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스파게티 면이 잘 익었는지 확인하는 과학적 방법

조가현 기자 2022. 7.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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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스파게티면이 잘 익었는지 어떻게 확인해야할까요. 최근 미국에서 기계공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국수 가닥끼리 얼마나 잘 붙어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샘 터픽 미국 일리노이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3월 미국 물리학회에서 스파게티 면이 잘 익었는지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스파게티 국수 두 가닥을 포크로 일정 간격 떨어뜨려 집은 뒤 면을 삶고 두 면발이 얼마나 달라붙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면발이 익어가면서 점차 연해지면서 불어나게 되고, 두 면발은 아래부터 붙기 때문에 이를 보고 익은 정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스파게티 면은 끓는 물에 삶으면 10만배까지 유연해져 서로 쉽게 달라붙습니다.

수학동아DB

연구팀에 따르면 100도의 끓는 물에서 소금을 물의 양의 0.8%만큼 넣고 10분간 조리하면 ‘알 덴테’로 면을 삶을 수 있는데, 면발 전체의 길이와 상관없이 그때 두 면발이 떨어져 있는 부분의 길이가 20.01 ㎜ 라고 합니다.

이 값은 물질 안에서의 물의 확산을 설명하는 방정식에 넣어 이론적으로 맞는지 검증했습니다. 확산 방정식을 풀면 물이 면의 겉에서부터 얼마나 깊게 퍼져 들어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알 덴테는 스파게티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면이 익은 정도로, 씹었을 때 단단함이 느껴질 정도로 설익은 상태입니다. 알 덴테로 삶은 면을 잘라보면 가운데가 덜 익어 하얀 심이 보인답니다.

어떻게 스파게티 면 연구를 하게 됐을까

연구팀은 ‘데체코 스파게티 No.12’를 이용해 실험했다. 포장지에 적힌 조리법대로 면을 삶았는데, 소금의 양만 요리책들을 참고해 물의 양의 0.8%만큼 넣었다. 수학동아DB

연구팀은 본래 물이 얇은 섬유를 얼마나 구부리는지 알아보는 ‘탄성 모세관 현상’을 연구했습니다. 물과 어떤 물체가 만나면 서로 끌어당기는 힘, ‘부착력’이 생깁니다. 또 물은 표면을 최소화하려는 ‘표면장력’이 크기 때문에 물에 물체를 넣으면 물이 물체를 타고 중력 반대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래서 물이 담긴 컵에 빨대를 꽂으면 빨대를 따라 물이 올라옵니다. 이를 ‘모세관 현상’이라고 합니다. 

탄성 모세관 현상은 물의 표면장력에 의해 부드럽고 탄성이 있는 물질이 변형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강아지를 목욕시켰을 때 털들이 뭉쳐지는 현상입니다. 물이 강아지 털들을 구부러뜨리고, 결국 털들을 서로 뭉치게 하는 것입니다.

실험 결과는 방정식으로 확인

스파게티 면을 100℃에서 삶으면 모세관 현상 일어난다. 수학동아DB

연구팀은 스파게티면에서도 탄성 모세관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면발들 사이의 간격을 5㎜로 고정하는 장치를 3D프린터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조리시간에 따라 면발이 얼마나 팽창하는지, 두 면발이 얼마나 붙는지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반지름이 1㎜인 스파게티 면을 30분 동안 물에 삶으니 1.7㎜까지 반지름이 늘어났습니다. 4시간까지 삶아봤는데 면발은 1.96㎜까지만 늘어나고 더는 불어나지 않았습니다. 또 두 면발은 면이 익어감에 따라 끝에서부터 붙기 시작했는데, 떨어진 부분의 길이를 기준으로 살펴봤습니다. 모세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측정값은 ‘모세관 현상을 설명하는 방정식’에 넣어 확인했습니다. 그랬더니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습니다.

연구팀은 소금을 넣은 물과 안 넣은 물에서 모두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소금을 넣으면 안 넣고 삶았을 때보다 면이 100배 정도 더 단단했습니다. 어느 정도 붙어있을 때다 익은 건지 알려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섬유, 섬모(가는 털) 등 스파게티 면과 비슷하게 생긴 다양한 구조가 물에 닿으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는 데에도 쓸 수 있습니다.

이 연구에 참여한 황종현 연구원은 “기존 연구들은 물질의 강한 정도가 일정할 때 액체에 의한 변화만을 살펴봤다”며 “이번 연구는 시간에 따라 물질의 강도와 크기가 크게 달라질 때 액체에 의한 변화를 알아봤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스파게티 면 제조사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조리방법을 논문에 나온 방정식에 대입해 면발이 어느 정도 붙어있을 때다 익은 건지 알려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섬유, 섬모(가는 털) 등 스파게티 면과 비슷하게 생긴 다양한 구조가 물에 닿으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는 데에도 쓸 수 있습니다. 

황 연구원은 “기존 연구들은 물질의 강한 정도가 일정할 때 액체에 의한 변화만을 살펴봤다”면서, “이번 연구는 시간에 따라 물질의 강도와 크기가 크게 달라질 때 액체에 의한 변화를 알아봤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유에 탄 도넛 모양 시리얼이 서로 모여 있는 건 모세관 현상으로 인한 ‘계면 현상’이다. 모세관 현상으로 인해 우유가 시리얼을 타고 올라가면 시리얼과 우유 사이에 경계면(계면)이 생긴다. 그 계면에서 우유의 표면장력에 의해 시리얼들이 서로 달라붙는다. 물에 삶은 스파게티 면이 구부러지는 것도 계면에 작용하는 힘 때문이다. 수학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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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동아 7월호, [핫이슈] 스파게티면 던지지 마세요! 면들이 서로 붙은 정도만 확인하세요!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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