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한마디에.."14억 명에 덤비지 마" 中말싸움 단골멘트가 흔들[김지산의 '군맹무中']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2. 7. 16.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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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가 빼돌렸다는 10억 개인정보 토대로 미국 학자 분석.."실제 인구 12.8억"

[편집자주]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사진=뉴스1

"14억 인민과 대립하지 말라. 미국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조심하고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말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5월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군의 대만 개입' 발언에 대해 한 경고다.

중국은 다른 나라, 특히 미국과 말싸움을 할 때면 '14억 인구'를 자주 언급한다. 대개 '14억의 힘을 무시하지 말라'는 투다. 인구의 힘을 국력으로 치환하는 전형적인 표현이다.

해커가 쏘아올린 '14억' 허구 논란
그런데 중국의 14억 인구 진실성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말 '차이나댄'이라는 아이디의 해커가 온라인 사이버 범죄 포럼에 중국인 10억명의 이름과 성별, 나이, 출생지, 주소, 사진, 휴대폰 번호 등 개인정보를 무더기로 팔겠다는 게 계기가 됐다. 총 23.88테라바이트(TB) 분량의 데이터다. 그는 계좌 추적이 두려웠는지 정보 제공 대가로 현금이 아닌 10비트코인(약 2억6000만원)을 내걸었다. 해커는 정보를 상하이시 공안 시스템의 클라우드 서버에서 빼냈다고 했다.

그는 정보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75만명의 데이터를 맛보기로 공개했다. 외신들이 그 중 일부를 무작위로 뽑아 사실 확인에 나섰더니 명시된 것과 일치했다고 보도했다.

처음에는 국가 기관이 어떻게 10억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털릴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관심사는 왜 14억명도 아니고 10억명인지로 모아졌다. 중국 실제 인구가 10억명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중국 인구 거품론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이푸셴 연구원이 쐐기를 박았다. 이푸셴은 중국 인구에 천착해온 학자다. 그는 수년 전부터 중국 인구는 12억명대라고 주장해왔다.

계기가 있을 때마다 같은 주장을 되풀이 해왔는데 이번에 해커가 공개한 75만명 자료를 토대로 분석을 했더니 과거에 했던 주장들이 옳았다는 글을 SNS에 공개한 것이다.

그는 25만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나이와 성별을 분석했더니 2020년 기준 중국 인구가 12억8000만명 미만으로 추산됐다는 것이다. 그해 중국은 공식적으로 전체 인구를 14억100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이푸셴 연구원 트위터
대놓고 '늘였다 줄였다' 고무줄 통계
이푸셴은 이 같은 숫자를 도출한 과정을 따로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해 한마디 반박을 하지 않으면서 서방 세계는 그의 주장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의 '인구 통계 조작' 의혹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조작이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는 게 정설로 퍼져 있다. 기업 중에서는 14억 인구를 상정하고 제품을 들여와 팔았는데 매년 결산은 기대와 너무 동떨어진 나머지 모수(중국 전체 인구)가 부풀려져도 한참 부풀려졌다고 결론 내린 곳도 있었다.

중국 정부를 향한 세간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 계기는 2020년 인구 발표였다. 이때 중국 정부는 발표 시기를 예정보다 한 달이나 늦췄다. 전문가들은 이때 뭔가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고 보고 조작의 냄새를 맡았다. 결과를 보니 의심할 만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인구 14억5만명에 출생아는 1200만명, 2020년 전체 인구가 14억1178만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대로라면 2019년 사망자는 27만명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중국 정부는 평소 연간 사망자가 1000만명 정도라고 말해왔다. 2019년에만 유독 사망자가 없었다는 건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푸셴이 2019년 7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을 보면 그는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1991년 2.1명으로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고 단정한다. 이를 토대로 1994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 합계출산율은 1.36명이었는데 중국 정부는 이 비율을 1.6~1.8명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2000년에는 합계출산율이 1.22명이었는데 발표된 건 1.8명이었다면서 그해 실제 신생아 수는 1410만명에서 정부 조작 끝에 26% 많은 1770만명으로 둔갑했다고도 했다.

엉성하면서도 서투른 조작의 흔적도 발견됐다. 연구단체 TS롬버드의 수석 중국 경제학자 좡보는 2019년 말 14세 인구가 2억5500만명으로 발표됐는데 2006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의 합이 2억3900만명으로, 1600만명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이푸셴이 발견한 또 다른 엉성한 정황. 1991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신생아 수를 합산하니 3억6600만명이었는데 2010년 인구 조사에서 그 사이 태어난 0~19세 그룹 인구가 3억2100만명으로 무려 10% 넘게 빠져 있더라는 것이다.

중국 한 자녀 캠페인 '게획생육' 포스터
"중국 인구 1.3억 뻥튀기"
그는 지난해 8월 세계적인 기고 전문지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서 2020년 중국 인구는 많아봐야 12억8000만명일 거라고 추정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인원보다 1억3000만명 적다. 이번에 해커가 공개한 자료로 추정한 인구 수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인구 통계 신뢰성이 제로인 배경에는 교육 보조금 정책이 도사린다. 지방정부들은 초등학생 수를 부풀려 중앙정부에 보고하는 방법으로 초과 보조금을 받아냈다. 2012년 안후이성은 한 학교 학생 수를 42% 부풀려 보고하고 후베이성에서 어떤 학교는 학생 수를 300% 초과 보고했다.

연령을 떠나 마구잡이식 과잉 보고는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인구 감소는 살기 어려운 동네로 인식되고 관리들의 행정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간주될 게 두려워 인구를 뻥튀기하는 것이다. 2010년 푸젠성은 인구 수를 3329만명으로 보고했다가 나중에 3689만명으로 바꿨다. 전체 인구의 10% 넘는 수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간혹 사망자 수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회 복지 수당을 계속 받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유엔 자료에는 1991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에서 800만명의 이민이 있었는데 중국 정부는 이 인원을 전체 인구에서 빼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고무줄식 인구 통계를 내는 이유에 대해 인구 학자들은 '인구=국력' 콤플렉스를 든다. 군사력과 경제력의 근원을 과장함으로서 힘의 외교를 유지하려 든다는 것이다. 특히 국경을 맞댄 인도와 세계 1위 인구 대국 자리 다툼이 한창이라는 점도 인구 부풀리기 유혹에 빠지게 한 이유라고 본다. 유엔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인도 인구가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연 순리 거스른 '한 자녀 정책' 나비효과
그보다 악명 높은 한 자녀 정책의 폐단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성과 임신, 출산이라는 자연의 순리를 낙태와 벌금이라는 비인간적인 수단으로 통제하려 든 결과로서 인구 감소를 은폐하려 든다는 지적이다.

통계 조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토가 더 큰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미국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매트'는 "중국의 가장 유명한 통계 왜곡은 마오쩌둥의 대약진 운동 기간 중 지방 관리들이 공동 농업 기술로 인한 잉여 수확을 과시하기 위해 곡물 창고를 가득 채웠을 때"라며 "슬프게도 (창고에 곡식을 쌓아둬야 해서) 흉년 기간 식량 배급을 하지 않았고 수천만명이 죽었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또 "잉여생산을 하든,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숨기든, 당의 고위 관리들은 통계 조작에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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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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