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출 끝, 시신 가져가라"..유족 마음 두 번 찢는 일, 막는다
[편집자주] 장기기증자 유족들은 창작곡 '선물'에서 세상 떠난 기증자를 '꽃'이라 불렀다. 꽃이 지는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누군가는 뇌출혈을 겪었다. 하지만 세상을 떠나기 전 이들이 남긴 선물에 누군가는 새 생명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장기 기증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하루 평균 6.8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했다. 장기기증자 유족과 이식인에게 '장기기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물었다.
2017년 병원이 장기기증자 시신 처리를 가족에게 떠밀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기증자 아버지는 한 병원이 24세 아들 장기적출을 마치고 '시신을 가지고 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시신 수습과 장례식장 이송 모두 가족 몫이었다. 아버지는 장례식장 구급차를 불러 아들을 태웠다. 병원 직원 없이 혼자 구급차에 올랐다. 이어 아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시신을 손으로 잡았다고 했다.
기증자 예우가 미흡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에도 한국장기조직기증원(기증원)은 시신 이송 등 유족 지원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업무협약을 맺은 병원만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당시 기증원과 업무협약을 맺은 병원은 장기이식을 하는 전체 병원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전해졌다.
이런 문제는 장기기증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도화선이 됐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질병관리본부에 장기기증 신청을 취소하겠다는 전화가 빗발쳤다.
결국 2017년 장기기증자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뇌사 장기기증자는 2014년 446명, 2015년 501명, 2016년 573명으로 늘었다가 2017년 515명으로 줄었다. 이후 2018년 449명, 2019년 450명, 2020년 478명, 2021년 442명으로 500명을 못 넘고 있다.
반대로 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늘었다. 이식대기자는 2016년 3만286명에서 2017년 3만4187명, 2018년 3만7217명, 2019년 4만253명, 2020년 4만3182명, 2021년 4만5855명으로 증가세다.
장기기증 유관기관들은 2017년 문제제기 후 유족 지원이 개선됐다고 한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은 기증원과 협약을 맺지 않은 병원도 기증자와 유족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실제로 기증원 가족지원 서비스를 받은 유족은 2017년 230명에서 2018년 408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서비스를 받은 유족은 1021명이다.
현재 장기기증 유족은 △시신 이송 △경제·법률 상담 △장례식장, 관공서에 사회복지사 동행 △조화, 슬픔극복 도서, 기증자 앨범 등 예우 물품 제공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위기상황 대비 네트워크 연결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18년 4월부터는 장기기증을 한 후 다른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옮길 때도 이송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인천, 광주, 천안, 아산 지역은 시신을 이송할 때 동승자도 지원한다. 지난해 234가족이 이송 서비스를 이용했다. 만족도는 100점 만점 중 평균 88.2점을 줬다.
아울러 장례비와 제사비, 기증 전 진료비도 최대 540만원까지 지원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공설 화장장과 봉안당 비용을 감면하기나 면제하기도 한다.
장기기증 신청은 기증원이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등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보건소, 동사무소에 가서 직접 신청을 할 수도 있다.
기증원 관계자는 "기증자의 생명 나눔이 더 빛날 수 있도록 정부, 병원들과 협력해 유족 지원을 확대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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