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살랑살랑… 첨벙첨벙… 여름 바다의 추억이 밀려오네
파란 조각
박찬미 지음·그림 | 모든요일그림책 | 40쪽 | 1만3000원
책을 열면 속지부터 바다가 펼쳐진다. 하얀 포말을 밀어 올리며 차례로 해변을 향하는 파도. 첫 쪽에서 바람이 살랑살랑 춤추며 불어오는 창가를 지나면, 다음 쪽엔 벌써 푸른 바닷물이 번져 온다. “여름이 오면… 바다 냄새가 난다.” 나지막히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것들이 보이는 섬세한 색연필화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저마다 갖고 있는 바다에 관한 추억, 내 안 어딘가 묻혀 있던 파란 조각들이 그 그림들 속에 있다.
모래를 밟은 맨발 위로 부드럽게 바닷물이 밀려들면 발밑이 간질간질해지는 것 같다. 해변에 펼친 돗자리, 얕은 물속을 첨벙이다 만난 소라껍데기, 양동이와 꽃삽으로 지은 모래성 위로 붉은 노을….
‘첨벙’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뛰어드는 아이를 보면 서늘하게 몸을 감싸던 바닷물의 감각이 살갗 위로 되살아나는 듯하다. 배를 타고 조금 더 바다로 나아갈 땐, 물 밑 그림자를 곰곰이 바라보다 느긋이 헤엄쳐 가는 거대한 고래를 상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는 “어른이 된 뒤에도 나를 지탱하는 힘은 어릴 때 받은 사랑과 보호, 행복을 느낀 순간으로부터 오는 것 같다. 자유로운 상상을 펼친 순간과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고 또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바다의 기억 속으로 들어갔던 마음은 다시 창이 있는 방으로 돌아온다. 햇살 위로 커튼을 펄럭이며 바람이 춤춘다. 어른거리는 그림자들은 이리저리 바삐 방향을 바꾸며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 떼 같다.
올해 유난히 오래가는 듯한 장맛비도 언젠가 그칠 것이다. 책을 덮고 눈을 감으면, 어느새 마음은 바다에 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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