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벨소리에 춤추는 947개 LED.. 낫싱, 첫 스마트폰 '폰원' 써보니

박성우 기자 2022. 7. 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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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폰 디자인' 폰원, 중저가 성능·가격
호불호는 있을 듯..안드로이드 한계도
무난한 게 좋다면 삼성·애플..튀고 싶다면 '폰원'
신생 업체의 도발, 성공할까..한 자릿수 점유율 관건

2007년 1월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소개하는 행사에서 “오늘 3가지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한다. 터치 컨트롤 기능을 가진 와이드스크린 아이팟, 혁명적인 모바일 폰, 혁신적인 인터넷 통신 기기”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이것들은 세 개의 별도 기기가 아니다. 이것은 하나의 기기다”라며 아이폰을 꺼냈고 청중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의 종말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은 금세 시장을 장악했고, 그로부터 15년이 흘렀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005930) 갤럭시는 더 빠른 프로세서와 화면, 더 선명한 카메라 등의 신기술로 무장하며 진화했다. 하지만 15년째 이어진 ‘바(Bar)’ 형태의 닮은 꼴 디자인은 조금씩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폼팩터(형태)를 가진 갤럭시Z폴드와 플립 시리즈에 시장이 반응하고 있는 것도, 이전 형태와 차원이 다른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블’이라는 차별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낫싱의 첫 스마트폰 '폰원'. 제품 후면을 투명 디자인을 적용해, 부품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 모습. /박성우 기자

최근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겠다는 겁 없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바로 영국의 ‘낫싱’이다.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원플러스 공동 창업자 출신의 칼 페이가 설립한 회사다. 다이슨에서 14년간 근무한 아담 베이츠가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낫싱은 지난 13일 ‘본능으로의 회귀’라는 주제로 공개행사를 열고 투명폰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한 첫 스마트폰 ‘폰원’을 공개했다.

◇ 오랜만에 느낀 ‘성의 있는 디자인폰’

일주일간 폰원을 사용해봤다. 먼저 폰원이 잡스의 혁신과 아이폰의 등장만큼 파격적인 것은 아니다. 프로세서, 카메라,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대부분의 성능은 중저가폰 수준으로 다른 제품과 큰 차별성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새롭다, 신선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폰원의 디자인은 그저 중저가 싸구려로 치부기에는 수준이 높았다. ‘제품 패키지(박스)→투명폰→뒷면 LED→낫싱OS’ 등 제품의 요소 하나하나에 디자인과 완성도를 신경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각오가 느껴지는 ‘매우 성의 있게 만든 디자인폰’이었다.

정사각형 모양의 폰원 패키징의 모습 /신소현 PD

폰원은 패키징 박스부터 남달랐다. 보통 스마트폰 패키징은 제품 모양에 따라 직사각형 형태다. 또 박스의 뚜껑을 벗겨내면 제품이 놓여있는 식이다. 하지만 폰원의 패키징은 정사각형이었다. 박스 옆면에 빨간색 종이 실선을 잡아당기면 포장을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마치 애플 아이폰 박스를 벗겨내는 느낌이다. 차이점은 아이폰이 비닐을 벗겨내는 방식이라면, 폰원은 종이를 벗겨내는 식이다.

또 폰원은 아이폰, 갤럭시처럼 박스 정면에서 제품을 꺼내는 게 아니고, 옆면에서 제품이 나온다. 유심칩을 빼는 핀도 금속으로만 된 다른 제품과 달리, 손잡이 부분을 플라스틱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패키징에서 부품 하나까지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의미다. 전체적인 만듦새도 스타트업이 만든 첫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훌륭했다.

◇ 폰원의 디자인 3가지 차별화 ‘투명·LED·OS’

폰원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 후면의 투명 디자인이었다. 스마트폰 뒷면이 투명 소재로 만들어져 부품이 그대로 외부로 노출돼 디자인 요소로 사용됐다. 갤럭시나 아이폰이 뒷면을 다양한 색상으로 컬러 마케팅을 펼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두 번째 특징은 947개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탑재했다는 것이다. 낫싱은 이 기술을 ‘글리프 인터페이스’라고 이름 붙였다. 뉴욕의 지하철 노선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얼핏 보면 사람의 얼굴, 애플의 사과 로고와 비슷하다. 벨소리나 문자 알림음을 설정하면 LED가 다양한 형태로 불빛을 내는 식이다. 음악으로 벨소리를 설정하면 리듬에 맞춰 불빛이 춤을 췄다. 실내에서 전화가 올 때면 주변에서 이게 “무슨 스마트폰이냐”며 신기해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애플 에어팟 등 무선이어폰을 충전할 때도 동그란 LED가 불빛을 표시하면서 충전 스탠드 못지않은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해줬다.

하지만, 글리프 인터페이스는 분명한 호불호가 있어 보였다. 전화가 자주 오거나 요즘같이 카카오톡 등 알림이 많은 경우, 지나치게 불빛이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배터리도 빨리 소진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폰워의 사용자인터페이스 모습 /박성우 기자

세 번째 강점은 소프트웨어(OS) 차별화다. 폰원에는 안드로이드12 기반의 낫싱OS가 탑재됐다. 우선 대표적인 차별성은 폰트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개발해 앱마켓 등의 서비스는 그대로 이용할 수 있지만 폰트나 음성, 아이콘 등 세부적인 디테일은 전부 수정됐다. 차량이 없어 사용해보지 못했지만, 테슬라 차량과 연동이 가능해 차량 탑승전에 시동이나 에어컨을 작동시킬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갤럭시나 아이폰 사용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사용자경험(UX), 사용자인터페이스(UI)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다.

◇ 폰원, 중저가폰 시장 공략

폰원에는 글리프 인터페이스, 5000만 화소 듀얼 카메라, 낫싱 OS(운영체제), 120㎐ 주사율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퀄컴 스냅드래곤 778G+ 칩셋 등이 적용됐다. 색상은 화이트와 블랙을 선택할 수 있다. 용량은 8GB 램-128GB, 8GB 램-256GB, 12GB 램-256GB(늦여름 출시)로 구성되며, 가격은 각각 399파운드(약 62만원), 449파운드(약 70만원), 499파운드(약 77만원)로 책정됐다.

사양과 가격이 플래그십(최상위 제품) 스마트폰보다 중저가폰에 가깝다. 폰원을 스마트기기 성능 테스트 앱 긱벤치에 돌려본 결과, 싱글코어는 821점, 멀티코어는 2989점을 획득했다. 대략 지난해 출시한 삼성전자 갤럭시S21 5G(싱글 876점·멀티 2996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최근 전 세계 평균 10%에 육박하는 고물가와 공급망 붕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여러 가지 변수로 스마트폰 시장이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는 역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3.5% 감소한 13억1000만대에 그친다. 또 2026년까지 앞으로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1.9%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시장 환경은 애플, 삼성전자 등 기존 업체들에는 위협의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잃을 게 없는 신생 업체의 경우,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의 경우 플래그십을 선호하고 사후서비스(AS)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폰원이 어느 정도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제품을 본 지인들의 반응을 보면 신선하고 괜찮아 보인다는 얘기도 있지만, 독특함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고민하기 싫고 무난함이 좋은 소비자라면 갤럭시와 아이폰을 추천한다. 하지만 새로운 디자인을 원하고 튀는 것이 좋다면 폰원을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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