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했다지만 구분 여전..현장과 따로 노는 통합수능

서한샘 기자 2022. 7.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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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두 번째 시행을 앞두고 있다.

문·이과를 통합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여전히 문과와 이과의 선택과목은 암묵적으로 나뉘고 있다.

2015개정 교육과정과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도입으로 학교에서는 문·이과 구분이 없어졌다.

문·이과가 통합됐다면 학생들은 계열 구분 없이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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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수능, 이대로 괜찮나③] "문·이과 과목선택, 길 정해져있다"
"인문·자연계열 구분 선발 고집하는 대학들 책임 커..통합 무색"

[편집자주]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두 번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제도 안착은 난망하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과생이 인문계열 학과를 쓸어가면서 문과생들이 밀려났지만, 대학은 이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문·이과를 통합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여전히 문과와 이과의 선택과목은 암묵적으로 나뉘고 있다. 제도 손질에 손 놓고 있는 사이 수험생들의 혼란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뉴스1>은 수험생과 고등학교, 대학 등 다각도로 통합수능의 문제를 조명해보려 한다.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2015개정 교육과정과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도입으로 학교에서는 문·이과 구분이 없어졌다. 그러나 고등학생들은 저마다 본인을 '문과생', '이과생'이라고 말하며 특정 선택과목을 택하고 있다. 통합수능의 '통합'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과와 이과 구분은 이미 지난 2003년 7차 교육과정 도입부터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그러나 수능에서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분리 응시하고, 수학을 가·나형으로 구분하면서 인문·자열계열 구분은 유지돼왔다.

문·이과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2015개정 교육과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2015개정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단계에서 학생들이 기본 소양을 모두 갖추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명분으로 2018년 도입됐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독서와 문학, 수학Ⅰ·Ⅱ을 공통으로 배우고 국어에서는 언어와매체·화법과작문, 수학에서는 확률과통계·미적분·기하 가운데 과목을 선택해 이수한다. 사회와 과학과목도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 배운다.

이를 반영해 수능 체제도 2022학년도부터 통합형으로 개편됐다. 학생들은 국어·수학·탐구영역에서 개인의 진로와 선호에 따라 과목을 선택, 응시한다.

문제는 개정 교육과정과 개편된 수능 체제에도 불구, 여전히 학교 현장에는 공공연하게 문·이과 체제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문·이과가 통합됐다면 학생들은 계열 구분 없이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수학에서 미적분을 선택하면서도 사회탐구를 응시하는 식이다.

그러나 실제 수험생 사이에서 이런 사례는 드물게 나타난다는 것이 현장의 주된 목소리다. 문과생은 수학에서 확률과통계, 탐구에서 사회탐구를 선택하고 이과생은 수학에서 미적분·기하, 탐구에서 과학탐구를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통합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진학한 이과생 이모씨(20)는 16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모의평가를 치를 때 반에서 많아야 1명 정도만 사회탐구 시험지를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과반에서 사회탐구를 응시하는 학생은 대부분 6·9월 모의평가 이후 성적이 나오지 않아 급하게 사회탐구로 돌린 학생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3학년 진학 때 탐구 선택에 따라 문과·이과반을 나눴다.

이 같이 문·이과 칸막이가 사라지지 않는 데는 대학의 책임이 크다. 대학에서 여전히 인문·자연계열을 나눠 선발하기 때문에 고등학교로서는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유모양은 "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사회·과학탐구 영역에서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많은 대학에서 이공계열 학과는 과학탐구 선택자만 지원이 가능해 학생의 선호에 따라 선택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진학교사는 "대학에서 여전히 모집단위를 인문·자연계열로 나눠놓고 공고한 벽을 쳐놨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도 문·이과 구분은 사라지지 못한다"며 "대학이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고 교육현장을 왜곡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사는 이어 "고등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들도 전향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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