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금리·전셋값에 "덜덜"..시름 깊은 세입자들[혼돈의 전월세 시장①]

강세훈 2022. 7.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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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집값 떨어지고 있다고 하니 집 사는 건 엄두 못 내"
"전셋값 너무 오른데다 대출 금리 계속 올라 걱정"
전셋값 2년간 1.8억↑…세입자 떠밀리듯 월세 선택
대출이자가 월세 이율 보다 높아져…월세화 속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아파트값이 7주째 하락했다. 강남구에 이어 용산구도 약 4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둘째주(11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주 0.03%에서 이번주 0.04%로 하락폭이 늘었다. 사진은 15일 서울 용산구 일대 아파트. 2022.07.1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대출 금리가 너무 올라 걱정입니다. 지금 가장 싼 인터넷 은행 전세대출금리가 3%대 초반인데 계속 오를 거라고 하니 막막하네요. 그나마 월세세액공제 혜택이 늘어난다고 하니 월세가 더 유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결혼 앞둔 30대 회사원 A씨)

"돈도 없고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해서 집을 사는 것은 엄두도 못내죠. 예비신부와 제 직장이 성수동과 용산이지만 서울은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부모님이 사시는 일산에 전셋집을 얻기로 했어요. 출퇴근이 힘들긴 하겠지만 서울보다는 전셋값이 조금 싼 편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결혼 앞둔 30대 회사원 A씨)

이달 말로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시행 2년째를 맞게 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년 만에 2억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7792만원으로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2020년 7월 4억9922만원에 비해 1억7870만원 올랐다. 새로 전셋집을 구해야하는 이들에게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의 폭등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7년 4월 4억2439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임대차법 시행 전인 2020년 6월(4억9148만원)까지 약 3년 동안은 6709만원 올라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임대차법 시행 이후엔 약 2년 동안 2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처럼 전셋값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르자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선택을 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셋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없는 돈에 맞춰서 반전세를 구려하는 사람이 많다"며 "대출을 받으려 해도 무한정 받을 수 없으니 반전세를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월세·반전세 계약 비중이 치솟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월세 거래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에서 계약된 아파트 임대차거래(10만5421건) 중 월세 낀 계약(4만2087건)의 비중이 39.9%로 지난해 같은 기간(35.8%)보다 4.1%포인트 늘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5563가구 대단지 '리센츠'의 경우에도 지난 5월에 체결된 반전세·월세 계약이 36건으로 전세 계약 35건 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최근들어 월세 낀 거래가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이를 월세로 충당하려고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린 것도 월세화를 가속화 시킨 데 한몫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후 전월세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치솟고 있는 시중 은행 대출금리가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을 웃돌다 보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대출을 받아 은행에 이자를 갚는 것보다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전월세 전환율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3.19%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전세대출 금리가 2% 중후반 수준이어서 임차인은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올려 주는 게 유리했지만 올해 들어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현재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변동형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저 연 3.59%, 최고 연 5.67%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인상으로 인해 전세대출이자 부담이 월세 이율보다 높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지방 아파트나 연립·다세대 주택 임대차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설 경우 보증금 반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지불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도 뛰어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월세지수는 102.8을 기록했다. 임대차법을 시행한 지난 2020년 8월(91.4)보다 11.4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은행 금리가 올라가니 거기에 맞춰 집주인들도 월세를 많이 받고 싶어한다"며 "전세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돌릴 때 50만원 정도를 생각하는 집주인들이 많다. 은행 금리보다는 월세가 조금 더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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