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년 만에 광장 채우는 '무지개 물결'.."편견 있다면 와보세요"
기사내용 요약
■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 위원장
코로나에 멈췄던 퍼레이드…"대면 만남 그리워해"
오프라인 준비 나섰으나 서울광장 섭외 우여곡절
성소수자 반대 집회도 예정…"안전 확보에 노력"
"축제 관련 가짜뉴스 많아…직접 와서 즐겨달라"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성소수자에게 차별적인 사회에서 퀴어문화축제는 주변에 성소수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예요. 편견이 있는 분들은 일단 한번 와보시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제23회 서울퀴어퍼레이드 개최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 행사가 열릴 서울시청 근처에서 양선우(45)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올해 3년 만에 퍼레이드가 대규모로 진행되는 만큼 성소수자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남다르다고 한다.
코로나에 퀴어축제도 제동…올해 슬로건은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
공간적 제약에 따라 온라인으로 퍼레이드가 중계되고 그 외 SNS 등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마련됐지만 오프라인을 대체할 순 없었다.
온라인 축제의 한계를 묻자 양 위원장은 "가정이나 학교, 직장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성소수자들이 많은데 그들이 퍼레이드 중계를 안전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온라인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코로나로 사회적 교류가 위축됐던 시기 성소수자들에게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축제는 더욱 절실했다고 한다. 코로나 유행 초기 이태원 게이클럽 내 확진자가 발생하며 성소수자들에게 맹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양 위원장은 "당시 많은 성소수자들이 큰 충격을 받고 힘들어했다"며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 그리워한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조직위 측은 코로나를 지나 서로 다독이고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아 이번 축제 슬로건을 정했다.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다.
15만명 참석하지만 준비부터 난항…반대집회에 "끝까지 긴장"
앞서 조직위는 이달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했으나, 서울시는 조직위의 사용신고서를 즉각 수리하지 않고 이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후 서울시 시민위는 조건부로 16일 단 하루를 허용했는데 조직위는 이를 '차별 행정'으로 보고 있다.
양 위원장은 "신청서를 내면 2주 안에 수리 여부가 통보돼야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가 우리가 기자회견, 1인시위를 하고 나서야 결과가 나왔다"며 "시민위가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축제는 우리밖에 없다. 축제의 목적은 변하지 않는데 매번 심사받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광장 사용에 '신체 과다 노출과 청소년보호법상 금지된 유해 음란물 판매·전시를 하지 않는' 등의 조건이 따라붙었다. 양 위원장은 "누가 다른 사람의 노출을 규제할 수 있나. 서울시도 노출 단속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며 "또 조직위 측에서 물품 판매를 한 적도 없는데 마치 조례를 어긴 것처럼 얘기한다"고 답답해 했다.
행사 당일 인근에서 벌어지는 성소수자 반대 집회는 조직위가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조직위 측은 안전 확보를 위한 대비책을 경찰과 논의 중이다.
"커밍아웃해도 잊어버리는 사람들…성소수자 존재 보여줄 것"
그는 "커밍아웃(자신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밝히는 일)을 해도 계속 잊어버리고 그와 어긋나는 질문을 한다. 성소수자에게 평생 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라며 "한국에도 성소수자 이렇게 많구나, 특이한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꼭 축제에 들러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는 "실제로 성소수자 축제라고 하지만 앨라이(성소수자가 아니지만 그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이 온다. 일단 한번 와서 보시면 미디어에서 퍼지는 가짜뉴스와 다르다는 걸 아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양 위원장은 올해 축제를 많이 즐겨달라면서, "내가 어떤 모습인지, 누구를 좋아하는지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퀴어문화축제는 계속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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