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조문외교'에 韓日 전문가들.."관계 개선 급하면 실패" vs "지금이 적기"

김문관 기자 2022. 7.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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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아베 사망과 기시다 평화헌법 개정 추진으로 복잡해진 외교 셈법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조문외교’를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 최악의 상태로 치달은 한일관계 개선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총재의 평화헌법 개헌 선언으로 한일관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큰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너무 급하면 실패한다는 의견과 지금이 적기라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뉴스1

◇尹대통령 ‘조문외교’ 속...日은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

16일 대통령실과 외교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를 조문했다. 윤 대통령은 묵념한 후 조문록에 “아시아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故 아베 신조 전(前) 총리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유족과 일본 국민들께도 깊은 위로를 표합니다.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의 분향소 방문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진 외교부 장관 등 고위급 조문단이 곧 방일할 예정이다. 이른바 ‘조문외교’를 펼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사 갈등으로 답보 상태였던 한일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되고 있다.

앞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006년 외교부 장관 재직 당시 독도 수로 측량 문제로 한일 관계가 경색됐을 때 하시모토 류타로 전 일본 총리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양국 간 소통 재개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는 ‘조문외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조문외교’는 문재인 정부에서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이려는 취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외교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한국 내 이른바 ‘노재팬(NO JAPAN)’ 반일 불매 운동 ▲지소미아(GSOMIA·한일정보보호협정) 종료 선언 등을 이어가면서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앞서 지난달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 양자 회담은 무산된 바 있다. 당시는 일본 내 선거가 끝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는 아베 전 총리의 총격 사망과 자민당의 최근 참의원 선거 압승으로 본격화하는 일본 내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평화헌법은 현행 일본 헌법을 이르는 용어다. 일본 헌법 제9조에는 전쟁을 포기하고 정식 군대를 가지지 않겠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침략국인 일본이 다시는 침략 전쟁을 벌이지 않고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평화헌법이라고 불린다. 기시다 총리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발언했다.

지난 10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승리, 참의원 의석 3분의 2가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으로 채워졌다. 양원제인 일본에서 개헌을 하려면 ▲중의원 참의원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발의 ▲국민 투표를 통한 과반수 승인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의원은 이미 3분의 2를 확보한 상태다. 적어도 국회에선 개헌 발의에 필요한 요건이 충족된 상황이다. 과거 식민 지배를 했던 일본이 실제로 평화헌법을 개정할 경우 과거사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힌 한일관계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윤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전문가들 “급하면 실패” vs “지금이 관계 개선 적기”

전문가들의 의견도 너무 급하면 실패한다는 의견과 이번이 적기라는 의견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비전은 좋지만, 구체적인 외교 목표와 수단이 무엇인지 아직 불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갈등 등 국제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비전을 발표했다”며 “다만 구체화된 구상이 있는지, 한일관계를 포함한 외교정책이 달성해야 할 최상의 목표가 있는지, 그리고 수단은 무엇인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설정해야 한일관계 개선도 가능하다”라며 “외교는 상대방이 있는, 그것도 다자의 상대방이 있는 수 싸움이다. 전략과 전술의 목표는 계속 바뀐다.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일관계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창수 세종연구원 일본연구센터장도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아베의 사망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급격히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건 시기상조다”라며 ”과거사 문제에서 완전한 해결을 보려는 것도 성급한 태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보다는 최소한의 합의를 모색하면서 다른 분야의 협력을 적극화시키는 쪽으로 나아가는 게 맞는다”며 “무엇보다 한미일 안보 문제와 관련해 보다 현실적 인식을 갖고 협력 확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한일관계 전환의 분기점을 맞았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취임 초기지만, 지금처럼 확실한 방향성을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적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지한파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전 일본 외무상도 지난 13일 열린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를 계기로 보낸 메시지에서 “한일 양국 모두 새로운 정치 환경을 맞은 지금이 양국 관계를 진전시킬 좋은 시기”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관계의 경우 미래를 생각하고 현재 문제를 풀어간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한일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지는 여러 계획과 일정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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