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맥주 한 잔, 열대야엔 '독'

잠자는 남성 모습 @pixabay by Engin Akyurt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밤새 잠들지 못한 채 뒤척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열대야를 이겨내려고 맥주를 들이켜거나 격렬한 운동으로 땀을 내기도 하지만 술이나 과한 운동은 되려 숙면을 방해한다.

열대야를 극복하고 숙면하는 방법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에어컨은 평소보다 2~3℃ 높게

후텁지근할 때는 왜 잠들기 어려운 걸까.

높게 올라간 외부 온도에 적응하기 위해 체내 온도조절 중추가 가동돼 신경이 예민해지고, 높은 습도로 인한 불쾌감까지 더해지면서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려고 땀을 배출하는데 한여름에는 공기 중에 습기가 많아 땀이 잘 증발하지 않고, 땀이 증발하지 않으니 체온 조절이 되지 않는다.

즉, 열대야 속에서는 밤에도 온도와 습도가 높아 체온 조절이 되지 않아 잠이 잘 오지 않고, 자더라도 깊이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개인마다 착용하는 잠옷과 침구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잠들기에 쾌적하다고 느끼는 온도는 18∼22도 정도다.

다만 잠자리에 들 때는 에어컨 온도는 평소 적정온도보다 조금 더 높게 설정하는 게 좋다. 온도가 너무 떨어져도 신체가 각성하기 때문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만약 본인이 취침하기에 적당하다고 느끼는 온도가 20도라면 2∼3도 높은 22∼23도 정도로 하면 된다.

이 교수는 “자기 전에 에어컨의 온도는 2∼3도 높게, 그리고 잠들고 2시간 이내에 꺼지도록 설정해두는 게 좋다”며 “잠들고 나면 체온이 계속 떨어져서 새벽녘(오전 4∼5시 전후, 보통 잠에서 깨는 시간보다 2∼3시간 전)에는 체온이 최저에 이르는데, 이때도 에어컨이 켜져 있으면 추위를 느껴 오히려 깰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잘 자고 싶다면 음주·야식은 ‘NO’

건강한 수면을 유지하고 싶다면 침실 환경은 어둡고 조용하게 유지해야 하고, 취침 직전의 야식과 음주는 삼가야 한다.

특히 잠이 오지 않고 덥다는 이유로 술을 한 잔 마시고 잠을 청하는 사람이 많은데, 술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술을 마시면 잠이 쉽게 드는 듯 느껴질 수 있으나 이는 잠시뿐이고 중간에 자주 깨게 되면서 결과적으로는 건강한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취침 무렵에 자연스럽게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취침 직전보다는 1∼2시간 전에 미리 미지근한 물에 샤워하는 게 도움이 된다.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조깅, 자전거 타기, 걷기 등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여름철 숙면을 돕는다. 대개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운동 부족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을 자기 직전까지 하는 건 좋지 않다. 적어도 잠들기 2∼3시간 전에는 운동을 마쳐야 한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