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회 대한민국..과로사 노동자 1년에 최소 500명?
산재사고 사망자의 60%가 과로 사망 추정..과로사 통계 없는 현실
택배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는 산재 통계에도 안 잡혀..사각지대 존재
과로사 예방법 국회 계류중..우선순위에서 밀려 "많은 관심 필요"
■ 진행 : 조태임 기자
■ 패널 : 선정수 (뉴스톱 기자)
◆선정수> 오늘의 팩트체크 주제는 '1년에 500명씩 과로로 죽는다?' 입니다.
◇조태임> 과로사 문제가 심각한 건 알았지만 1년에 500명이라니 굉장한 숫자네요. 이게 사실인가요?
◆선정수>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이 11일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용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2017~2021년 과로사한 노동자는 모두 2503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매년 5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과로로 목숨을 잃는다는 뜻이죠.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산업재해)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828명입니다. 과로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산재 사고사망자의 60%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기록한 겁니다. 숫자가 굉장히 커서 사실일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팩트체크 주제로 선정해봤습니다.
◇조태임> 용혜인 의원은 어떻게 이런 숫자를 산출해 낸 걸까요?
◆선정수>용 의원은 근로복지공단, 인사혁신처, 국방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수협중앙회로부터 2017~2021년까지 과로사 산재현황을 자료 제출 받아 분석했다고 밝혔습니다. 과로사에 대한 통계가 없기 때문인데요. 이 기관들이 집계하고 있는 업무상 재해 인정자 중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모두 더한 겁니다.
◇조태임>과로사에 대한 통계가 없군요. 좀 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선정수> 분석 결과 지난 5년 동안 과로사 사망은 2천 503명으로 평균 한 해에 500명을 넘었습니다. 2021년엔 산재보험적용 대상 노동자 509명, 공무원 30명, 군인 6명, 어선원 20명으로 모두 565명이 과로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20년 497명에 비해 13.7% 늘어난 것으로, 전년 대비 산재보험 적용대상 노동자는 9.9%(463명->509명), 공무원은 66.7%(18명->30명), 어선원은 100%(10명->20명) 증가한 것입니다.
◇조태임> 그런데 왜 언급하신 5개 기관의 사망자 집계를 더한 걸까요?
◆선정수>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을 관리하는 곳입니다. 여길 통해서 산재보험 적용 대상자 중 뇌심혈관계 질병 산재 사망자수를 파악했고, 산재보험 적용 대상자가 아닌 과로사 사례를 찾기 위해 인사혁신처(공무원), 국방부(군인), 사학연금(사립학교 교직원), 수협중앙회(어선원)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은 거죠. 이렇게 찾아낸 과로사 사망자가 5년 동안 2503명입니다.
◇조태임> 언뜻 들어봤을 때는 이 안에 포함되지 않은 노동자도 많을 것 같은데, 이 다섯 곳을 더하면 우리나라 모든 과로사가 통계로 잡히는 건가요?
◆선정수> 그건 아닙니다. 용혜인 의원실 최승현 보좌관은 "1인 자영업자와 플랫폼 노동자 등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분들의 경우엔 통계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이슈가 크게 불거졌던 2020년엔 택배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 대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용 의원 통계는 산재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1인 자영업자, 택배 기사 등 특수고용형태 노동자, 플랫폼 종사자 등이 빠져 있는 수치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통계가 허술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용 의원은 우리나라에 없는 통계를 만들어내 과로사의 심각성을 알린 거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습니다.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조태임> 산재보험에도 가입되지 않고,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분들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이네요.
◆선정수>네, 그래서 용 의원의 자료는 최소치로서의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드러난 것만 연 500명 이상 과로로 사망한다. 이런 의미죠.
