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책꽂이] 시인 황인찬의 '다른 세상으로 안내하는 책 5′
시인 황인찬 2022. 7. 16. 03:01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황인찬 시인. 그는 일상 언어를 쓰면서도 남다른 언어 배치를 통해 일상 이면(裏面)의 생각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김수영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근 다른 시인들의 시에 대한 해설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노래한 산문집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안온북스)을 쓰기도 했다. 그런 그가 ‘다른 현실을 상상하도록 만드는 책’ 다섯 권을 꼽았다.
이것이 현실이라거나, 현실은 소설과는 다르다거나, 그런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이 말하는 현실이란 간장 종지처럼 왜소한 것임을 안다. 현실이라는 말을 방망이처럼 휘두르는 이들에게 나는 언제나 묻고 싶다. 현실이 대체 무엇이냐고. 내가 현실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실이 우리의 상상과 실감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사실뿐이다.
우리에게는 내가 알고 있는 것 너머의 현실을 상상할 힘이 필요하고, 나는 그 힘을 언제나 문학에서 얻는다. 뛰어난 SF 작가인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소설은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참혹한지 새삼 깨닫게 하고, 동시에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타인에 대한 환대임을 알게 해준다. 책이란 결국 다른 현실을 만나는 가장 쉬운 통로이기도 하리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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