌였는데요. 이날 이선애 재판관은 “만약 위헌이 나게 되면 사형 확정자들은 사회로 나오는 것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강호순, 유영철 등 연쇄살인마를 비롯해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형이 집행되지 않은 채 수감돼 있는 사형수는 현재 59명입니다. 만약 이번에 사형제가 폐지된다면 정말 이들이 풀려나는 걸까요?
◇먼저 사형제도 합헌 근거부터 설명해 주세요
법적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합헌 측 논리는 이렇습니다.
헌법 제110조 제4항에서는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ㆍ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ㆍ초소ㆍ유독음식물공급ㆍ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즉, 헌법에 이미 ‘사형’이 규정되어 있으므로 더 이상 위헌 논란이 나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위헌 측 근거는요?
여기에 대해 위헌 측은 이렇게 반박합니다.
헌법에 ‘사형’이 들어오게 된 이유가 사형을 인정하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사형을 방지하려고 들어온 조항이라는 것입니다. 헌법 제11조 제4항은 유신정권하에서 발생한 대통령 시해사건 당시 현역 군인에 대해 1심 선고만으로 사형이 확정되는 상황을 지켜본 입법권자가 이를 방지하고자 1988년 개헌 때 추가한 조항이라는 것입니다.
◇그 외 다른 이유도 있나요?
다음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보겠습니다.
합헌 측 논리는 이렇습니다. 사형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이라는 점에서 흉악한 범죄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고 정의에 합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위헌측은 이렇게 반박합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한계에 대해 말합니다. 오판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죠. 이춘재 사건만 보더라도 오판의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국가에 의한 무고한 시민이 살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양측이 팽팽하네요. 만약 사형제가 위헌결정이 난다면 현재 수감 중인 사형수들은 석방되는 건가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건 아닙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법에서 사형제도가 위헌으로 결론이 나면 이전의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까지 소급해 그 효력을 잃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해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을 때에는 그 결정이 있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합니다.
사형제도는 1996년 형법 250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합헌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2010년 형벌로 사형을 규정한 ‘형법 41조 1호’와 관련해 또 한 번 합헌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에 청구인이 주장하고 있는 ‘형법 41조 1호’는 이미 ‘2010년’에 합헌 결정이 있었습니다.
현재 2010년 이후 형법이 적용되어 사형이 확정된 경우는 3건, 군형법이 적용되어 사형이 확정된 경우는 2건 입니다. 군형법은 이번 심판대상조문이 아니라서, 헌재가 군형법까지 포함해 위헌을 결정할 때 소급효가 미칠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헌재가 우리나라 모든 사형이 규정된 조항을 일괄 위헌 결정을 하지 않는 한 모든 사형수가 석방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현재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은 권재찬은 항소가 진행되고 있어 위헌 판결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사형을 존치하자는 쪽의 법무부가 힘을 받으려면 국가는 흉악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형이 자주 집행되는 국가는 불안한 사회이니까요. 또 사형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사형제도를 대체할 만한 형벌을 제안해야 합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무기징역형을 받은 범죄자들의 가석방이 그보다 낮은 유기형의 가석방보다 쉽게 가능하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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