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시계 '째깍째깍'.. 빅스텝, 다음 기준금리 향방은

이남의 기자 2022. 7. 1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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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기준금리 2% 시대①] 물가쇼크 극약처방.. 올해 세 차례 추가 인상

[편집자주]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6%대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강도높은 통화정책이다. 미국 소비자물가가 9%대로 올라서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 보다 0.25% 낮은 상황. 외국인 투자자본이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3%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물가 시대 속에 금리까지 올라 대출자의 이자부담과 기업의 자금 조달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창용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긴축시계 '째깍째깍'… 기준금리 향방은
② 주담대 최고금리 8% 꿈틀, 이자공포 확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 인상)을 단행하면서 밝힌 통화 메시지는 분명하다. 6%대로 치솟은 소비자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연 1.75%인 기준금리를 연 2.25%로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연 2.25%로 돌아간 것은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이다.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빅스텝에 동의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초강수 통화 결정이다.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 이 총재는 빅스텝 단행 후 올해 세 차례(8·10·11월) 남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에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을 '매파'(긴축)로 돌린 것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 본회의를 마친 후 "당분간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전망인 만큼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연말 기준금리가 연 2.75~3.0%까지 오를 것으로 보는 시장의 예측도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뛰는 물가 잡아라… 빅스텝 초강수


소비자물가는 올 초 3%대에서 3월 4.1%로 오른 뒤 5월 5.4%, 6월 6.0%로 매달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6%대 상승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후 처음이다. 경제 주체의 물가상승 기대 심리도 커지고 있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5월 3.3%에서 한 달새 3.9%로 올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고 상승폭(0.6%포인트)은 2008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기록이다.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경제주체들은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여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임금인상 압력이 커지고 임금이 오르면 그 수준에 맞춰 가격도 오르는 악순환이다.

한은은 빅스텝으로 물가안정 의지를 드러낸 만큼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한 풀 꺾일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총재가 오일쇼크 당시 통화정책을 사례로 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총재는 "1970년 이후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평균 16%를 상회하고 명목 임금 상승률도 26%에 달했다"며 "인플레이션은 1980년대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통해 경기고통을 감내하고서야 꺾였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 결정은 내려가는 성장세를 용인한다는 의미보다 물가부터 잡아야 하는 상황이란 점에 중심을 뒀다"고 말했다.


전 세계 '매파 본색'… 한은 "점진적 인상"


전 세계적 중앙은행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각국의 중앙은행은 잇따라 빅스텝을 밟으면서 최악의 인플레이션 위기를 진압하는 모습이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지난 5일 기준금리를 0.85%에서 1.35%로 인상했고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도 기준금리를 2.0%에서 2.5%로 올렸다. 스위스 중앙은행(SNB)는 기준금리를 -0.75%에서 -0.25%로 인상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기준금리를 1.5%에서 2.5%로 올리며 더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펼쳤다.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은 1998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7월 빅스텝을 밟은 한은은 앞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는 점진적 인상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물가가 올 3~4분기 정점을 찍은 뒤 완만한 하락세를 그리는 경우에 한해서다.

이 총재는 "물가는 3분기 후반이나 4분기 초에 정점을 찍은 뒤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다"며 "예상하는 물가와 성장 경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기준금리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에 무너진 경기가 단기간 안에 높아진 금리를 감내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하락 곡선을 그리는 경제성장률에 한은이 장기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국가의 성장 전망이 악화되는 가운데 국내 경제도 하향 조정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한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총수요가 감소해 한국의 수출과 내수가 급락한다. 여기에 코로나19 재유행까지 겹치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정부의 예상을 밑돌 수 있다.

정부는 6월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6%,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비교하면 경제 성장률은 0.5%포인트 내렸고 물가 상승률은 2.5%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한은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과 '빅스텝'을 교대로 이어가면서 이 전망도 낙관할 수 없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2일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3%로 0.6%포인트 내렸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7%에서 1.0%로 0.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MF는 조만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내려잡을 가능성이 크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가 둔화하면 한국의 수출이 줄고 인플레이션 탓에 실질소득은 감소, 소비는 살아나지 못할 것"이라며 "한은도 경기 둔화를 고려해 7월 이후 빅스텝을 밟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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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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