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우디, '에너지시장 안정' 동시에 '이란 저지' 공동성명(종합)

최서윤 기자 2022. 7. 1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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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사우디 방문..빈 살만 왕세자 만나 '석유 증산' 받아낸 듯
'러 우크라 침공'으로 변화하는 국제정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제다 왕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나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난 15일(현지시간) 글로벌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의 미-사우디간 공동성명과 동시에, 중동내 사우디 '숙적'인 이란 저지를 시사하는 공동성명이 잇달아 발표돼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사우디와 '숙적' 관계인 이란과의 핵합의를 복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사우디와는 작년 2월 미 정보당국(DNI)이 사우디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관계가 악화됐다.

그러나 올해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고유가·고물가 속 세계경제를 흔들면서 미국의 중동 정책과 국제 정세 변화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바이든, 빈 살만 왕세자 만나 '석유 증산' 받아냈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실무 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등 사우디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회담한 직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의 '미-사우디간 공동성명'이 사우디 국영통신(SPA) 보도로 발표됐다.

성명에 따르면 미국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균형잡힌 글로벌 오일시장을 지원하겠다는 사우디의 약속을 환영했다.

또 미국과 사우디는 세계 에너지 시장 관련 장·단기적 협의를 정례화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기후·에너지 전환에 있어서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바이든 행정부 집권 초기인 작년 2월 미 정보당국(DNI)이 사우디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이 같은 긴장을 깨고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건, 세계 2대 석유수출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와 세계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변화 중인 국제정세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이란 저지' 시사하는 공동성명도 발표

복면을 쓴 이라크의 시아파 무장조직 하시드 샤비 대원이 31일(현지시간) 바그다드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와 이라크의 시아파 최고지도자 그랜드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의 초상화를 들고 예멘의 후티정권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공습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예멘 후티세력과 교전을 벌인 사우디군은 이날 지난주 공습을 시작한 이래 가장 격렬한 포격을 주고 받았다. 반면 후티정권에 대항하는 예멘의 외무장관은 아랍권의 신속한 개입을 촉구했다. © News1 이기창

이날 두 나라 간에는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공동성명도 합의됐다고 사우디 국영통신(SPA)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특히 "사우디의 안보와 영토 방위를 지원하고,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민과 영토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미국의 지속적인 약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사우디는 또한 이란이 각국 내정에 간섭하고, 무장세력을 통한 테러를 지원하고, 지역 안보와 안정을 불안정하게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양측은 바브 알-만다브 해협과 호르무즈 해협 같은 전략적 국제 수로를 통한 상거래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은 중동 지역의 대표적인 '숙적' 관계다. 중동 지역 분쟁 상당수가 이 두 나라의 대리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며, 예멘 내전과 시리아 내전이 대표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이란과의 핵합의를 복원하겠다고 공언한 한편, 사우디와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관계가 악화됐는데, 중동정책이 급변한 것이다.

◇美 중동정책 급변…'러 우크라 침공' 속 국제정세 변화 '뚜렷'

14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빈니챠에서 러시아 군의 공습을 받아 파괴된 건물과 차량이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미국의 중동정책과 국제정세가 급변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단연 올해 2월24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꼽힌다. 세계 양대 밀 수출국인 두 나라의 전쟁으로 식량안보 위기가 고조됐고, 서방의 제재로 세계 2위 석유수출국 러시아의 석유 유통이 차질을 빚으면서 고유가·고물가에 국제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이날 미국과 사우디는 두 가지 공동성명을 포함해 에너지, 투자, 통신, 우주, 보건 등 총 18개 부문에서 각 관계 부처간 양해각서와 협약 등 서명이 이뤄졌다고 사우디 국영TV 알에크바리야는 전했다. 보잉과 레이시온 등 미국 민간부문 방산업체들의 협력 약속도 포함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편 미국이 이란과 추진해온 핵합의는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2015)' 복원을 말한다.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이 이란의 핵 개발을 제한하는 대신 경제 제재 해제를 약속했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 탈퇴한 바 있다.

당사국들은 유럽연합(EU)의 중재로 작년 4월부터 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빈)에서 합의 복원 협상을 진행해왔다. 미국과 이란은 EU의 중재를 통한 간접대화 방식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몇 가지 예민한 사항을 막판 합의하지 못해 협상이 교착상태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카타르의 중재 노력으로 도하에서 열린 협상도 성과 없이 끝났다.

이에 경제 제재 해제가 시급한 이란은 합의 타결을 요구하며 우라늄 농축 순도 추가 상향을 준비 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엔리케 모라 이란 핵 합의 복원 회담 의장 등 각국 대표가 지난해 12월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장으로 가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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