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1%p 인상' 거론에..국내 국채 '장·단기 역전' 고착화 우려

세종=박소정 기자 2022. 7.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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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빅스텝'에 안정세 보였던 韓 국채시장
美 CPI에 분위기 반전..단기물 상방 압력 ↑
경제전망 반영 장기물 금리는 빠른 하락 예상
"국내 3년-10년물 국채금리, 3분기말 뒤집힐 것"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9.1% 발표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점보스텝’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첫 ‘빅스텝(0.5%p 인상)’을 단행한 뒤 추가 빅스텝은 없을 것이란 메시지를 암시하면서 안정을 되찾았던 국내 국채시장에, 다시금 불확실성이 드리운 모습이다.

인플레이션 지표 공개 충격으로 미국에선 경기 침체 전조로 평가되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했다. 특히 미국채 2년-10년물 간 역전 폭(금리 스프레드)은 2000년 이후 최대로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과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우리나라 국채 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우리 국채시장에서도 향후 장·단기 역전 현상이 점점 고착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르면 3분기 중 3년-10년물 금리가 14년 만에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참석해 문서를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을 약속한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 한은 빅스텝→美 CPI 9.1%…하루 만에 불확실성 드리운 국채시장

16일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대출금리의 근거가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3일 8bp(1bp=0.01%p) 떨어진 연 3.211%를 기록했다가, 이튿날인 지난 14일 다시 5bp 오르는 등 하락분을 되돌리고 연 3.260%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사이 바뀐 채권시장 흐름의 배경에는 ‘한은의 빅스텝 단행’과 4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있었다.

지난 13일은 한은이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날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빅스텝은 이번 한 번에 그치고 앞으로는 25b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나갈 것’이란 취지의 메시지를 시장에 암시하면서 불확실성이 제거된 채권시장이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같은 날 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8.9%)보다 높은 9.1% 상승분을 기록하면서 분위기는 다소 반전됐다. 미국 연준의 100bp 인상 가능성까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국내 국채시장에 ‘추가 빅스텝’ 불확실성이 생겨버린 셈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한은의 최종 기준금리 전망도 상향될 수 있는 만큼, 8월 금통위까지는 국채 금리가 재차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물보다는 1·2·3·5년의 단기물 위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향후 성장세가 약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장기물 금리는 더욱 내려가는 움직임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로써 앞으로 국내 국채시장의 장·단기 역전 현상이 더욱 고착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 미국 따라…14년만의 3-10년물 금리 역전 임박?

전문가들은 단기물 위주로 상방 압력이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더욱 굳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능성은 미국 국채 시장의 움직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통상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는 미국채 금리와 동조화를 이룬다.

CPI가 발표된 직후 미국 국채시장에선 10년물과 2년물 금리의 역전 스프레드가 -22.7bp를 기록해, 22년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물(단기물) 국채 금리는 고강도 긴축에 무게가 실리며 연 3.13%대까지 치솟았다. 반면 향후 경제 성장률 전망 등 복합적 요인을 총망라한 10년물(장기물) 금리는 2.91%대 안팎으로 떨어졌다.

장기 채권의 금리는 단기 채권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인데,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통상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된다. 여기에 역전 폭이 더 벌어졌단 것은 경제 전망이 그만큼 한층 나빠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단기 금리 역전의 대표적 지표로 3년물과 10년물을 비교한다. 여타 만기에선 이미 역전이 발생한 구간도 있지만, 아직 3년-10년물은 뒤집히지 않았다. 다만 스프레드가 점점 좁아지고 있어, 역전될 기미가 보인다. 지난 15일 기준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연 3.205%, 연 3.242%로 거래를 마쳤다. 불과 3~4bp 차이다.

그래픽=이은현

3분기 말쯤 3년-10년물의 금리 역전 현상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말이나 연말 기준으로 3년-10년 스프레드는 거의 ‘0′(제로)에 두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 수준은 연 3.1~3.2% 정도로 예상한다”고 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르면 3분기 중 혹은 3분기 말 정도부터는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장·단기 금리 역전이 현실화하면 될 경우 2008년 7월 18일(-1bp) 이후 13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2000년 12월 10년물 국채 발행 이후 3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높았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11·12월, 2008년 1·7월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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