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없이도 사는 법]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인가
2019년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두고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인지 여부가 문제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면 당시 문재인 정부의 강제북송은 국민을 영토 밖으로 추방해 위험에 빠뜨려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한 행위가 됩니다. 반면 북한주민을 ‘외국인’이라고 보게 되면 범죄혐의가 있는 외국인을 추방한 것으로 정당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헌법 3조와 4조의 해석과 관련돼 있습니다.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에 따르면 북한 지역에도 우리의 주권과 헌법 및 법률이 그대로 적용되고 이 지역을 점유하는 북한 정권은 헌법상 용인될 수 없는 반(反)국가단체에 해당합니다. 반국가단체를 찬양하거나 회합·통신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의 기본 전제가 되는 조문입니다.
반면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내용입니다. 일견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는 내용으로 3조와 모순돼 보입니다.
헌법학계의 다수견해와 대법원 및 헌재는 두 조항이 헌법 체계 내에서 서로 조화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한민국의 영토로서 회복해야 할 미수복지역에 해당하고(3조), 그에 따라 통일에 대한 추진 방식(4조)을 정했다는 해석입니다. 즉, 3조가 목적이라면 4조는 이를 실현할 수단이어서 북한 지역에도 우리 주권이 미치고, 북한 정권이 반국가단체라는 해석은 여전히 효력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1997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우리 헌법이 전문과 4조, 5조에서 천명한 국제평화주의와 평화통일의 원칙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우리 헌법의 대전제를 해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헌법재판소 또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저해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북한을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대화와 협력의 일방당사자로 인정하는 입장입니다.
특히 대법원은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1996년 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북한의 해외공민증을 발급받아 소지한 이모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강제퇴거명령처분이 무효라며 낸 소송에서 “이씨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대한민국 주권과 부딪치는 어떤 국가단체도 인정할 수 없는 점에 비춰 이씨가 북한 해외공민증을 발급받았다는 사정은 대한민국 국적 취득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북한정부가 반국가단체라는 해석은 여전히 유효하며, 다만 미수복지역의 회복이라는 헌법적 과제를 위해 제한적으로 남북교류를 인정한다는 게 법조계와 학계의 주류적 해석입니다. 교류의 허용범위를 실무적으로 정한 법률이 ‘남북교류협력법’이고, 이미 법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주민의 정착을 돕는 법률이 ‘북한이탈주민보호법’입니다.
따라서 당시 문재인 정부가 ‘범죄인 인도 차원에서 탈북 어민을 북송했다’ ‘(흉악범죄자여서)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도 없다’고 한 것이나,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범죄자를 지원에서 배제하도록 한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을 근거로 북송을 정당화하는 것은 현행 헌법에 대한 대법원·헌재 등의 해석과 명백히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강제북송 문제는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할지 여부의 문제이고 이는 남북교류협력법이나 북한이탈주민보호법 등의 시혜적 법률과는 무관하다”며 “현행 헌법의 해석상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사법권 행사도 대한민국 주권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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