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구루의 조언.."韓 국제금융허브 핵심은 디지털자산"
"제조업 강한 한국, 핀테크로 금융허브화 해야 점프업 가능"
"IT 경쟁력이 강점, 홍콩 영향력 약화로 금융허브에 한몫"
"블록체인·디지털자산 합리적 규제로 혁신 북돋워 줘야"
영국 투자자문사인 옥스포드 메트리카를 이끌면서 템플턴재단 투자자문위원회 의장도 맡고 있는 로리 나이트 회장은 16일(현지시간) `새로운 세계질서, 한국 경제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대규모 정부지출 확대와 그에 따른 정부와 민간부문에서의 유례없이 높은 부채를 낳았고, 이는 전 세계 주요 경제권에서 끔찍한 후폭풍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산성 저하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멈춤 없는 인플레이션의 망령, 파괴적인 노동 쟁의 등이 여러 국가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10년 이내에는 해소될 것 같지 않다”며 우려섞인 전망을 내놨다.
나이트 회장은 과거 스위스중앙은행(SNB) 부의장을 지냈고, 영국 옥스포드대 템플턴 경영대학원 학장을 역임했던 `경제계 구루`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선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때 그랬던 것처럼, 한국은 이번에도 다른 경제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경제 회복을 이뤄내고 강한 경제적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호평하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경제적 선택들이 남아 있다”며 앞으로의 숙제를 제시했다.
나이트 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경제 성장이 제약될 수 있는 만큼 한국은 스스로 혁신의 문화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면서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확실히 앞에 놓인 기회와 위기를 잘 인지하고 있으며, 한국을 글로벌 핀테크 중심으로 개발하겠다는 윤 정부의 어젠다는 한국 경제의 미래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업 경쟁력에서 독일, 중국 다음으로 세계 3위였고, 특히 IT와 제조업에서의 강점은 인상적인 경제적 성공의 주요 요인이었다”면서도 “이런 제조분야에서의 강점은 유지하되 이것 만으로는 성장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나이트 회장은 “한국 경제엔 추가적인 경쟁력 강점이 요구되는데, 한국이 전 세계에서 뒤떨어진 분야가 바로 금융서비스”라며 “최근 글로벌파이낸셜센터지수에서 한국은 2020년에 비해 4단계 올라갔지만 여전히 20위였는데, 한국은 글로벌 금융허브로 성장할 능력이 충분히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홍콩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한국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또 싱가포르 등 다른 경쟁자들도 장점이 있지만,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금융허브를 지지할 수 있는 경제적 배후가 더 강하며,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를 잘 활용한다면 현실적으로 더 빨리 성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한국 내에서는 글로벌 금융허브 육성을 놓고 서울 여의도와 인천, 부산이 경쟁구도를 가지고 있는데 우선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며 “미국과 영국도 뉴욕과 런던 등 자국내 여러 곳이 아닌 한 곳을 금융허브로 키우고 있다”고 조언했다. 또 “이 중 서울이 해외 거주자나 훌륭한 국제학교 네트워크 등에서 가장 적합한 곳이지만, 기존 규제나 세금 문제 등 풀어야할 숙제는 많다”고 말했다.
나이트 회장은 특히 한국이 IT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만큼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 등을 키우는 데 유리할 것이며, 이를 통해 핀테크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핀테크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이 유동성을 제공해주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불가결한 것이고, 이를 위해선 디지털 자산 거래소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역서류했다. 이어 디지털 자산은 그런 점에서 핀테크 활성화에 이어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도 했다.
그는 “테라-루나 사태로 인해 한국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이슈가 강화하고 있지만, 최근 한국 내 5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디지털자산거래소연합(DAXA)를 설립해 이상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율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라는 점은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나이트 회장은 “한국 정부가 우선 지급결제 또는 교환용 토큰과 유틸리티 토큰, 증권형 토큰 등과 같은 디지털 자산의 분류체계인 택소노미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이는 디지털 자산 발행 및 관련 기업활동에 불확실성을 제거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분야의 혁신과 사업의 확실성을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적절한 규제의 틀을 만들어야 하는데, 특히 과도한 처방적 규제로 인해 혁신을 가로 막기보다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정책 방향을 안내하고 제시하는 형태의 규제의 틀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디지털 자산이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철저하게 따져 이를 기반으로 규제를 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지금 한국 정부가 제공하지 않고 있는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의 규제 샌드박스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끝으로, 정책을 짜는 과정에서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과의 공조가 필요한데,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관 공조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나이트 회장은 “영국 런던은 전통적인 금융에서의 강점을 활용해 브렉시트 이후 핀테크를 키움으로써 자국 경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반면 한국은 영국과 달리 기존 IT에서의 강점을 활용하고 전 세계적으로 높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 열기 등을 이용해 또다른 방식의 핀테크를 강화하고 글로벌 금융허브를 키울 필요가 있다”며 “K팝처럼 이제는 K금융을 널리 알리고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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