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사우디 가자, 푸틴은 이란으로… 중동 외교전
푸틴, 이란·튀르키예 정상과 회담
美, 사우디·UAE·이스라엘 묶어 ‘反러시아 블록’ 재구축 나서
러는 이에 맞서 이란과 관계 강화… 서방제재 회피 창구로 활용할듯
사우디, 바이든 방문 하루 전날 이스라엘 항공기 영공 진입 허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잇달아 중동을 방문, 치열한 ‘외교전쟁’에 돌입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 방문으로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을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저녁(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튀르키예 등과 3국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중동 외교전은 큰 틀로 보면 1980년대 이전 이 지역의 냉전 대결 구도로 회귀하는 형국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UAE와 이스라엘 등을 묶어 ‘반러 블록’을 재구축하려 하고, 러시아는 이에 맞서기 위해 이란과의 밀착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궁극적 목표는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이 타결돼 양국 관계가 회복되는 것을 막는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15일 사우디 도착 직후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을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곧이어 만 36세의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실무회담을 가졌다. 지난 2018년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튀르키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된 뒤 바이든은 그 배후로 지목된 빈 살만 왕세자를 멀리해 왔다. 그런 바이든이 취임 후 첫 중동 방문에서 빈 살만과 마주하면서 인권 문제로 경색됐던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복원되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미국 내 인권 단체와 민주당 내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이 빈 살만을 만난 것은 무엇보다 원유 증산이 급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지난 9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왜 나는 사우디아라비아로 가는가”란 글에서 “중동의 에너지 자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공급에 끼친 영향을 완화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든은 “(중동) 지역이 갈등으로 분열되기보다 외교와 협력으로 통합돼야 미 본토를 위협하는 폭력적 극단주의나 미군에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는 새 전쟁이 덜 일어날 것”이라고 썼다. 이처럼 미국이 목표하는 중동 정세 안정, 특히 이스라엘과 아랍 동맹국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핵 개발 중인 이란을 고립시키고 견제하는 데는 사우디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관계 개선을 희망하던 사우디는 바이든 방문 하루 전날인 14일 영공 통과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항공사에 영공을 개방한다고 밝혔다. 그간 사우디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뜻에서 이스라엘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제한해 왔는데, 이를 해제한 것이다. 그 덕분에 바이든은 이스라엘에서 비행기를 타고 바로 사우디를 방문하는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또 바이든의 순방 중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가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16일 제다에서 열리는 ‘걸프협력이사회 플러스(GCC+)’에 참석해 러시아와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는 것도 바이든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 회의에는 걸프협력이사회의 공식 회원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UAE, 오만 6국 외에 이집트, 요르단, 이라크도 참석한다.
푸틴이 19일 이란 테헤란을 방문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12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러시아와 이란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을, 튀르키예는 반군을 지원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12일 “이란과 튀르키예는 푸틴이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거나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국가들 사이를 갈라놓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라며 “만약 회담이 잘되면 푸틴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러시아 제재에 맞설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은 라이시, 에르도안과 각각 양자회담도 할 예정이다.
앞서 백악관은 러시아가 부족한 무인기 확보를 위해 이란에 공격용 드론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전문가들은 서방의 제재를 회피해 원유를 수출한 경험이 많은 이란이 러시아의 제재 회피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복원 협상 과정에서 “이란과 러시아 간 교역에는 서방의 대러 제재를 적용하지 말라”고 요구해 사실상 이란을 제재 회피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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