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고작 65건..혜택늘린 금리상한형 주담대 통할까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본격적인 금리상승기 대출자들의 상환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내놓은 금리상승리스크 완화형(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이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입자 수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빅스텝(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정부 역시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을 전면 개편하고 나서면서 이 상품이 고금리 대응책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 건수는 지난해 7월 출시된 이후 지난달 말까지 약 1년간 65건(117억6100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대출자들의 상환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중은행을 통해 내놓은 금융상품으로, 금리상승폭을 연간 0.75%포인트 또는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한다.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이자부담이 연 0.75%포인트 이상, 5년간 2%포인트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 상품은 지난 2019년 초에도 출시됐었으나, 당시 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요가 저조해 결국 상품 취급이 중단된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들어선 만큼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출시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금리상한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것은 대출자들은 빌릴 시점에 당장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장 낮은 금리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은행이 져야 하는 위험 부담을 감안해 0.15∼0.3%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는 것이 소비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금리상한형은 금리상승 리스크를 완화하는 대신, 연 0.15~0.2%포인트의 금리를 추가로 내야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0.2%포인트가 붙고 시작을 하니 고객들이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며 "금리가 7~8%까지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곤 있지만, 주담대는 대출금액 자체가 크다 보니 0.2%포인트만 오른다 해도 이자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에 아주 민감하거나, 금융 지식이 상당한 일부 소비자들을 제외하고는 당장 다음달에 내야하는 이자가 수십만원 많아지니 이러한 보험 성격의 상품을 선택에 더 보수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당초 지난 15일까지만 판매하려던 금리상한형 상품 판매를 연장하면서, 혜택을 기존보다 더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은 최근 금리급등 상황을 감안해 더욱 많은 차주들이 가입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당 상품의 금리상승 제한폭을 낮추거나 가입비용을 인하 또는 면제하기로 했다. 또 금리상한형 주담대의 금리상승 제한폭을 직전 금리 대비 연간 0.45%∼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까지만 인상하는 방식으로 개선키로 했다.
기존 가입비용(프리미엄)도 대출금리에 0.15%∼0.2%포인트 정도를 가산하는 방식이었는데 앞으로는 1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그 이후엔 0.2%포인트를 더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변동금리 주담대를 이용 중이거나 신규로 받는 경우에 가입할 수 있다.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차주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프리미엄 금리를 1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만큼, 본격적인 고금리 시대와 맞물려 가입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전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6월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전월보다 0.4%포인트 상승한 2.38%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2014년 8월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최고치다. 이에 따라 신규 코픽스에 연동되는 은행권의 주담대 변동금리도 당장 다음주부터 일제히 상승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변동금리 주담대(전세자금대출 제외) 잔액은 275조6000억원으로, 전체 주담대의 43.5%를 차지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상한형 주담대가 과거에는 외면받았지만 1년간 붙는 가산금리를 면제해 주기로 해 지금과 같은 급격한 금리상승기에는 경쟁력이 있다고 보여진다"며 "더군다나 빅스텝을 단행했고 앞으로도 추가 금리인상이 점쳐지고 있는 만큼, 7월을 기점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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