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강제북송 진상규명 중요"
외교부 "당시 우리 답변 부실"
유엔 인권사무소, '귀순어민 강제북송' 재조사 나설수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14일(현지 시각)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해 “북송 과정을 규명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했다. OHCHR은 최근 한국 통일부가 “강제 북송은 분명히 잘못”이라며 북송 당시 사진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논평을 요청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같이 답했다. 현재 한국 정부가 진행 중인 진상 규명에 OHCHR이 공감한 것이다.
그러자 외교부는 15일 “(2년 전 OHCHR에 보낸) 우리 답변은 부족하거나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점을 대외 관계 주관 부처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OHCHR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이 사건을 추적·조사해 왔지만 외교부의 소극적 태도로 진상 규명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이날 외교부가 ‘부실·왜곡 답변’을 시인함에 따라 유엔 차원의 재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OHCHR 대변인실은 RFA의 논평 요청에 “이 사안은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이 제기했으며 유엔 사무총장이 2020년 유엔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송) 결정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내려졌으며, 북송된 두 사람이 강제 실종, 자의적 처형, 고문·학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재판을 받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할 위험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 보고서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당시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외교부와 주고받은 서신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킨타나 보고관은 2020년 1월 28일 서면 질의서를 발송했고, 외교부는 한달 뒤(2월 28일) 주제네바 대표부를 통해 답변서를 제출했다.
당시 외교부는 ‘북송 결정에서 국정원 인권보호관, 국가인권위원회, 혹은 다른 인권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했느냐’ ‘어민들을 국제 인권 기준에 맞게 대하도록 북측에 요청했느냐’ 등의 상당수 질문에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북송 어민의 신병을 인도받은 북한 당국자의 신원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고, ‘이들의 생사와 소재 파악 노력을 기울였느냐’는 질문에도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
외교부는 ‘탈북 어민들의 구금·취조 과정에서 변호인 선임, 무죄 추정의 원칙 등 적법한 절차를 보장했느냐’는 질문에 “합동 조사는 탈북 경위와 귀순 의사 확인을 위한 행정적 절차라 형사 사법 절차상 피의자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피의자도 아닌 북송 어민들에 대해 ‘극악무도한(atrocious) 범죄 용의자’ ‘악랄한(heinous) 범죄자’란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외교부는 또 ‘강제 북송 결정의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북한이탈주민지원법 제9조의 보호대상 부적격자, 출입국관리법 제11조의 입국금지, 강제퇴거 규정의 적용을 받는 범죄자와 비슷해 이들 규정을 참조했다”면서도 “북한이탈주민지원법, 난민법, 출입국관리법의 직접 적용 대상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추방할 법적 근거가 없어 유사법을 ‘참조’했다는 취지다. 당시 북송이 초법적 조치였음을 시인한 것이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이영환 대표는 “외교부의 답변서는 사실 왜곡과 논리적 모순 덩어리”라며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이란 지위가 무색하게 보편적 인권을 무시하고 초법적 발상을 드러냈다”고 했다.
이 같은 비판은 강제 북송 직후부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국내외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를 2년 넘도록 묵살해 온 외교부는 이날 오전 돌연 출입기자단에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내 유감 입장을 밝혔다. RFA가 “진상 규명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OHCHR의 입장을 보도한 직후였다.
이날 외교부는 ‘자아비판’을 하면서도 문제가 된 OHCHR 답변서에 대해 “(2019년 당시) 통일부 브리핑의 사실관계와 법적 평가의 연장선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 발표를 번역했을 뿐이라는 취지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외교부가 해야 할 일은 다른 부처 탓이 아니라 당시의 비겁함과 무능을 반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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