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쌓이는데.. 처리 방안 '오리무중'

이한듬 기자 입력 2022. 7. 1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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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尹정부 에너지정책, 기대와 우려 사이] ② 임시저장시설 포화 임박

[편집자주]윤석열 정부가 원자력 발전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내리막길을 타던 원전업계의 기대감이 커진다. 하지만 원전의 안정성 등에 대한 환경·시민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핵폐기물은 점차 늘어나는데 처리 방안은 여전히 묘연하다. 탄소 중립의 핵심인 재생에너지를 키우기 위한 전략이 불투명한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점검해 봤다.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와 부산환경운동연합 소속 활동가 등이 지난 4월14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뉴시스 하경민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원전 최강국' 드라이브… "환영 vs 반대"
② 핵폐기물 쌓이는데… 처리 방안 '오리무중'
③ 거꾸로 가는 재생에너지 정책… 경쟁력 실종 우려
새 정부가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안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주요 원전에 마련된 임시저장시설의 포화 시기가 도래할 예정인 가운데 고준위방폐물 영구 처분시설은 2050년 이후에나 구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월성 원전 임시저장시설, 98.8% 포화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2030년 가동 원전 수를 현행 24기에서 18기로 줄이기로 했던 계획을 수정해 28기로 늘리기로 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2024년부터 재개하고 사용만료 시기가 도래하는 원전의 계속운전 방안도 적극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고준위방폐물 처분에 대해선 절차와 일정·방식을 규정한 특별법을 마련하고 컨트롤타워로 국무총리 산하 전담조직을 신설하겠다는 것과 한시적인 저장시설 확충을 추진하겠다는 큰 틀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고준위방폐물은 말 그대로 열과 방사능 준위가 높은 폐기물을 말한다. 원자력안전법에서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열 발생량이 2㎾/㎥, 반감기 20년 이상인 알파선을 방출하는 핵종으로 방사능 농도가 그램당 4000베크렐 이상인 것으로 정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고준위방폐물은 사용후핵연료가 대부분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연료로 사용되고 난 후의 핵연료물질로, 중수로형 원전 기준 10개월 가량 원자로 내에서 핵분열을 하고 나면 신연료로 교체하면서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한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 내에서 핵분열 반응 중 생긴 핵분열 생성물 때문에 높은 방사능을 가지고 있어 방사선을 막아주는 차폐구조물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발전소 내 냉각재로 채운 임시저장시설에 저장,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북 경주 월성 원전(중수로)은 보관가능용량 48만9952톤 중 98.8%인 48만4073톤을 채워 포화 직전 상태다. 부산의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는 보관가능용량 총 8038톤 중 83%인 6736톤이 찼다. 2031년이면 포화 시기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다. 영광의 한빛 1~6호기도 9017톤 중 74%인 6691톤이 차 2031년을 포화 시점으로 보고 있다. 울진 한울 1~6호기는 7066톤 중 81%인 5709톤을 채워 2032년 포화가 예상된다.

/사진=김은옥 기자


영구처분시설 2050년 이후에나 생길 듯


영구처분시설 마련은 요원한 상황이다. 핵연료를 영구처분하려면 10만년 이상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보관할 수 있도록 거대하고 튼튼한 시설이 필요하다. 1976년 원전을 가동한 한국은 1983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이후 수 십년 동안 9차례에 걸친 논의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이 지역내 생길 경우 안전성과 해당 부지의 접근 및 사용불가 등의 문제로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반대가 컸던 탓이다. 대표적으로 1990년 안면도와 1994년 굴업도, 2004년 부안에 영구처분장 건설이 논의됐지만 지역주민들이 강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정부는 2009년에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2013년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했다. 그러나 처리방안 수립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업계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본격적인 가동 시점은 중간저장시설의 경우 2030년, 영구처분시설은 205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행정 예고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도 부지 선정 절차부터 시설 확보까지의 기한을 37년 이내로 적시하고 있다. 37년 중 초반 13년은 조사 계획 수립과 부지 확정에 필요한 시간이고 나머지 24년은 시설 건설과 관련한 기술적인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영구처분시설은 2050년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과는 별도로 당장 포화가 임박한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임시저장시설을 추가로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임시저장시설은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한데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주민수용성 문제 등을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방기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 사업을 담당하는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에게만 일 처리를 맡겨놓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면 안 된다"며 "원전 확대가 정부 정책 방향인 만큼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중재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황주호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은 최근 한국원자력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고준위방폐물 정책 포럼'에서 "원전 가동이 계속되고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용량 부족이 다가오는데 이는 '화장실 없는 아파트'같은 상황"이라며 "임시저장이든 영구처분이든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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