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내 장남, 살아 있다면 미국 대통령 되었을 것"

김태훈 2022. 7. 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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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제가 아니고 제 장남이 이 자리에 서 있어야 하죠."

중동을 순방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년 전 세상을 떠난 큰아들 보 바이든(1969∼2015)을 떠올리며 '살아있다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란 취지의 언급을 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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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주민 돕는 병원 찾아 의료진 격려
2015년 큰아들 뇌암으로 세상 떠날 당시 회상
"간호사, 의사들 헌신적 노력이 이 세상 구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의 오거스타 빅토리아 병원을 찾아 의료진에게 연설하고 있다. 이 병원은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임무다. 예루살렘=AP연합뉴스
“실은 제가 아니고 제 장남이 이 자리에 서 있어야 하죠.”

중동을 순방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년 전 세상을 떠난 큰아들 보 바이든(1969∼2015)을 떠올리며 ‘살아있다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란 취지의 언급을 해 눈길을 끈다. 보는 이라크 전쟁 당시 미 육군 소속으로 1년간 이라크에서 복무했고 40대 나이에 델라웨어주(州) 법무장관을 지내는 등 앞날이 촉망되는 정치인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에 있는 오거스타 빅토리아 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했다. 이 병원은 이스라엘 영토에 있으나 팔레스타인 주민들한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마침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간 김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방문해 “미국이 팔레스타인에 3억1600만달러(약 4천191억원) 상당의 경제원조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금액 중 1억달러(약 1326억원)가 오거스타 빅토리아 병원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의료체계 개선에 쓰인다.

의료진에게 연설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아픈 가족사를 언급했다. 1972년 교통사고로 첫 부인과 큰딸을 잃었을 때 함께 있던 아들들도 크게 다쳤으나 의사 및 간호사의 헌신적 보살핌으로 건강을 되찾았다고 소개했다. 올해 80세인 바이든 대통령 본인도 과거 뇌동맥류와 색전증 등을 앓았으나 역시 의료진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런 다음 장남 보 얘기를 꺼냈다.
2009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이라크를 방문해 그곳에 주둔한 미 육군 부대의 장교이던 아들 보 바이든(2015년 사망)을 격려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제 장남은 이라크에서 1년을 보냈습니다.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이었죠. 사실 이 자리는 저 말고 제 아들이 대통령 자격으로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야 맞는 겁니다. 당시 이라크의 미군 주둔지는 화학물질로 심하게 오염돼 있었고, 부대 전체에서 가장 건강했던 제 아들은 고국으로 돌아올 때 암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 아이 인생의 마지막 14개월 동안 간호사, 그리고 의사들이 그를 정성껏 돌보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말대로 1년 넘게 뇌암으로 투병생활을 한 보는 2015년 5월30일 월터리드 군(軍)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서 차기 대권 도전을 준비하던 바이든 대통령은 장남의 죽음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아 2016년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이날 발언에서도 나타났듯 바이든 대통령은 보가 이라크에서 복무한 것이 암을 일으켰다고 여긴다. 당시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은 위생과 보안 등을 이유로 쓰레기는 물론 잉여물자까지 모든 것을 소각했는데 이때 발생한 오염된 화학물질이 보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료진에게 암을 비롯한 모든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지켜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은 자유, 안보, 번영, 존엄성에 있어 동등한 기준을 가질 자격이 있다”며 “무엇보다 필요할 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의 존엄한 삶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시간) 베들레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찾아 마무드 아바스 수반과 만나고 있다. 베들레햄=AP연합뉴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무드 아바스 수반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나란히 이웃나라로 존재하는 ‘2국가 해법’을 적극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의 의료체계 현대화와 통신시설 등 인프라 구축도 적극 지원할 뜻을 밝혔다. 

이에 아바스 수반은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당시 폐쇄한 팔레스타인 담당 영사관을 동예루살렘에 다시 개설해줄 것을 요청했다. 다만 이는 이스라엘 정부의 반대가 심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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