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M&A]'그래도 기차는 간다'..하반기 딜 메이킹에 쏠리는 눈
EMK, 멀티플 24배에 매각계약 체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전도 다자구도
침체 국면에도 협상 이어가며 결실
문제는 분위기 조성..막판 협상 변수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치솟는 금리와 증시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놓인 자본시장이 하반기에도 M&A(인수합병)딜 메이킹에 고삐를 죄고 있다. 마치 ‘그래도 기차는 간다’며 칼자루를 빼든 M&A를 어떻게든 갈무리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최근 시장 분위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16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폐기물 업체 EMK(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 최대주주인 IMM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은 EMK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싱가포르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케펠인프라)를 선정했다. 지난해 말부터 추진된 매각작업이 하반기 들어 마무리된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금리와 물가 상승 추이에도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케펠인프라가 EMK 인수를 위해 제시한 가격은 약 7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초 M&A 시장에 점치던 매각 희망가인 1조원을 밑도는 수준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선방했다는 평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EMK는 매각대상에서 빠진 자회사 신대한정유산업을 제외하고 지난해 에비타(상각전영업이익·EBITDA) 24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부터 폐기물 매립 영업을 시작한 EMK 자회사 KD환경(기업가치 약 2000억원 수준)을 제하고 멀티플(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쓰는 적정배수)을 24배 가까이 인정받은 셈이다.
2020년 E&F 프라이빗에쿼티(PE)와 IS동서가 인수한 폐기물처리 업체 코엔텍(029960)과 같은 해 SK에코플랜트가 1조500억원에 EMC홀딩스가 멀티플 14~15배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두 배 이상의 멀티플을 이끌어냈다. 엄혹한 현재 분위기를 감안하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4위 동박 회사인 일진머티리얼즈도 매각적격후보(숏리스트)를 추리면서 새 주인 찾기가 임박했다. 복수의 원매자에게 숏리스트 통지를 알리고 내달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케미칼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탈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차 전지용 동박(일렉포일·Elecfoil)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SK넥실리스와 중국 왓슨, 대만 창춘에 이은 세계 4위 동박 업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6888억원에 영업이익 69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215억원을 올렸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동박의 쓰임새가 2차전지용으로 확대되면서 일진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진머티리얼즈에 책정된 멀티플 범위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몸값이 최소 3조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 5조원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에비타 대비 멀티플이 무려 55~91배 수준이다. 현재 거론되는 수준에서 매각이 이뤄진다면 유례가 없는 역대급 멀티플로 기록될 전망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관련 고객사를 대거 꿰찰 수 있다는 점이 높은 멀티플 책정 배경으로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밸류체인 확장을 노리는 원매자들로서는 이 정도 수준의 멀티플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다.
관심은 향후 시장 분위기가 어떻게 조성되느냐에 쏠린다. 최근 시장에 나오는 지표들이 우려를 자아내기 충분해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한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고 6월 소비자물가가 23년여 만에 처음으로 6%대를 넘겼다. 글로벌 지표로 꼽히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기 대비 9.1% 오르면서 1981년 이후 최대폭으로 치솟은 상황이다.
협상의 묘를 통해 딜 메이킹을 이끌어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어수선한 시장 분위기가 장기화한다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제일 중요한 것이 금리와 달러 상승 추이고, 상장사의 경우 주가 하락 국면에 따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책정을 어떻게 하느냐”라며 “해당 부분에서 매각 측과 원매자들이 어떤 협의를 이끌어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측 가운데 한쪽에서라도 조건 재검토나 가격 협상을 요구할 경우 협의가 길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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