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후폭풍.. 영끌족 '이자 공포' 곡소리 난다

이남의 기자 2022. 7. 16.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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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기준금리 2% 시대②] 주담대 최고금리 8% 꿈틀, 이자공포 확산

[편집자주]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6%대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강도높은 통화정책이다. 미국 소비자물가가 9%대로 올라서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 보다 0.25% 낮은 상황. 외국인 투자자본이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3%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물가 시대 속에 금리까지 올라 대출자의 이자부담과 기업의 자금 조달에 적신호가 켜졌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13일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3.70~6.135%다. /사진은 시중은행 앞에 걸린 현수막./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긴축시계 '째깍째깍'… 기준금리 향방은
② 주담대 최고금리 8% 꿈틀, 이자공포 확산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밤잠을 설쳤다. 김 씨는 지난해 초 가능한 모든 대출을 끌어 모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로 경기 의왕시 내손동 아파트를 구입했다. 같은 해 10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이 아파트는 지난달 25일 9억1000만원에 실거래가 신고됐다. 8개월 새 3억4000만원 하락한 셈이다. 김 씨가 납부하는 대출이자는 연 2000만원으로, 월 166만원을 내고 있다. 그는 "앞으로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한 달에 20만원을 더 내야 한다"며 "가족들과 보금자리로 산 집을 처분할 수 없어 막막하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시중은행 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최고금리는 6%에서 7%대를 넘어 8%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대 주담대 금리가 현실화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기록을 갈아치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15일 신규코픽스 기준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연 6.13%다

기준금리가 0.5%였던 지난해 6월(2.39~4.047%)과 비교하면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2%포인트 넘게 뛰었다. 고정형(5년 혼합형) 주담대 금리도 4.27~6.144%로 상단금리가 6%대로 올라섰다.


주담대 금리 7% 시대, 신용대출 9% 오르나


신용대출 금리는 3.31~6.23%로 5월24일(3.72~5.14%) 보다 상단이 1.09%포인트 급등했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대출 금리상단은 연 7~8%까지 치솟았다.
하반기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따라 신용대출 금리는 연 9%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용대출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6개월~1년물이 오르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금융채는 1년 3.62%, 2년은 3.67%, 3년은 3.68%, 5년은 3.70%다. 대출이 많이 쓰이는 금융채 1년은 지난 1일 3.32%에서 14일 만에 0.30%포인트 올랐다.

주담대는 금융당국의 '이자장사' 압박에 은행의 우대금리와 금융지원이 뒤따르지만 '무담보'인 신용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져 가산금리가 부여된다. 5대 은행에서 신용등급 1~2등급에 배정된 가산금리는 2~3%대지만 5~6등급은 4~6%대로 차이가 크다.

지난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38%로 전달인 5월(1.98%)에 비해 0.40%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5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0.82%로 13개월 만에 1.56%포인트 껑충 뛰었다.

신규취급액 코픽스와 조달 비용 포괄 범위가 다른 '잔액기준 코픽스'의 경우 전달보다 0.15%포인트 오른 1.83%, '신잔액기준 코픽스'는 0.11%포인트 오른 1.42%로 공시됐다.

코픽스는 변동형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준거금리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날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금리가 조정된다.

은행 관계자는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 속도에 최근 1~2년 사이에 주택을 구매한 '영끌족'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라면서도 "대다수 은행은 주담대 금리에 한은의 금리 인상을 반영한 측면이 있어 급격한 금리 조정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한은의 기준금리가 0.5%에서 1.5%로 1%포인트 오를 때 은행권의 신용대출 금리는 최대 1.2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이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01~4.40%로 2021년 8월 2.95~3.18%에 비해 1.06~1.22%포인트 상승했다.

이번에 인상된 기준금리 0.5%를 그대로 반영하면 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0.5~0.6%포인트 가량 오른다고 가정할 수 있다. 물론 기준금리 인상 때마다 신용대출 금리가 같은 폭으로 오른 것은 아니다. 한은이 앞서 4차례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 신용대출 금리는 최소 0.01~0.19%포인트에서 최대 0.52~0.71%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이자 부담 4조원… 한계기업 급증 우려


한은의 빅스텝 결정으로 국내 기업의 건전성 하락 우려도 커졌다. 기업들은 시설 투자와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이번 빅스텝 이후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은 ▲대기업 1조1000억원 ▲중소기업 2조8000억원 등 모두 3조9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업권별로는 항공업계가 금리 인상을 가장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올 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기준금리 1% 인상 시 대한항공은 450억원, 아시아나는 328억원의 이자비용이 각각 증가한다. 빅스텝(0.5%포인트)을 반영해 단순 계산하면 대한항공은 225억원, 아시아나는 164억원의 추가 이자 부담이 발생한다. 여객 감소로 인해 적자를 이어가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재무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영구채 발생 등 자본 확충에 나서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공사비 폭등에 '첫 삽'을 뜨지 못한 건설기업들도 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는다. 철근 등 원자재 가격 급등한 가운데 금리마저 올라 조달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철근 가격은 지난해 초 1톤(t)당 71만1000원에서 지난 5월 119만원으로 67.4% 급등했다. 레미콘 단가도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원으로 13.1% 상승했으며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도 15% 이상 올랐다.

설상가상 대출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조치가 끝나는 오는 10월부터 중소기업의 부실대출이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931조원으로 이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은 437조원에 달한다.

일각에선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한계기업 비중은 16%로 코로나19 사태 위기 이전인 2019년의 12.4%보다 약 3.6%포인트 증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된다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처럼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 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을 위한 적극적인 금융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 등 조세부담 완화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은 "정부는 무역수지 흑자 전환 등을 통한 원화가치 안정 노력으로 금리인상 부담을 완화해 나가야 한다"며 "규제개혁, 세제개선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을 제고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신뢰를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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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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