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으로 중고기계 넘쳐난다… 길가에 120m 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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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경기 시흥시 시화기계유통단지. 12동 412개 점포가 들어선 국내 최대 중고 기계유통단지인 이곳은 수도권 중소 공장들이 설비를 마련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이다. 하지만 약 4만㎡ 규모 단지는 기계를 싣고 오가는 대형 트럭이 가끔씩 지날 뿐 업소 직원들만 기계를 수리하거나 손님 없는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단지 2동과 3동 사이 도로변에는 방수천막에 덮인 프레스, 선반, 밀링 같은 대형 중고 기계들이 120m 가까이 늘어서 있었다. 장마철에 모터 등을 보호하려면 실내 보관이 필수지만 업소들마다 내부가 이미 기계들로 꽉 차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 중고 기계를 파는 양모(65)씨는 “공장에서 헐값에 기계가 나와도 둘 데가 없어 사올 수도 없다”고 했다. 4동의 한 업체 내부도 유압절단기, 탁상드릴머신 같은 기계 50여 대로 빼곡했다. 사무실로 들어가려면 기계들 사이로 게걸음을 해야했다. 대표 윤모(67)씨는 “원자재값, 인건비가 올라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니까 공장들이 마비되고 있다”며 “기계를 팔겠다는 사람만 있고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중고기계 사가던 영세 제조업체 휴·폐업
이 단지의 주고객은 영세 중소기업들이다. 설비가 필요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대개 새 기계를 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세 공장 휴·폐업이 늘면서 중고 기계를 팔자는 쪽만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국가산업단지에서 작년 휴·폐업한 기업은 682곳으로 2017년(133곳)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휴·폐업한 기업은 218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나 늘었다.
시화기계유통단지에서 대당 2000만~3000만원 하는 중고 기계들을 거래하는 이모(64) 대표는 “영세한 중고기계 업체는 영세한 공장이랑 주로 거래한다”며 “작은 공장들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단지 내 영세 업소들 폐업이 늘고 있다”고 했다. 2동에서 프레스 등을 취급하는 정모 사장은 “대당 300만원은 받아야 하는 선반을 최근 200만원에 겨우 팔았다”며 “코로나 이전 한달에 10여 대를 팔았는데 지금은 3대 팔기도 어렵다”고 했다.
아직 쓸 만한 기계가 아예 고철로 팔리는 경우도 많다. 중고기계 시세는 떨어지는데 고철값은 올랐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고철을 뜻하는 철스크랩 kg당 가격은 작년 1월 286원에서 지난 4월 524원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458원을 기록했다. 양모(65) 사장은 “기계 10대 중 3대는 고철로 팔고 있다”며 “어차피 안 팔릴 기계니 부품·수리비라도 아끼자는 것”이라고 했다.
◇고철로 팔리는 중고 기계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중소기업 자산거래 중개장터’에 등록된 중고기계 매물은 2018년 814건, 2019년 657건, 2020년 784건으로 하락하다가 작년 838건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엔 336건이 신규 등록됐지만, 금리 인상 악재가 더해지면서 하반기 매물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기중앙회도 지난 13일 “6월말 현재 전체 중기 대출 규모가 931조원에 이르는데 금리가 계속 오르면 건실한 중소기업도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은 신용도에 따른 가산금리까지 붙기 때문에 금리 인상의 충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경기 김포 주물업체 대표 김모씨는 “한달 대출 이자만 2000만원인데 금리가 더 오르면 사람을 내보내고 공장 가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박사는 “금리가 오르면 영세한 중소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면서 고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고금리 충격을 강하게 받을 뿌리 중기들에 대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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