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맬 줄 모르는 젊은 천재 과학자들
지난주 허준이 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많은 국민이 기뻐하였습니다. 지금 나이가 39세로 수상 당시 나이가 40세를 넘으면 안 된다는 까다로운 조건도 충족하는 행운도 따랐습니다.
허 교수는 2021년 삼성호암상 과학상(물리·수학 부문) 수상자였기에 그에 관여한 저로서는 더욱 기뻤습니다. 삼성호암상이 노벨상이나 필즈상의 수상으로 연결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이 상 운영의 숨은 뜻이기도 하니까요. 작년부터 종전의 과학상을 물리·수학 부문과 화학·생명과학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한 것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었다면 수상자가 다른 부문으로 넘어갔을지도 모르지요. 훌륭한 수상자를 발굴해 준 해외 석학들을 포함한 추천자들과 심사위원들, 그리고 허 교수의 범상치 않은 인생 스토리를 전해 듣고 인터뷰하여 이를 1월 1일 자 <아무튼, 주말>에 상세히 소개해준 김미리 기자에게도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 교수가 작년 4월 호암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을 때 마침 서울에 머물고 있어서 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모습은 착하고 순진한 대학생 같았습니다. 시 쓰는 일에 전념하기 위하여 부모님께 학교를 중퇴하겠다고 건의해 승낙을 받은 일, 막상 1~2년 동안 노력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생각을 접고 검정고시를 통하여 대학에 진학한 일 등을 재미있게 얘기하였습니다. 학교를 중퇴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부모님은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럼에도 허 교수의 뜻을 존중한 부모님도 참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의 그런 결단이 허 교수의 오늘의 영광이 있게 한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상 절차의 진행을 위하여 프로필 사진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안 사실이지만, 허 교수는 그때까지 한 번도 넥타이를 매어 본 적이 없었고 따라서 넥타이를 맬 줄 몰랐습니다. 사진사가 매어 주어 필요한 사진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명색 교수님인데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을 해본 적이 없다니, 곤란하거나 불편한 경우가 없었느냐 묻자 별로 느끼지 못했다는 간단한 대답이었습니다. 필즈상 수상 가능성을 묻자 기대를 안 한다는 짧은 답이 돌아왔지만 지금 생각하니 겸양의 말이었습니다. 핀란드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식 장면을 보니 탈착만 하면 되는 보타이(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어 아직도 넥타이를 못 매나 하며 혼자 웃었습니다.
38세 나이에 삼성호암상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공로보다는 구체적 업적에 대하여 시상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허 교수보다 두 살 어린 수상자도 있었습니다. 공학상을 받은 뉴욕대 조경현 교수입니다. 인공지능 번역 분야의 획기적 발전을 이끈 업적이 수상 이유였습니다. 조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귀국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시상식에 참여하였는데, 조 교수 역시 넥타이를 맬 줄 몰랐고 끝내 노타이 차림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이처럼 두 교수는 30대에, 넥타이를 맬 줄 모르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잠깐 배우면 맬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넥타이는 한낱 형식에 지나지 않았겠지요. 또 두 교수 모두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였습니다. 특히 조 교수는 카이스트를 졸업한 뒤 통례대로 미국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학교 게시판에서 우연히 본 소개 안내문에 끌려 핀란드로 가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성공의 길을 열었습니다. 두 교수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점에서도 닮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필즈상 수상식이 열린 장소가 헬싱키 알토대학교였습니다. 수상의 반가운 소식 때문에 이 사소한 우연조차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임윤찬 피아니스트 등 세계적 콩쿠르에서의 우승 소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대한민국 젊은이들,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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