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고떨이 세일'에도 옷값 여전히 비싼 이유
팬데믹 이후 패션 유행 바뀌었는데
월마트·타깃 등 수요 변화 대응 못해
인기 없는 '잘못된 재고'만 산더미
인플레 영향 덜 받는 고소득층
비싼 브랜드·명품 선호 두드러져
의류 가격 끌어올리는데 한몫
미국의 역대급 인플레이션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유통업계가 의류 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업체마다 ‘바겐 세일’을 벌이고 있지만 막상 쇼핑하려고 가격표를 보면 옷이 생각만큼 저렴하지 않다. 할인을 하는데 옷값은 왜 이렇게 비싼 걸까? 1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가 그 이유를 분석했다.
○캐주얼에서 정장으로 패션 트렌드 변화
이날 미국 고용통계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6월 의류 가격은 전달보다 0.8%, 전년 동기 대비로는 5.2% 올랐다. 식품 에너지 등 생활 필수품을 포함한 물가 상승률이 9.1%라는 점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유통업체가 재고 처리를 위해 가격을 대폭 인하했음에도 옷 가격은 작년보다 높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옷 쇼핑에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옷값이 비싼 이유 중 하나로 바뀐 패션 트렌드가 꼽힌다. 코로나 팬데믹 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웨어 캐주얼 레저복이 인기를 끌었지만 방역 규제가 풀리고 결혼식에 가거나 사무실 출근이 늘어나면서 정장 드레스처럼 격식을 갖춘 외출복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유통점에는 유행이 지난 ‘잘못된 재고’가 너무 많다. 아무리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도 안팔리는 이유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월마트(32%) 아베크롬비앤피치(45%) 아메리칸이글(46%) 등 작년보다 재고가 크게 늘며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월마트 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찰스 레드필드는 “대형 유통 체인점은 여름용 원피스나 탑(짧은 상의)과 같이 유행에 민감한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출복은 굳이 할인을 안해도 잘팔린다. 소비자리서치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여성 드레스 판매는 작년보다 42% 급증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서 14% 늘어난 수치다. 이에 힘입어 미국 의류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1~5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고 팬데믹 이전보다 13% 늘었다.
미국의 대표적 청바지 제조업체인 리바이 스트라우스 앤드 컴퍼니도 실적이 좋았다. 지난 분기(3~5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사무실 복장 규정이 완화되면서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직장인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NPD그룹의 의류시장담당자 크리스틴 클래시-줌모는 “재택근무가 끝나고 일터로 복귀하는 것이 의류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새로운 수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에게 대가는 가혹했다. 이번주 소니아 싱걸 갭 최고경영자(CEO)는 주가 실적 부진 이유로 사임했다. 갭은 최근 실적 보고서에서 “고객들이 예전만큼 후리스 후드티 같은 편안한 복장을 원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사이즈 옷을 출시했지만 너무 작거나 큰 옷들은 팔리지 않아 재고가 급격히 늘었다”고 밝혔다.
○고소득층 구매력이 옷값 상승에 영향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미국의 소비 양극화도 옷값을 끌어올리는데 한몫했다. 높은 물가는 일반적으로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저렴한 상품을 찾게 하지만, 고소득층 쇼핑객들은 여전히 비싼 브랜드와 정가에 판매되는 의류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수영복 판매량은 지난해 급격히 늘었다가 올들어 감소세로 접어들었는데, 100달러(약 13만원) 이상의 고가 수영복은 올해 가장 불티나게 팔렸다. 반면 70달러 이하 중저가 제품 판매는 줄어들고 있다고 NPD는 전했다. 이어 “소득이 낮은 소비자는 할인을 해도 안해도 구매를 두 번 생각하지만, 소득이 높은 소비자는 인플레이션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뜨거운 명품시장이 이를 증명한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명품 매출은 890억달러로 중국(736억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미국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도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78% 급증했다.
아직 인플레이션의 정점이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옷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각종 원자재값과 운송에 필요한 천연가스값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발표된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3%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상 최고치였던 3월(11.6%)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행보에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되면서 의류 시장이 둔화될 조짐도 보인다. NPD에 따르면 의류 판매 증가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 투자은행 제프리스 조사에서 소비자의 35%가 현재 혹은 미래에 옷을 덜 구매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6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0% 늘었는데 샐 과티에리 BMO캐피털마켓 수석 경제학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물건을 많이 사서가 아니라 더 높은 가격에 돈을 지불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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