◇조태임> 사실 과로사 문제는 이웃나라 일본이 먼저 겪었어요. 대책도 먼저 나왔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선정수> 일본은 2014년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을 제정해 시행했습니다. 법 시행 이후 일본 후생노동성은 과로사특별대책실을 만들었고, 매년 '과로사 백서'를 출간해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한 법률 상 개입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과로사 제로(Zero) 달성을 위해 '주 노동 시간 60시간 이상 노동자의 비율을 5% 미만', '연차 유급 휴가 취득율 70%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조태임> 일본은 법도 만들었군요. 그럼 그 법에서는 과로사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선정수> 일본의 과로사 방지법의 정의 부분을 살펴보면, "'과로사 등'이란 업무에 있어서의 과중한 부하에 의한 뇌혈관 질환 혹은 심장 질환을 원인으로 하는 사망 혹은 업무에 있어서의 강한 심리적 부하에 의한 정신장애를 원인으로 하는 자살에 의한 사망 또는 이들 뇌혈관 질환 또는 심장 질환 또는 정신 장애를 말한다"고 정의합니다.
◇조태임> '과로사 등'에는 과로사, 과로자살, 과로질환이 포함되는 거네요. 과로사는 과로를 유발한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과로자살은 업무로 인한 강한 심리적 부담이 정신장애를 일으키고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죠?
◆선정수> 맞습니다. 그런데 용 의원 통계에는 이 과로자살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관련 조사와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조태임> 우리나라에는 과로사에 관련된 법안이 없나요?
◆선정수>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12월 '과로사 등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습니다. 일본의 과로사 방지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입니다. 국가가 과로사 등 방지 시책을 수립?시행할 책무를 부여했고, 사업주는 국가가 수립하고 시행하는 시책에 협력하도록 규정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3년마다 과로사 방지대책을 수립하고 매년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해 성과를 평가하고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는데요. 정부가 과로사 등 방지를 위한 조사·연구 사업 및 교육·홍보·상담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 등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했습니다. 이 법안은 2021년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돼 현재 계류 중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요구하면 법제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태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는 과로사,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과로사를 피하려면 먼저 과로부터 피해야 할 것 같은데요.
◆선정수> 용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시도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과로사 사회를 만들려 한다. 과로사 사회 아닌 과로사 없는 사회가 필요하다"며 "노동시간과 스트레스를 줄여야 하고, 현재 법에도 없는데 꼼수로 허용해주는 포괄임금제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과로사를 피하려면 과로를 피해야 하겠죠.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과로를 합니다. 노동자 스스로 과로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런데 여러가지 이유로 노동자들은 과로로 내몰립니다. 컨베이어 벨트로 이어진 작업장처럼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까지 줄줄이 밀린다' 뭐 이런저런 다양한 과로의 원인들이 있죠. 그래서 규제가 필요한 겁니다.
◇조태임> 제도적인 개선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선정수>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월 발간한 '국제노동브리프 1월호'를 보면 일본 정부는 과로를 줄이기 위해 기업이 연차 유급 휴가를 확대하고, 근무 인터벌 제도(업무 종료 시간부터 다음 업무 시작 시간까지 일정 시간 이상의 휴식을 부여)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 노동자의 정신 건강에 대한 각종 대책을 세우고 작업장의 환경을 개선할 것을 권고하고 있죠.
우리나라는 지난 정부에서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는데 새 정부는 이게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다고 보고 뜯어 고치려 하고 있잖아요. 근로시간을 늘리더라도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에서 늘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조태임> 의학계에선 과로사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요? 과로가 죽음으로 이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선정수> 김수근 성균관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2019년 4월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 104호에서 "과로사는 장기간 스트레스가 많은 작업을 한 후에 만성 피로와 관련된 장애를 자극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높은 직무요구와 낮은 자율의 작업으로 인한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는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을 증가시킨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스트레스 관리(근로시간과 업무량 조정 등), 금연, 고혈압과 당뇨병 및 고지혈증 치료 등이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으로 발생하는 과로사를 예방하는 데 중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태임> 일 년에 최소 500명 이상이 과로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죠.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정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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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jogiz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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