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에 '팬덤정치'..'개딸픽' 인형선물에 임명장까지
다선의원도 개딸픽 강세..이재명 마케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는 17일 8·2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 의원의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이 최고위원 후보 일부에게도 ‘팬심’을 드러내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출마와 관련해 “많은 분들의 의견도 청취하고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해서, 마음의 정리는 됐다”며 “빠른 시간 내에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오는 17일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의원이 강력한 당권 주자로 떠오르면서 거론되는 최고위원 후보군도 대부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개딸 ‘픽’으로 꼽힌 친이재명계 의원들이다.
특히 강경파 초선모임인 ‘처럼회’ 의원 중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장경태, 양이원영, 이수진 의원 등과 그 밖에 정청래, 박찬대 의원 등이 대표적인 개딸 픽으로 꼽힌다. 개딸들은 이 중 일부 의원들과 만남을 갖거나 선물을 보내는 등 팬덤정치 성향을 보이고 있다.
장경태 의원은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개딸 분들께 인형과 편지를 받았다. 감사하다”며 개딸들에게 받은 선물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장 의원이 다람쥐 인형과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님께. 개딸 드림’이라고 적힌 편지를 든 모습이 담겨있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정청래 팬클럽 청래당 당원께서 지극정성으로 만들어 준 케익. 누가 팬덤을 욕하는가. 나는 고맙기만 한데…”라며 팬들에게서 받은 케이크를 들고 촬영한 사진을 게시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당시 ‘위장 탈당’으로 무소속이 된 민형배 의원이 지난 11일 개딸들과 만나기도 했다. 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개딸들에게 받은 임명장과 질문지 사진과 함께 “팬덤정치가 나쁘다고? 시민 뜻 따르는 정치가 옳다. 시민과 함께하는 정치가 맞다. 팬덤에만 갇힐까 걱정된다고? 사람은 누구나 ‘응원은 힘으로, 비판은 약으로’ 여기며 살아간다”라며 “그러니 염려인 척 포장한 ‘팬덤정치’라는 괜한 공격은 사양한다.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정치문화, 사라져야 한다”라고 적었다.
개딸들의 호응에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더욱 이 의원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장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사법리스크? 어그로(도발적 행위로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는 것)만으로 혁신이 되진 않는다”며 “우리 당 후보에 대한 많은 공격이 있을 수 있지만 검찰 수사를 전당대회에 이용하는 건 궁색한 일”이라고 했다.
박찬대 의원은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면서 스스로를 이 의원의 러닝메이트라고 강조하며 “이재명과 함께하겠다”는 메시지를 내세웠다. 정청래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지자들이 ‘이재명 당 대표-정청래 최고위원’의 모습을 바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 의원의 출마 여부에 따라 다시 고민해볼 필요는 있겠다”며 당 대표 출마에서 최고위원 출마로 노선을 변경했다.
이처럼 전당대회 분위기가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로 흘러가자 당대표, 최고위원 출마자들 중 친문(친문재인)·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이 팬덤정치에 반발하고 있다.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친문계 윤영찬 의원은 “문재인 당대표 시절의 ‘원칙’과 ‘상식’으로 당을 새롭게 재건해야 한다. 그 길에 앞장서겠다”며 “다른 당원을 향해 멸칭으로 부르며 조롱하는 망동은 민주당을 수렁으로 몰고 가는 해당 행위이고 몰상식”이라고 했다. 최근 개딸 등 이 의원 강성 지지자들이 의원들에게 가한 문자 폭탄이나 ‘수박 논쟁’을 직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친문계인 고민정 의원은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며 “한 사람의 영웅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끝났다”며 “누군가의 당이 아니라 우리의 민주당”이라고 했다. 고 의원이 말한 누군가는 이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당시 이재명 의원을 도왔던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민주당은 청년과 서민, 중산층의 고통에 귀를 닫으면서 세 번의 선거에서 연달아 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위선과 내로남불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당을 망친 강성 팬덤과 작별할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달라져야 한다. 민주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불행해진다”며 “저 박지현이 한 번 해보겠다. 썩은 곳은 도려내고 구멍 난 곳은 메우겠다”고 했다.
지난해 5월 치러진 전당대회에서는 온라인 권리당원의 다수를 차지했던 친문계 지지층인 이른바 ‘문파’가 최고위원 당락을 좌우했다. 그 결과 친문계인 김용민 의원과 강병원 의원이 후보 7인 중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최고위원이 됐다. 8·28 전당대회에서는 개딸들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지난 대선 이후 입당한 20만여 명의 권리당원 중 다수가 이 의원 지지층으로 추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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