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빚에 월북" 명예훼손 무혐의.. '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 이의신청

서해 피격 공무원 고 이대준씨 형 이래진씨. 연합뉴스

2020년 서해 상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유족 측이 ‘도박 빚, 채무’ 등을 언급,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해경 측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사건을 경찰이 각하 또는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이에 대해 이의 신청을 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 이대준씨의 유족은 지난 13일 이씨의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내린 무혐의 처분 등에 대한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유족은 해경이 2020년 9월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씨의 도박 채무를 언급하면서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해 이씨와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과 윤성현 남해해양경찰청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지난 5월 김 전 청장에 대해서는 각하를, 윤 청장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했다. 

당시 해경은 이씨가 사망하고 1주일 뒤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경은 이씨의 도박 기간, 횟수, 채무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했으며 그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언론 브리핑은 당시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인 윤 청장이 맡았다.

유족 측은 이의 신청서에서 “해경은 고인의 심리 상태 진단이 나오기도 전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이는 명예훼손이며 허위사실 적시의 고의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씨의 아들은 이영상 인천경찰청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국가인권위 결정문에 의하면 아버지의 도박 빚을 두 배로 부풀려 발표를 했고 정신적 공황상태라는 발언도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결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5월 받은 수사 결과 통지서는 인권위 결과와는 상당히 상반된 결론이어서 너무 의아했다”며 “최근 언론을 통해 기사를 보면 회생 신청 금액을 모두 도박 빚인 듯 발표를 하였고 전문가 7명 중 1명이 정신적 공황상태일 확률이 높다고 했지만 이 또한 정식 감정 의뢰도 없이 그저 참고사항뿐인 것을 수사에 공식적으로 사용해 2020년 10월 22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루 지난 다음날 심리상태 진단을 의뢰하면서 진단하기 전에 이미 발표부터 한 것이었다” 라며 “이런 거짓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명예훼손이 아니면 무엇입니까”라며 반문했다. 

경찰은 관련 법에 따라 인천지검에 사건을 송치한 상태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조만간 재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