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시대①]유로·엔화는 '뚝'..'역환율전쟁' 본격화되나

류난영 2022. 7.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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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1유로=0.995달러…'패리티' 수준 하회
"성장 둔화에 0.90달러까지 하락할 수도"
세계 중앙은행, 달러 팔아 자국통화 약세 방어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고수…139.9엔까지 올라

[암스테르담=AP/뉴시스]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이사회의 통화정책회의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06.10.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1320원을 돌파했다. 최근 원화 약세 흐름은 과거와는 다르게 '나홀로 달러 강세'다.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유로화와 엔화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유로화와 엔화, 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들은 이미 강달러에 대한 견제력을 상실한 상태다. 달러 강세가 심화되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역(逆) 환율전쟁'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26.1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1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의 큰 폭 하락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강달러 영향도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유로화와 엔화 폭락 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 이유가 크다.

유로화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장중 한 때 0.999 달러까지 내려가면서 '유로화=달러화'인 패리티(등가) 수준을 하회했다. 유로화가 패리티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년 12월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14일에도 장중 0.995달러까지 내려갔다. 유로화는 올 들어 11.8%나 급락했다. 이번 달 들어 덴마크(-4.29%)에 이어 가장 가파른 약세(-4.29%)를 보였다.

이번 달 들어 유로화가 큰 폭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에 비해 낮은 정책금리와 유로존 경기 침체 우려 등을 들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등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양적긴축을 시행하고 있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아직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가 지체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통화긴축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도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는 해소되기 어렵다.

또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로존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아 성장률도 마이너스로 추락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 위험도 단기간 내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정치적인 불확실성까지 이어지면서 추락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6%로, 내년 성장률을 2.3%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6.1%에서 7.6%로, 내년 2.7%에서 4.0%로 상향조정했다. 이로인한 경기 위축 전망이 반영되고 있다. EU는 우크라이나 사태 전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고, 독일은 자국 가스공급량의 55%를 러시아에 의존했다.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을 줄이면서 EU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인 '노드스트림1'을 통한 독일과 이탈리아 가스공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경제부도 가스 공급 관련 불확실성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 최대 정당이자 연립정부 주축인 오성운동(M5S) 정당의 연정 이탈을 계기로 사임 의사를 표명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김선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향후 유로화의 향방은 역내 에너지 위기 악화 정도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완전 중단 위험이 아직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며 "추가 성장 둔화와 천연가스 공급 완전 중단 시 0.90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금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 중국은 금리를 인하하는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로 인해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4일 장중 한때 139.39엔까지 올라가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39엔대를 기록한 것은 1998년 9월 이후 24년 만이다.

중국 인민은행도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위안화는 최근 기업 신용위험 확대, 코로나19 감염자 증가 등 이슈까지 겹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미국의 긴축과 탈동조화 정책을 사용하는 것은 수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일본은 물가 보다는 성장 하방 압력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엔저 현상은 미 금리가 높아지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연준은 이번달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75~1.0%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달러 매도 등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5월 말 기준 싱가포르(-199억 달러), 러시아(-56억 달러), 홍콩(-7억 달러) 등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6월 말 기준으로 94억3000만 달러 줄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과도한 환율 변동성 완화 목적의 외환시장 개입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글로벌 고(高)인플레이션 환경 속에서 강달러 현상이 심화될 경우, 역환율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경쟁력 제고와 이를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이 자국통화 가치를 경쟁적으로 절하시키는 환율 전쟁과 달리, 역환율 전쟁은 고인플레이션 시기에 경기부양보다는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국통화 약세를 제한하려는 정책 대응을 의미한다.

김 연구원은 "올해 들어 시장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나타났던 환율 전쟁과 대비되는 역환율전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물가 안정을 위한 시장개입 과정에서 각국의 외환보유액이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수준까지 감소할 경우 또 다른 환율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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