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찾은 신임 미 대사 "누구도 버리고 갈 수 없다..인권 위해 계속 싸울 것"
저는 이번 주 막 한국에 도착했지만, 이 행사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차별을 반대하고,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한 미국의 헌신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16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 무대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성소수자 권리를 공개 지지한 이날 연설은 골드버그 대사가 부임 후 택한 첫 주말 행보다.
골드버그 대사는 “우리는 그 누구도 버리고 갈 수 없다”라며 “이 자리에 와주셔서 감사하다. 저희는 인권을 위해 계속해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푸른 색 줄무늬 카라 셔츠 차림에 성조기와 성소수자 자긍심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교차한 배지를 달고 등장했다.
이날 무대엔 골드버그 대사를 포함해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스웨덴, 아일랜드, 영국, 캐나다, 필란드, 호주 등 총 12명의 대사가 올라 차례로 성소수자 인권 지지 연설을 했다. 동성 배우자와 함께 무대에 선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여기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이 포함된다. 이것이 뉴질랜드인으로서 우리가 중시하는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로 “여러분, 힘내세요.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새로 취임한 골드버그 대사가 퀴어문화축제 연설을 첫 대외 행보로 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이 쏠렸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경향신문에 보낸 입장문에서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설령 표현의 내용이 차별적·공격적이더라도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혐오 표현에 가장 확실하게 대항하고자 한다면 표현 자체를 억압할 것이 아니라 관용을 증진하자는 목소리를 더욱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오랜 신념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골드버그 대사는 미 국무부가 외교관에게 부여하는 최고위 직급인 ‘경력 대사(Career Ambassador)’다. 한국은 그의 네 번째 대사 부임지로, 지난 10일 입국해 대사 업무를 수행 중이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때인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국무부의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으로 활동한 ‘베테랑 외교관’이자 ‘대북 강경파’로 꼽힌다.
3년 만에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번 퀴어문화축제는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날 오전 11시 사전행사에 이어 오후 2시 본행사를 시작했으며, 오후 4시부터는 서울 도심 곳곳을 행진하는 퍼레이드로 절정을 이룰 예정이다.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입구와 종로, 명동을 거친 뒤 다시 서울광장에 도달하는 코스로, 총 3.8㎞ 거리다. 행진이 끝나면 오후 7시까지 서울광장에서 축하공연이 이어진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1만3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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